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化粧術
(이글은 전시륜이라는 어느 무명 철학자가 쓴 "유쾌한 행복론"
에 실린 글이다)
제대로 쓰인 글은 여자의 수영복과 같아야 한다고 한다. 짧으면 짧
을수록 좋고 감출 곳은 모두 감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멋있는 애기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글쓰는 것은 오락이라는 이론을 전개해 보겠다. 많은 사람
들은 글쓰는 것을 일종의 시련으로 생각하는데 글쓰기는 훌륭한 오락일 수
있다. 글을 잘 쓰자면 화장대 앞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한번 보기만 하면 된
다.
여자는 잠자기 전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 얼굴을 다듬고 머리카락을 빗
어가면서 베개와 이불한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자로
글쓰는 사람은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옆 골목에 가서 빵을 한 개
사려고 화장하는데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데이트를 하는 경우라면
라벤더 향수를 쓸까, 아니면 치나무 향수를 쓸까 하고 생각해 봐야 된다. 어
떤 색깔의 입술 연지와 마스카라를 선택해야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마찬가지
로 작가는 항상 독자의 성향과 취미에 맞는 어휘와 문체를 선택해야 된다.
학술 잡지에는 점잖은 말투로 써야 하고 대중 잡지에는 연지 찍고 곤지 찍
은 말이나 진부한 마사여구를 써서 독자의 권태증을 덜어 주는 것도 좋다.
화장의 계기 또한 중요하다. 여자가 파자마 파티에 무도회용 정장을 하
고 나타난다면 꼴불견일 것이다. 이런 모임에서 형이상학을 따진다는 것도
우스운 일니다. 마찬가자로 작가가 사용하는 말과 그 말이 자아내는 기분
(mood)은 계기에 알맞아냐 한다. 글이 고의적으로 익살맞을 수 있고 가볍게
비꼴 수 있으며 터무니없이 극성스러울 수 있고 외교적으로 간명할 수도 있
다.
옷 길이, 무뉘, 짜임새 또한 중요하다. 재래적인 검정색, 밤색 옷은 자
극성이 없어 무난하다. 치마 길이는 무릎에 오는 것이 적당하다. 장단지가
동태같이 어는 한이 있어도 옷을 껴입는 짓은 한사코 피해야 한다. 긴 문장
을 여러 개 땜질하는 글을 보면 스웨터를 두 개씩, 세 개씩 껴입은 여인을
보는 것같이 속이 메스꺼워진다. 너무나 다채로운 형용사, 지나치게 활기 있
는 동사가 많으면 비잔틴 주단을 보는 것처럼 정신을 어지럽게 하여 주의력
을 잃게 만든다. 까다로운 문체는 마음에 혼란을 가져온다.
얼마만큼 드러내고 얼마만큼 숨겨야 하는지는 판단을 잘해야 한다. 폭로
기사는 나체처럼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들자만 인간이 가지는 상
상력의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모든 창조를 저지한다. 모든 아름다움이 착상되
고 심지어 추한 것이 미화되는 것도 상상력의 세계 속에서 일러나기 때문이
다. 진실로 문장지도의 극치는 넌지시 비치고 암시하는 수법에 있다. 평범한
여자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미인으로 보이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공개된
비밀이다.
조화는 화장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빨강 머리 여자가 검정 옷을
입고 횐구두를 신으면 촌스럽게 보인다. 색상의 조화가 멋있게 하기 위해 꼭
광학 원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지만 입술을 칠하면 눈섭도 그리는 것이 마
땅하다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글의 일관성 문제를 제기한다. 警句를 구슬처
럼 주워 보석을 만들면 그것은 목에 걸어야지 코 끝에 댕그랑 매달리게 하
면 흉측하다. 어떤 여자는 눈, 코, 입 등을 따로 놓고 보면 대수롭지 않으나
전체적인 조화는 은근한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일관성이란 글의 전체적 조화
를 의미하고 모자를 쓰면 장갑을 껴야 된다는 말과 같다.
한 작가가 지닌 재능은 여인의 몸매와 비슷하다. 몸매는 타고난 것으로
임의로 다리를 잡아 늘리고 주근깨 수효를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허리가
가냘프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여기에 다이어트 콜라와 에어로빅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QT크림을 적절히 사용하면 주근깨도 두두러져 보이지 않는다. 이
와 비슷하게, 작가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하여 재능의 부족함을 보상할 수 있
다.
글의 핵심은 글이 담는 내용이다. 글의 내용은 인체의 영혼과 같다.깊
이 없는 여자는 사귈 재미가 없듯이 내용 없는 글은 제아무리 화려하고
다채로워도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영혼이 배움과 훈련으로 비옥해지듯이
작가 또한 열심히 읽고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 통찰력을 쌓아야 한다.
마자막으로 작가마다 고유의 문체를 배양해야 된다. 흔한 말로 여자는
얼굴이 예쁘든가 개성을 지니고 있어야 된다고 한다. 미모는 스스로의 광고
문이요, 세상은 자고로 미인을 푸대접한 적이 없다.그러나 오직 개성 있
는 여인만이 매력적이다. 개성이란 그녀 고유의 걸음걸이, 웃음 소리, 윙크,
어조, 심지어 머리에 맨 댕기, 손가락에 낀 반지에 나타난다. 요즘 세상에서
그녀의 신분을 밝혀주는 것이 바로 개성이다.
문체와 글과의 관계는 인간과 개성과의 관계와 같다. 글쓰는 즐거움이
한 가지 오락이란 것은 사물을 일정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개성에 맞게
해명하는 데 있다. 옳은말, 어진 말은 聖賢들이 벌써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들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어떻게 하면 옛말을 나날이 달라지는 현대
風調와 口味에 일맞게 조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학이란 신사복 뒷소매에
붙였다 떼냈다 하는 단추가 아닐까? 오늘은 한 개, 내일은 세 개, 모래는
두 개, 이것이 스타일이요, 문체요, 개성이요, 글쓰기의 재미이다.
오락으로 본 글쓰기, 이 뚱단지 같은 행실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은 무
엇일까? 거울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여동생에게 물어 보라. 그녀가 매일
저녁 데이트를 하고 있는 줄 알면 이것은 큰 오해이다. 그녀는 화장 그 자체
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입 안에 신물이 날 정도로 오랬동안 참고 견딘 후에 작가가 마지막 글
을 마치게 되면 그는 마치 거울 앞에 앉아서 마지막 분가루를 날리고 거울
속에 비친 스스로의 아름다운 영상에 황홀해 하며 얼굴을 쓰다듬어 보는 소
녀처럼 고요한 만족감을 느낀다. 작가가 얻는 보답은 아름다움은 창조했다는
무아경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글은 전시륜이라는 어느 무명 철학자가 쓴 "유쾌한 행복론"
에 실린 글이다)
제대로 쓰인 글은 여자의 수영복과 같아야 한다고 한다. 짧으면 짧
을수록 좋고 감출 곳은 모두 감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멋있는 애기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글쓰는 것은 오락이라는 이론을 전개해 보겠다. 많은 사람
들은 글쓰는 것을 일종의 시련으로 생각하는데 글쓰기는 훌륭한 오락일 수
있다. 글을 잘 쓰자면 화장대 앞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한번 보기만 하면 된
다.
여자는 잠자기 전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 얼굴을 다듬고 머리카락을 빗
어가면서 베개와 이불한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자로
글쓰는 사람은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옆 골목에 가서 빵을 한 개
사려고 화장하는데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데이트를 하는 경우라면
라벤더 향수를 쓸까, 아니면 치나무 향수를 쓸까 하고 생각해 봐야 된다. 어
떤 색깔의 입술 연지와 마스카라를 선택해야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마찬가지
로 작가는 항상 독자의 성향과 취미에 맞는 어휘와 문체를 선택해야 된다.
학술 잡지에는 점잖은 말투로 써야 하고 대중 잡지에는 연지 찍고 곤지 찍
은 말이나 진부한 마사여구를 써서 독자의 권태증을 덜어 주는 것도 좋다.
화장의 계기 또한 중요하다. 여자가 파자마 파티에 무도회용 정장을 하
고 나타난다면 꼴불견일 것이다. 이런 모임에서 형이상학을 따진다는 것도
우스운 일니다. 마찬가자로 작가가 사용하는 말과 그 말이 자아내는 기분
(mood)은 계기에 알맞아냐 한다. 글이 고의적으로 익살맞을 수 있고 가볍게
비꼴 수 있으며 터무니없이 극성스러울 수 있고 외교적으로 간명할 수도 있
다.
옷 길이, 무뉘, 짜임새 또한 중요하다. 재래적인 검정색, 밤색 옷은 자
극성이 없어 무난하다. 치마 길이는 무릎에 오는 것이 적당하다. 장단지가
동태같이 어는 한이 있어도 옷을 껴입는 짓은 한사코 피해야 한다. 긴 문장
을 여러 개 땜질하는 글을 보면 스웨터를 두 개씩, 세 개씩 껴입은 여인을
보는 것같이 속이 메스꺼워진다. 너무나 다채로운 형용사, 지나치게 활기 있
는 동사가 많으면 비잔틴 주단을 보는 것처럼 정신을 어지럽게 하여 주의력
을 잃게 만든다. 까다로운 문체는 마음에 혼란을 가져온다.
얼마만큼 드러내고 얼마만큼 숨겨야 하는지는 판단을 잘해야 한다. 폭로
기사는 나체처럼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들자만 인간이 가지는 상
상력의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모든 창조를 저지한다. 모든 아름다움이 착상되
고 심지어 추한 것이 미화되는 것도 상상력의 세계 속에서 일러나기 때문이
다. 진실로 문장지도의 극치는 넌지시 비치고 암시하는 수법에 있다. 평범한
여자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미인으로 보이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공개된
비밀이다.
조화는 화장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빨강 머리 여자가 검정 옷을
입고 횐구두를 신으면 촌스럽게 보인다. 색상의 조화가 멋있게 하기 위해 꼭
광학 원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지만 입술을 칠하면 눈섭도 그리는 것이 마
땅하다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글의 일관성 문제를 제기한다. 警句를 구슬처
럼 주워 보석을 만들면 그것은 목에 걸어야지 코 끝에 댕그랑 매달리게 하
면 흉측하다. 어떤 여자는 눈, 코, 입 등을 따로 놓고 보면 대수롭지 않으나
전체적인 조화는 은근한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일관성이란 글의 전체적 조화
를 의미하고 모자를 쓰면 장갑을 껴야 된다는 말과 같다.
한 작가가 지닌 재능은 여인의 몸매와 비슷하다. 몸매는 타고난 것으로
임의로 다리를 잡아 늘리고 주근깨 수효를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허리가
가냘프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여기에 다이어트 콜라와 에어로빅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QT크림을 적절히 사용하면 주근깨도 두두러져 보이지 않는다. 이
와 비슷하게, 작가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하여 재능의 부족함을 보상할 수 있
다.
글의 핵심은 글이 담는 내용이다. 글의 내용은 인체의 영혼과 같다.깊
이 없는 여자는 사귈 재미가 없듯이 내용 없는 글은 제아무리 화려하고
다채로워도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영혼이 배움과 훈련으로 비옥해지듯이
작가 또한 열심히 읽고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 통찰력을 쌓아야 한다.
마자막으로 작가마다 고유의 문체를 배양해야 된다. 흔한 말로 여자는
얼굴이 예쁘든가 개성을 지니고 있어야 된다고 한다. 미모는 스스로의 광고
문이요, 세상은 자고로 미인을 푸대접한 적이 없다.그러나 오직 개성 있
는 여인만이 매력적이다. 개성이란 그녀 고유의 걸음걸이, 웃음 소리, 윙크,
어조, 심지어 머리에 맨 댕기, 손가락에 낀 반지에 나타난다. 요즘 세상에서
그녀의 신분을 밝혀주는 것이 바로 개성이다.
문체와 글과의 관계는 인간과 개성과의 관계와 같다. 글쓰는 즐거움이
한 가지 오락이란 것은 사물을 일정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개성에 맞게
해명하는 데 있다. 옳은말, 어진 말은 聖賢들이 벌써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들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면 어떻게 하면 옛말을 나날이 달라지는 현대
風調와 口味에 일맞게 조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학이란 신사복 뒷소매에
붙였다 떼냈다 하는 단추가 아닐까? 오늘은 한 개, 내일은 세 개, 모래는
두 개, 이것이 스타일이요, 문체요, 개성이요, 글쓰기의 재미이다.
오락으로 본 글쓰기, 이 뚱단지 같은 행실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은 무
엇일까? 거울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여동생에게 물어 보라. 그녀가 매일
저녁 데이트를 하고 있는 줄 알면 이것은 큰 오해이다. 그녀는 화장 그 자체
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입 안에 신물이 날 정도로 오랬동안 참고 견딘 후에 작가가 마지막 글
을 마치게 되면 그는 마치 거울 앞에 앉아서 마지막 분가루를 날리고 거울
속에 비친 스스로의 아름다운 영상에 황홀해 하며 얼굴을 쓰다듬어 보는 소
녀처럼 고요한 만족감을 느낀다. 작가가 얻는 보답은 아름다움은 창조했다는
무아경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