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리트머스 試驗紙가 아니다.
얘, 어젯밤 우리 밤새 칼로 물베기 했단다.
무슨 소리냐구? 夫婦싸움 말이야.
글세, 남편회사에서 부부동반 忘年會를 했지 뭐니.
무슨 모임에만 가면 으레 노래시키는 거 있지? 노래 못부른다고 사양하는
사람 억지로 노래 부르게 해놓고 자기들끼리 떠들고 마시는 건 또 무슨 경
우니? 그러다 노래 끝나면 서둘러 요란해게 손뼉 짝짝 치면서 앙콜앙콜 소
리치는 건 정말 놀부 後裔다운 심술보 아니겠니?
노래 때문에 싸웠냐구? 아니, 나야 이문동 카수 아니니. 그게 아니고 우리
부부가 노래를 부르고 막 들어가려는데 사회자가 "잠간만" 하더니 이런 질문
을 하는 거야.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아내와 또 결혼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와,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말, 그거 당장 고쳐야겠대. 남자가 여우
라니까. 우리 남편 좀 봐. 얼굴색 하나도 안 변하고 사람 좋은 미소 날리며
힘차게 대답한 거 있지. 그러자 "와" 하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어.
"사모님은 행복하시겠습니다. 과장님이 다시 태어나도 사모님과 결혼하렜
다고 단 일 초의 망서림도 없이 대답하셨으니까요. 그럼 이번엔 사모님께 묻
겠습니다. 사모님은 다시 태어난다면 과장님과 결혼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나도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어. 아니, 똑같은 남자랑 똑같이 살
바에 뭐하러 힘든 세상 또 태어나니? 그리고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바보가
어디 있니? 미혼시절 누구나 그렇듯 나도 결혼에 대해 아름다운 환상을 갖
고 있었어. 그때 애인이었던 지금의 남편은 내가 그런 환상을 갖도록 빈틈없
이 도와줬지. 만날 때마다 불쑥 내미는 꽃 한 송이, 날 즐겁게 해주려고 아
름다운 싯귀절을 읊기도 했어. 그래서 난 이 남자와 결혼하면 늘 꽃과 대화
가 풍성한 저녁식탁에 앉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
그런데 결혼한 그날 "쨍" 했어
뭐? 결혼한 그날부터 째하고 해뜬 것처럼 따뜻하고 행복했냐구? "쨍" 그거
환상 깨지는 소리야.
연애는 아름다운 꽃다발을 가득 실은 쌍두마차,
결혼은 초겨울 빈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
아하, 내 운명은 두 개의 바위 틈에 난 고민의 싹.
자상한 애인은 간 곳 없고 코 앞에 재떨이까지 집어달라는 어린애 같은
어른 남자만 있더라 그 말이야. 되레 낚은 고기에 낚시밥 주는 얼간이 봤냐
구? 하며 큰소리까지 치는 거야.
망년회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은 가슴에 뜨거운 군 고구마 품고 있는
사람처럼 파르르 하는 거 있지? 뭐 내가 자기 체면을 구겼다나?
"이건 손발이 맞아야 뭘 해먹지. 내 입장이 뭐가 되겠어? 당신 정말 다른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야?"
"누가 들으면 날 바람난 여자로 생각하겠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이걸 전제
로 해야지요."
"그래,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남자와 결혼한 생각이야?"
"물론이예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남편은 뜨끔한지 잠자코 있더군.
"난 이 남자와 결혼할 거예요."
내가 경대서랍에서 사진을 꺼내자 남편은 길길이 뛰기 시작했어.
"아니, 다른 남자 사진을 입대껏 품고 있었어? 이 여자 정말 안되겠네?"
"난 이 남자가 좋아요. 일에는 철저하지만 사랑에는 무조건 굴종하는 남자,
여잘 위해 목숨도 바치는 남자, 당신처럼 여자 위에서 군림하려는 남자하곤
질이 틀려요."
에라 내친 김이다 하고 나믐 쏘아 부쳤지.
"이, 이, 여자가."
남편은 파르르 떨면서 내 손에서 사진을 낚아챘어.
"첫사랑이야? 누구야?"
그러나 남편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한마디 말도 못했어. 바로 십오 년 전의
남편의 얼굴이 그 속에서 웃고 있었거든.
"그래요, 나는 십오 년 전의 당신을 그리워해요. 날 설래게 했던 아름다운
남자, 당신은 변했어요."
갑자기 콧등이 찡 해지면서 눈물이 쏟아지는 거야.
남편은 아무 말 못하고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더군.
사랑마저 세월과 함께 깍여지고 거칠어진다면 우리 삶이 너무 슬프지 않
을까?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만은 정말 사랑만은 변하지 않아야 되는거 아니겠
니?
-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로포즈" 중에서 -
얘, 어젯밤 우리 밤새 칼로 물베기 했단다.
무슨 소리냐구? 夫婦싸움 말이야.
글세, 남편회사에서 부부동반 忘年會를 했지 뭐니.
무슨 모임에만 가면 으레 노래시키는 거 있지? 노래 못부른다고 사양하는
사람 억지로 노래 부르게 해놓고 자기들끼리 떠들고 마시는 건 또 무슨 경
우니? 그러다 노래 끝나면 서둘러 요란해게 손뼉 짝짝 치면서 앙콜앙콜 소
리치는 건 정말 놀부 後裔다운 심술보 아니겠니?
노래 때문에 싸웠냐구? 아니, 나야 이문동 카수 아니니. 그게 아니고 우리
부부가 노래를 부르고 막 들어가려는데 사회자가 "잠간만" 하더니 이런 질문
을 하는 거야.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아내와 또 결혼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와,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말, 그거 당장 고쳐야겠대. 남자가 여우
라니까. 우리 남편 좀 봐. 얼굴색 하나도 안 변하고 사람 좋은 미소 날리며
힘차게 대답한 거 있지. 그러자 "와" 하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어.
"사모님은 행복하시겠습니다. 과장님이 다시 태어나도 사모님과 결혼하렜
다고 단 일 초의 망서림도 없이 대답하셨으니까요. 그럼 이번엔 사모님께 묻
겠습니다. 사모님은 다시 태어난다면 과장님과 결혼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나도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어. 아니, 똑같은 남자랑 똑같이 살
바에 뭐하러 힘든 세상 또 태어나니? 그리고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바보가
어디 있니? 미혼시절 누구나 그렇듯 나도 결혼에 대해 아름다운 환상을 갖
고 있었어. 그때 애인이었던 지금의 남편은 내가 그런 환상을 갖도록 빈틈없
이 도와줬지. 만날 때마다 불쑥 내미는 꽃 한 송이, 날 즐겁게 해주려고 아
름다운 싯귀절을 읊기도 했어. 그래서 난 이 남자와 결혼하면 늘 꽃과 대화
가 풍성한 저녁식탁에 앉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
그런데 결혼한 그날 "쨍" 했어
뭐? 결혼한 그날부터 째하고 해뜬 것처럼 따뜻하고 행복했냐구? "쨍" 그거
환상 깨지는 소리야.
연애는 아름다운 꽃다발을 가득 실은 쌍두마차,
결혼은 초겨울 빈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
아하, 내 운명은 두 개의 바위 틈에 난 고민의 싹.
자상한 애인은 간 곳 없고 코 앞에 재떨이까지 집어달라는 어린애 같은
어른 남자만 있더라 그 말이야. 되레 낚은 고기에 낚시밥 주는 얼간이 봤냐
구? 하며 큰소리까지 치는 거야.
망년회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은 가슴에 뜨거운 군 고구마 품고 있는
사람처럼 파르르 하는 거 있지? 뭐 내가 자기 체면을 구겼다나?
"이건 손발이 맞아야 뭘 해먹지. 내 입장이 뭐가 되겠어? 당신 정말 다른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야?"
"누가 들으면 날 바람난 여자로 생각하겠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이걸 전제
로 해야지요."
"그래,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남자와 결혼한 생각이야?"
"물론이예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남편은 뜨끔한지 잠자코 있더군.
"난 이 남자와 결혼할 거예요."
내가 경대서랍에서 사진을 꺼내자 남편은 길길이 뛰기 시작했어.
"아니, 다른 남자 사진을 입대껏 품고 있었어? 이 여자 정말 안되겠네?"
"난 이 남자가 좋아요. 일에는 철저하지만 사랑에는 무조건 굴종하는 남자,
여잘 위해 목숨도 바치는 남자, 당신처럼 여자 위에서 군림하려는 남자하곤
질이 틀려요."
에라 내친 김이다 하고 나믐 쏘아 부쳤지.
"이, 이, 여자가."
남편은 파르르 떨면서 내 손에서 사진을 낚아챘어.
"첫사랑이야? 누구야?"
그러나 남편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한마디 말도 못했어. 바로 십오 년 전의
남편의 얼굴이 그 속에서 웃고 있었거든.
"그래요, 나는 십오 년 전의 당신을 그리워해요. 날 설래게 했던 아름다운
남자, 당신은 변했어요."
갑자기 콧등이 찡 해지면서 눈물이 쏟아지는 거야.
남편은 아무 말 못하고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더군.
사랑마저 세월과 함께 깍여지고 거칠어진다면 우리 삶이 너무 슬프지 않
을까?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만은 정말 사랑만은 변하지 않아야 되는거 아니겠
니?
-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로포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