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전에는 나는 그런 야망을 가진 적이 별로 없이 살았었는데 이제 직장을 정리하려는 마당에 생각해보니 이름과 함께 적히는 그럴듯한 직함이 멋져 보이고 부럽기도 하다. 그저 하루 하루의 삶에 가벼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변을 정리하고 가능하면 버리며 살았다고 변명할 수 있을까.
난 세상이 알아주는 직함을 가지고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를 완벽하게 관리해내며 산적도 없고, 고차원의 멋진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지도 못했다. 또 틈틈이 공부도하고 노력도 해서 박학다식하고 능력 있는 삶을 꾸려오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럭저럭 하루하루 살다보니 어느새 난 세상을 꽤 오래 산 듯하다.
이제와 보니 힘이 넘치던 젊은 시절이 저 만치 가 있는 것이 많이 아쉽기 도하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 보면 나이 먹은 덕에 좋아진 점도 꽤 많다.
이제는 다른 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많아진 것도 참 즐겁다.
"그래, 그래서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때면 난 즐거워진다.
늘 그런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될 때면 즐겁다.
아주 조그만 것이라도 남에게 양보하기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속 좁은 생각에서
이젠 속태우지 않고 조금씩 벗어나는 기쁨이 있다.
또 누가 뭐라도 나는 나다. 그런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 좋다. 그보다는 나만 그런지 알았더니 우리 친구들도 마찬가지구나. 그러면서 안심하고 위로 받은 적이 참으로 많다. 세상일이 대부분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으면서 내 생각만을 강하게 주장하는 일도 차차 두려워진다.
앞으로는 이러고 저러고 사설을 늘어놓지도 말고 그윽한 미소만을 띠고 살아야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