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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이야기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셀 수없이 많은 약속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약속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혼인일 터이다. 하긴 이혼을 식은 죽 먹는 일만큼 쉽게 생각하는 요즈음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신세대라 하더라도 한 남자 또는 한 여자를 택하여 죽는 날까지 함께 살아간다는 약속을, 금새 취소할 수도 있는 친구 만날 약속시간 정하듯 쉽게 하지는 못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니 젊은 세대들에게도 혼인식은 가벼운 약속은 아닐 게다. 그렇게 중요한 공공연한 약속을 하는 자리에 반드시 필요한 게 주례다. 그래서 주례란 아무렇게나 나설 수 없는 자리이다.
 
   마흔을 갓 넘은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의 한 직원이 결혼 날짜를 받아놓고 주례를 정하지 못해 애를 쓰다가 나를 찾아왔다. 나보고 주례를 서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였다. 내가 벌써 주례 설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랐을 뿐 아니라, 남 앞에 나서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 때문에 주례라는 걸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나는, 이 부탁을 고사하는데 애를 먹었다. 혹시 자기를 싫어해서 주례 부탁을 안 들어준다고 오해라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갖다 붙인 궁색한 이유가 “이 친구야, 적어도 나이가 쉰이나 돼야 주례를 하던가 하지, 나처럼 새파란 사람이 주례를 서면 다른 사람들이 저 친구는 주례 세울 사람이 그렇게 없었냐고 할 게 아닌가?”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내가 다른 분을 구해 보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 때 생각에는 내 나이 쉰 살이 된다는 게 가마득하게 먼 일로만 느껴졌던 게 틀림없다. 
 
   그 뒤 어쩌다 주례 얘기만 나오면 나는 혹 피치 못할 부탁이 있더라도 쉰 전에는 절대 주례를 안 서겠다는 말을 일삼아서 굳이 해왔다. 그 덕택이었는지 그 뒤로 주례 부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땀 흘려가며 사정하면서 오해 없이  거절해야 하는 부담도 없었다. 부탁할 사람도 없는 걸 지레 겁 먹고 혼자서 떠들어 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주례란 나와 전혀 무관한 일로 잊고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무심히 살아가던 어느 날, 능력이 출중하고 인성이 깔끔하여 평소 아끼던 직원 하나가 찾아 와 내게 주례를 부탁하는 게 아닌가. “사장님, 이제 연세가 쉰이 넘었으니 주례 부탁 꼭 들어 주셔야 합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평소 해 놓은 말이 있어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부탁을 들어줄 수도 없는 난감한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잔 머리를 굴려 “자네 혼인 날 즈음해서 해외 출장을 가게 될 지 모르는데, 약속을 했다가 그렇게 확정 되면 낭패가 아닌가. 그러니 다른 분을 알아 보도록 하게”하며 온갖 수사를 동원한 간곡한 얘기로 그 부탁을 모면하였으나 여간 미안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결혼식에 갈 때마다 주례가 하는 주례사며 예식 진행을 눈여겨보았다. 쉰이란 나이는 나와 상관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미 쉰 살이 넘었고, 적지않은 수의 사원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언제까지 주례를 외면만 할 수는 없겠다 싶어서 였다. 그렇지만 선뜻 주례를 서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없어서 사내 결혼이 아니면 주례를 서지않겠다는 한가지 조건을 더 내 걸었다. 사내 결혼이 뭐 그리 자주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사내 결혼이 그리 드문 것도 아니었다. 사내 결혼을 한다고 모두 내게 주례를 부탁하는 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열 쌍이 넘는 직원의 주례를 맡게 된 걸 보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알아서 내게 주례를 부탁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찾은 방법이 절차를 까다롭고 복잡하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 주례를 부탁하면 두 사람을 불러놓고 혼인을 앞두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약속을 미리 써 오게 하여 문맥을 정리한 다음, 혼인서약 시간에 하객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낭독하게 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결혼 서약에는 신랑 신부 서로에게 하는 약속, 시가와 처가에게 하는 약속,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자녀에게 하는 약속을 담게 하고, 결혼해서 살아가며 서로 다투게 될 때에는 절대 이 약속을 꺼내 놓고 따지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않았다. 처음에는 되도록 주례 부탁을 피해보려고 궁리한 일이었지만 혼인을 앞두고 혼수 문제라든가 다른 형식이나 물질적인 준비에만 정신을 팔지도 모르는 기간에, 이런 시간을 갖게 하는 게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도 했다.
 
   그 대신 내가 쓴 주례사도 한 부 깨끗이 프린트하여 내 이름을 정성껏 서명한 다음 가족을 통하여 새로 태어난 부부에게 전달한다. 그 안에 다른 주례들은 하지 않는 무슨 특별한 말이 있는 것은 아니로되 복잡한 식장에서 한 주례의 말이 당사자들의 귀에 쏙 들어가지도 않으리란 쓸데없는 걱정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주례사를 준비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례를 설 때마다 새로운 주례사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결혼하는 신부와 신랑에게 축하나 당부하고 싶은 말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글 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전에 써 놓은 몇 가지 주례사 가운데 하나를 골라 조금씩 손대서 사용하고 있다. 주례를 선다고 해야 사원들 결혼식에 국한되기 마련이어서, 우리회사 사람들이라면 내 주례사 내용을 훤히 꿰뚫고 있지않을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친구 혼인식에 와서 주례사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마 없으려니 하고 쉽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언젠가 TV 심야대담 시간에 결혼식 주례 1,000회를 넘긴 분이 나와서 얘기하는 걸 보게 되었다. 하루에 3번 결혼 주례를 한 일도 있다 한다. 혼례라는 대사에 주례가 마땅하지 않아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않고, 주례를 선뜻 서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않기 때문에, 이 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주례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 결심을 실행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 분에게 주례를 부탁하면 결혼식이 겹치지 않는 한 다른 일을 제치고 맡는다고 한다. 무슨 이유로든 남이 꺼려 하는 일을 자진해서 하는 게 진짜 이웃을 위한 봉사가 아니겠냐고 되 묻기도 했다. 또한 혼인은 모든 이에게 축하 받을 경사이므로 주례야말로 축복의 전령이란 사명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온화하고 행복에 가득 찬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듯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주례 부탁을 거절할까 하는 궁리만 하던 내게, 우연히 보게 된 이 대담은 작은 충격이었다. 주례 부탁 못하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이 핑계 저 핑계로 주례를 피하려고 할 게 아니라 부탁이 오면 오히려 웬만한 일은 미룬 채 주례를 서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얼굴 안다고 무턱대고 와서 주례 서달란 사람은 없지 않은가?, 자신의 결혼식에 아무나 주례를 세우고 싶은 사람은 없을 터, 크던 작던 믿음과 존경심이 없다면 주례 부탁을 하겠는가?, 피치 못할 이유도 없이 주례를 거절하는 것은 결국 이런 믿음과 존경을 거부하는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요즈음엔 사내 결혼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원들의 혼인에 주례 부탁을 받으면 되도록 받아 들이는 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내겐 결혼 주례 서는 게 마음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두 가족의 사정은 물론 결혼할 당사자들도 어떤 사람들인지 자세히 모르면서 단지 한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일생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약속을 맺는 자리에 주례로 나선다는 건 그리 마음 편하게 내키는 일은 아니다. 혹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다 하더라도 주례를 탓할 사람이야 없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는 관계로 부부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알게 될 기회도 있고, 그렇게 되면 주례를 서지 않았음 만 못한 일이다. 어쩌다 내가 주례했던 사원들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잘 살고 있는지 묻고 싶은 때도 있지만 다른 직원들과 특별하게 대하는 것처럼 비치면 좋을 게 없다 싶어 그냥 참고 말 때도 있다. 이래저래 주례란 내 성격에는 잘 어울리는 일이 아닌 듯 싶다. 그렇다고 기혼 사원만 뽑을 수도 없는 일이니 내키든 말든 해야 할 때에는 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이런 걱정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으면 누가 찾아와 주례 부탁을 할 것인가. 그러니 부탁 받을 때 기꺼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보다.
   
                                                                                  ( 200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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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근 2002.05.03 03:02
    앗! 용호 땅콩까지 합하면 22번인데, 그걸 깜빡 잊었네. 근데 제목은 어떻게 고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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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준용 2002.05.04 07:03
    책임감있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서는 주례가 훌륭한 주례라는 말씀이네그려. 나도 그런 타입?이라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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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행선 2002.05.05 00:03
    제목을 고치려면 밑에 있는 수정 버튼 누르고 이글 올릴 때 넣었던 비밀번호 넣고 고치고나서 다시 등록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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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행선 2002.05.05 05:06
    여기에 자기가 썼던 주례사 중에 그럴듯한 것 올려서 서로 보고 조금씩 베끼고 다듬고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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