보이지 않는 이자벨라 호수
<폴 게티 뮤지엄>은 만리부 해안의 언덕위에서 태평양의 풍파를 내려다보고 있
었다.
"순전히 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함국에서부터 날아왔단 말입니다. 한
국은 저 바다의 맨 끝에 있는 나라라구요."
예약이 안 된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박물관의 늙은 수위가 우리를 점
잖게 사양했지만, 누리는 수위의 품위를 약점으로 삼아 유창한 거짓말로 정문을 무
사히 통과하였다.
석유재벌 폴 게티가 개인자산으로 꾸몄다는 박물관, 사설 미술관으로는 세계에
서 가장 많은 로마시대의 조각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우리가 무슨 별나게 예술을 감상하겠다고 거길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
저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간 것이었다. 그런데 뮤지엄이라는 간판이 보였고, 수풀이
우거진 그 입구가 근사해서 들어가 본 것이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무료라기에 거짓
말을 해본 것이다.
나체의 입상들이 늘어선 화랑의 한가운데 섰을 적에는 나혼자 옷을 입고 목욕탕
에 등어선 듯한 착각 때뭉에 잠깐 민망했지만, 미컬란젤로며 라파엘의 원화 앞에서
도 뜨거운 감동이 일지 읺아서 부끄러웠지만, 어쨌거나 그것들은 매우 훌륭해 보였
다. 예술에 관한 한 진조라는 말을 적용시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으니
까.
뗀마크 화가들이 펜으로 그린 흑백의 풍경화들은 어찌나 소박하고 평화로워 보
이는지 슬쩍 한 장쯤 훔쳐오고 싶었고, 로코코시대의 프랑스 황실 가구들은 온통
유치한 무늬들이 빈틈없이 이씀에도 불구하고 전체로 보면 아주 우아해 보이는 게
신가했다.
이것들을 모두 수집하기 위해서 폴 게티는 얼만큼의 달러를 지불했을까. 몇 년
전인가 폴 게티 2세는 아들의 몸값을 내라는 유괴범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유괴범
들이 폴 게티 3세의 한 쪽 귀를 잘라 보냈을 때에도 폴 게티 2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폴 게티 3세는 로마시대의 조각처럼, 귀가 한 쪽밖에 없다. 정신까지 이
상해진 그는 정신병원에 갇혀서 살고 있다고 한다.
폴 게티 3세는 최근, 자산의 생활비를 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 폴 게티
2세를 고소했고, 매스컴은 그들 부자의 싸움을 흥비진진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런 뉴스를 들으면서, 폴 게티 박물관의 그 점잖은 수위는 무슨 생각을 할까.
목적지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단의 이자벨라 호수. 준민이와 그놈의 약혼녀 수
희가 한차에 탔고, 우리 차의 뒷좌석에는 태호네 부부를 실었다.
정오가 다 되어 출발했기 때문에 호수 근처에 이르렀을 즈음엔 벌써 어스름이었다. 그리고 비, 나는 그저 비를 내려주는 하늘이 고맙고 고마워서 감사헌금이라도 드리
고 싶은 심정이었다. 태호네의 불평일랑 귓전으로 흘리고.
처음에 들른 호텔에 마침 2인용 방 세 개가 비어 있다고 했지만 준민이가 얼굴
을 붉히면서 펄쩍 뛰었다. 자기네는 아직 부부가 아니라는 거였다. 미래의 장모에게 단단히 약속을 하고 떠나 왔다는 거였다.
우리는 다른 호텔로 가서 거실과 두 개의 침실이 붙어 있는 스이트를 빌렸다.
맥주를 마시며 참새와 식인종 이야기로 한참을 웃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다 같이 한밤중의 호숫가에 나가보았다. 달은 없었고 고요하였다. 까만 밤이었기
에, 몇 개의 별들이 가까스로 내뿜는 별빛들이 총총하였다.
어둠 속에서 바람이 부대끼는 호숫물소리가 들렸다. 안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보이는, 여린 별빛을 반사하고 있는 호수의 수면.... 우리들은 그저 그곳이 어렵게
찾아온 목적지였기에 떨면서도 거기에 서 있었으며, 정적이 너무나 깊어서 모두 갑
자기 침묵했었나보다.
미국에 와서 겪은 지난 몇 달간의 혼돈이, 내 젊은 날의 한동안을 주눅들게 했
던 파문들에 대한 원망이 퍼뜩 스쳐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전혀 내가 원했던바가
아니었다. 나는 산속 깊이 숨은 호수처럼, 그렇게 조용히 잔잔하게 살고 싶었다. 나
는 이를 악물고 눈에 핏줄을 세우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싶었다.
왜 그래요하고 미나가 물었다.
내가 아무리 부인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내 눈에서 분명히 물기를 보았다며, 미
나는 제멋대로 걱정이었다.
(김한길 지음 '눈뜨면 없어라' 중에서)
가볼만한 곳 'Paul Getty Museum' 소개와 한 때는 그분도 불의에 대한 울분이
있었구나 생각하며 또 나 자신의 지난날의 울분을 되삭이며 이글을 올린다.
Paul Getty Museum(Getty's Center)은 지금은 LA 남쪽 산 꼭대기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입장료 주차료 무료이며 꼭 가볼만한 곳이다.
이곳은 98년 LA 북쪽 바렌시아에 거주하는 처남집을 방문했을 때 이른 새벽 근처 호수에 차를 몰고 갔다가 낛시를 하는 일흔이 넘은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소개받은 곳이다. 미술품의 규모는 물론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운영 System 모든 것이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다. 개인이 소지해 귀에 꼿고 들을 수 있는 한국어안내 카쎗트도 있다. 물론 무료이다. 그리고 안내자는 대부분 나이 들은 자원 봉사자들 이다. 방문객이 많아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산 꼭대기 까지는 Getty's Center에서 운영하는 무료 Tram Car를 이용한다.
<폴 게티 뮤지엄>은 만리부 해안의 언덕위에서 태평양의 풍파를 내려다보고 있
었다.
"순전히 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함국에서부터 날아왔단 말입니다. 한
국은 저 바다의 맨 끝에 있는 나라라구요."
예약이 안 된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박물관의 늙은 수위가 우리를 점
잖게 사양했지만, 누리는 수위의 품위를 약점으로 삼아 유창한 거짓말로 정문을 무
사히 통과하였다.
석유재벌 폴 게티가 개인자산으로 꾸몄다는 박물관, 사설 미술관으로는 세계에
서 가장 많은 로마시대의 조각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우리가 무슨 별나게 예술을 감상하겠다고 거길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
저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간 것이었다. 그런데 뮤지엄이라는 간판이 보였고, 수풀이
우거진 그 입구가 근사해서 들어가 본 것이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무료라기에 거짓
말을 해본 것이다.
나체의 입상들이 늘어선 화랑의 한가운데 섰을 적에는 나혼자 옷을 입고 목욕탕
에 등어선 듯한 착각 때뭉에 잠깐 민망했지만, 미컬란젤로며 라파엘의 원화 앞에서
도 뜨거운 감동이 일지 읺아서 부끄러웠지만, 어쨌거나 그것들은 매우 훌륭해 보였
다. 예술에 관한 한 진조라는 말을 적용시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으니
까.
뗀마크 화가들이 펜으로 그린 흑백의 풍경화들은 어찌나 소박하고 평화로워 보
이는지 슬쩍 한 장쯤 훔쳐오고 싶었고, 로코코시대의 프랑스 황실 가구들은 온통
유치한 무늬들이 빈틈없이 이씀에도 불구하고 전체로 보면 아주 우아해 보이는 게
신가했다.
이것들을 모두 수집하기 위해서 폴 게티는 얼만큼의 달러를 지불했을까. 몇 년
전인가 폴 게티 2세는 아들의 몸값을 내라는 유괴범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유괴범
들이 폴 게티 3세의 한 쪽 귀를 잘라 보냈을 때에도 폴 게티 2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폴 게티 3세는 로마시대의 조각처럼, 귀가 한 쪽밖에 없다. 정신까지 이
상해진 그는 정신병원에 갇혀서 살고 있다고 한다.
폴 게티 3세는 최근, 자산의 생활비를 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 폴 게티
2세를 고소했고, 매스컴은 그들 부자의 싸움을 흥비진진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런 뉴스를 들으면서, 폴 게티 박물관의 그 점잖은 수위는 무슨 생각을 할까.
목적지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단의 이자벨라 호수. 준민이와 그놈의 약혼녀 수
희가 한차에 탔고, 우리 차의 뒷좌석에는 태호네 부부를 실었다.
정오가 다 되어 출발했기 때문에 호수 근처에 이르렀을 즈음엔 벌써 어스름이었다. 그리고 비, 나는 그저 비를 내려주는 하늘이 고맙고 고마워서 감사헌금이라도 드리
고 싶은 심정이었다. 태호네의 불평일랑 귓전으로 흘리고.
처음에 들른 호텔에 마침 2인용 방 세 개가 비어 있다고 했지만 준민이가 얼굴
을 붉히면서 펄쩍 뛰었다. 자기네는 아직 부부가 아니라는 거였다. 미래의 장모에게 단단히 약속을 하고 떠나 왔다는 거였다.
우리는 다른 호텔로 가서 거실과 두 개의 침실이 붙어 있는 스이트를 빌렸다.
맥주를 마시며 참새와 식인종 이야기로 한참을 웃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다 같이 한밤중의 호숫가에 나가보았다. 달은 없었고 고요하였다. 까만 밤이었기
에, 몇 개의 별들이 가까스로 내뿜는 별빛들이 총총하였다.
어둠 속에서 바람이 부대끼는 호숫물소리가 들렸다. 안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보이는, 여린 별빛을 반사하고 있는 호수의 수면.... 우리들은 그저 그곳이 어렵게
찾아온 목적지였기에 떨면서도 거기에 서 있었으며, 정적이 너무나 깊어서 모두 갑
자기 침묵했었나보다.
미국에 와서 겪은 지난 몇 달간의 혼돈이, 내 젊은 날의 한동안을 주눅들게 했
던 파문들에 대한 원망이 퍼뜩 스쳐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전혀 내가 원했던바가
아니었다. 나는 산속 깊이 숨은 호수처럼, 그렇게 조용히 잔잔하게 살고 싶었다. 나
는 이를 악물고 눈에 핏줄을 세우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싶었다.
왜 그래요하고 미나가 물었다.
내가 아무리 부인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내 눈에서 분명히 물기를 보았다며, 미
나는 제멋대로 걱정이었다.
(김한길 지음 '눈뜨면 없어라' 중에서)
가볼만한 곳 'Paul Getty Museum' 소개와 한 때는 그분도 불의에 대한 울분이
있었구나 생각하며 또 나 자신의 지난날의 울분을 되삭이며 이글을 올린다.
Paul Getty Museum(Getty's Center)은 지금은 LA 남쪽 산 꼭대기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입장료 주차료 무료이며 꼭 가볼만한 곳이다.
이곳은 98년 LA 북쪽 바렌시아에 거주하는 처남집을 방문했을 때 이른 새벽 근처 호수에 차를 몰고 갔다가 낛시를 하는 일흔이 넘은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소개받은 곳이다. 미술품의 규모는 물론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운영 System 모든 것이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다. 개인이 소지해 귀에 꼿고 들을 수 있는 한국어안내 카쎗트도 있다. 물론 무료이다. 그리고 안내자는 대부분 나이 들은 자원 봉사자들 이다. 방문객이 많아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산 꼭대기 까지는 Getty's Center에서 운영하는 무료 Tram Car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