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억에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서양 철학자들의 자서전, 참회록 등에 매력을 느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선생님들도 계셨고, 꽤나 회의적인 사춘기에, "사는 것에 대한 뭔가"가 거기에 있을 것 같아, 한 두 번 칸트, 데카르트, 쇼펜하우어의 책들을 읽어보려고 시도를 해본 적도 있다. 지금은 어린 사람들을 위해 쉽게 쓴 해설서가 있지만 그 당시에는 원본을 직역한 수준이었던지 그저 캄캄하게 어렵다는 것만 기억된다. 하여간 그런 생각을 하며 보낸 순수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26살의 예쁜 미혼 여 강사 선생과의 얘기다. 소위 명문대를 졸업했고 똑똑하다. 다리가 긴 신세대 여성 체형이며 옷은 66을 입는다나 날씬하다. 일 년 옆에 두고 보니 성격도 밝고 예절바르다. 점심을 사주며 물어보았다. "그래 장래를 약속한 사람은 있나?" "예" "어떻게 만났나?" "어떤 사람인가?" "응, 그렇구먼, 그래 부모님이 반대는 안 하시던가? " 계속된다." "아버님은 말씀이 없으시고 어머니는 심하게 반대하세요." "어머니가 김 선생이 너무 아깝다고 하시던가?" "예"
"어머님의 말씀이 옳은 것 같네." 지금 자네 생각으로는 지난 몇 년 동안 그와 공유했던 추억들이 멋진 사랑이고 그 걸 벗어나기가 어렵게 느끼겠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현실적인 부분이 자네 생각보다는 더 크게 영향을 준다네. 지금 자네들이 느끼는 사랑도 현실적인 조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라네." "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절실함도 세월가고 생각이 달라지면 다 ....."
딸 같아서 한 얘기지만 그리 뒷맛이 좋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