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의 친구는 친구. 따라서 내 대학동창이자 친구인 서강대 이남주교수는 부고16 동문들과도 친구.
- 이 친구 제자가 많다보니 주례 설 기회가 많아 결혼식에 얽힌 얘기가 많고, 이 얘기를 시리즈로 대학동창 홈피에 올린 바 있는데, 그 내용이 혼자 보기에는 너무 재미있어 여기다 퍼다 옮김.
- 정식으로 저작권 허여를 받아 올리는 것이므로, 혹 무단전재를 빌미로 협박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를...
- 앞으로 5회에 걸쳐 주말연속극으로 전재할 것을 약속드림.
- 지난번 땅콩 '주례 이야기'는 사실 이 친구의 글을 읽고 나도 한번 흉내 내 본건 데, "재미있는 글 쓰는 건 아무나 하나" 하는 한탄만 나올 뿐 소득은 없었음.
주례 이야기(1)—“경영학과 92학번인데요”
때르릉
<나> 네, 이 남줍니다.
[졸업생] 저어. 저는 92학번 경영학과 졸업생 홍길동입니다. (이건 95% 주례부탁)
<나> 그래, 반갑다. 요즘 어디 근무하니? (약속 적는 수첩을 뒤적이기 시작함)
[홍] ....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교수님 찾아 뵙고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게...
<나> 바쁜데, 찾아오긴 뭐. 그래 너 장가가는 게로구나?
[홍] 아니, 교수님 어떻게 아십니까? (녀석아, 이런 전화 한두 번 받는 줄 아니.)
<나> 축하한다. 그런데, 내 과목 들은 일이 있니? (경영학과 한 학년이 300명이라 아무도 기억안남)
[홍] 꼭 들을려구 하다가 시간이 안 맞아서 못들었지만, 학교 선배님이고 평소 제가 ...(이후 약간의 아부)
<나> 언제냐? 다른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어떤 때는 둘러 댈 만한 일이 있으면 할 때도 있지.)
[홍] 고맙습니다. 사실 ....께 부탁드렸는데 선약이 있으시다고 해서. 모월 모일 몇시 어디 웨딩홀입니다. (임마, 그래도 나한테 말 할 때는 처음 부탁한다고 하는거야)
<나> 다행히 다른 약속이 없구나.
[홍] 감사합니다. 그럼 제 약혼자하고 한번 찾아 뵙고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 그렇게하렴.
한동안 감감 무소식. 이젠 내가 초조해질려는 어느날
따르릉.
[홍] 죄송합니다. 그 동안 몇 번 연락드렸는데 안계셔서... (곧 죽어도 자기 잘못은 없으니까)
<나> 그랬니. 전화못받아 미안하구나. (참고: 내 전화는 answering phone 이고, 이동전화는 항상 열려있음)
[홍] 이번 주 토요일이 결혼식 인데요...제가 약혼자하고 한번 찾아 뵈어야 하는데 그동안 연락이 안되어...
<나> 그랫었구나. 난 안 바쁘니까 아무 때나 와라.
[홍] 그런데 있잖아요...약혼자가 직장에 다니는데 았잖아요, 저하고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있잖아요 ... 가 뵐려고는 하는 데요 ...(더듬 거림. 나한테서 오지 말라고 하는 말 기다리는 중) 꼭 가야 하는데요....
<나> 요즘 결혼식 준비하느라고 얼마나 정신이 없겠니. 결혼식 날 볼 텐데 오긴 뭘.
[홍] (아주 밝은 목소리로) 꼭 갈려고 그랬는데 교수님이 바쁘신 것 같고, 또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럼 저 혼자래두 시간내겠습니다. (아주 황송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그런데 내일 저녁에 학교 계시나요? 제가 직장 끝나고 학교가면 일곱시 반 까지는 가 뵐 수 있는데...
<나> 마침 별 약속이 없구나. 오거라. (짜장면 한 그릇 사먹고 기다렸지)
졸업생들이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학교 선생에게 주례를 부탁할 수 밖에 없는 법. 내가 해야 하는 일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주례를 서준다. 동료 중에는 절대로 안 서 준다는 분(놈)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