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는 소꿉놀이를 하거나, 골목길에서 술래잡기, 자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땅뺏기, 격렬한 말타기,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좀 커서는 친구와 함께 극장을 간 적도 있고, 음악 감상 실에서 뭔지도 모르는 선율을 들으며 친구와 두 눈을 감고 있었던 재미난 기억도 난다. 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냥 여기저기 낄낄대며 깡통을 차며 쏘다녀도 재미가 있었다.
요즈음엔 오랜만에 문득 생각이 나서 만남의 약속을 하고 자리를 같이하면 반가운 김에 손 마주 잡고, 술 한잔 할 수 있는 식당으로 간다. 잔 부딪치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보면 기분은 더 좋아지기 마련이고,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자리를 바꿔 한잔 더 하고 나면 누군가의 제안으로 당구장으로 노래방으로... 오랜만에 친구 만나 기분은 좋을 수밖에 없지만 한편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만 골라서 하고 밤늦은 시간이 되서야 집으로 가게되는 거다.
나는 지난 1년 3개월 간 매달 꺽정이의 안내로 30명이 넘는 동기생들과 함께 웃으며 떠들며 땀 흘리며 숨차는 것까지 즐겨가면서 산에 오르고, 경치보고, 한 달에 두 번은 이승희가 안내하는 매일회 산행에 가담해서 가뿐해지는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서 조용히 책을 보거나 화분을 가꾸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런 것엔 익숙하지 않다. 아직 소년 같은 기질이 남아 있는 탓인지 난 여러 명이 모이는데 끼어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망망 대해를 항해하는 항해사가 항상 현재의 좌표를 읽어서 배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처럼 나도 살아오는 동안 나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살아야하는 일도 갈수록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아침 나의 좌표 속에 있는 내용 하나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다. 그 좌표 안에는 요즈음 내가 너무 자주 쓰는 건 아닌가 하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