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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가보 제1호
 
   내게는 오래된 수집 취미가 하나 있다. 레코드 판 수집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적어도 3,000장은 모으겠다고 목표까지 정했다.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연주자까지 가려 들으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1,000장쯤 되는 시점에 이 수집은 중단되었고 더 이상 진전이 없다. 겨우 목표량의 1/3을 모으는 데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 레코드 판 수집은 기간과 노력이라는 면에서 볼 때 내 취미 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취미였다. 재학 때는 물론이고 졸업 후 직장을 잡은 뒤에도 그 비싼 레코드 판을 사 모으는 데 부담이 적지않았던 걸 생각할 때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수집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돈 뿐 아니라 원하는 판을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판 수집에는 제약이 많았다. 음반이 정식으로 수입되지 못하던 때에는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오는 판을 살 수 있는 게 고작이었고 라이센스 판이 생산된 뒤에도 다달이 출간되는 새 음반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해외로 출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음반 수집은 좀 활기를 띠었다. 나가기만 하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레코드 가게에 들러 돈이 되는 대로 여남은 장씩 사가지고 돌아오곤 했다. 혹시 깨지기라도 할까 봐 그 무거운 판을 부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때론 세관에서 문제를 삼기도 하였지만 그 흔한 양주나 담배 한 갑도 사지않고 달랑 들고 오는 것이라고는 레코드 판 뿐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CD 출판이 본격화되면서 이 취미 생활을 지속하기가 힘들어졌다. 처음 몇 년 동안은 CD의 위세에 눌려 점차 LP판이 한구석으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마침내 완전히 밀려나버리는 꼴이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체인점 타워 레코드 같은 큰 점포에서도 레코드 판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지 이미 여러 해 되었다. 카세트 테이프나 CD, 요즈음은 한발 더 나가 LD, DVD 등에 자리를 내주고 완전히 퇴출 당하고 만 것이다.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몇 장 남아있다 하더라도 10여년 전에 만들어진 재고일 뿐이다. 음반 제작이 중단 된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모으고 싶어도 모을 수도 없게 되었다.
 
   비록 목표량에 턱없이 못 미치기는 했으되 그 동안 모아놓은 레코드 판은 내 유일한 수집품이며 거기에 들인 정성으로 보나 기간으로 보나 또 돈을 생각하나 우리집 가보 제1호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리집에 진짜 가보다운 가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정도 노력을 투자한 컬렉션에 가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누가 반대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또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나는 이 판들을 우리집 가보로 여기고 있다.
 
   2000년 초 나는 늦바람이 나서 미국으로 직장을 옮기는 모험을 저질렀다. 한두 해 다녀 올 계획이 아니어서 이 판들을 모두 이삿짐에 꾸려 넣었다. 이 고물 판들은 왜 가지고 가느냐고 짐 포장하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투덜거렸다. 판이 엄청나게 무거울 뿐 아니라 부피도 작지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서 사는 동안에도 고물 시장이나 개러지 세일을 하는 곳이 아니면 레코드 판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한 장에 1달러도 안 되는 헐 값에 가격이 매겨져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한 구석에 굴러 다니는 불쌍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내 뉴욕 생활은 계획과는 달리1년 만에 끝장이 났다. 그렇게 어렵게 옮겼던 레코드 판들을 다시 한번 떠 싣고 태평양을 건너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었다. 우리집 가보 1호가 큰 골치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모았던 판들을 마치 헌 신짝처럼 미국에 버리고 돌아올 수는 없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한국으로 옮기도록 하였다. 일하는 사람들마다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우리집 가보를 마치 폐품 다루듯 쾅쾅 메치고 이리저리 굴렸다.
 
   하나하나 내 손에 선택되어 우리 집에 들어와 조심스럽게 열리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다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판꽂이에 곱게 꼽혔던 레코드 판이었다. 한 때는 이름표까지 작성되어 목록도 비치되었고 혹시 스크라치라도 날까 봐 친구들에게도 한번도 빌려주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벌써 이렇게 못 마땅한 짐짝 신세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왕 무엇인가 모으려면 보관도 간단하고 값도 나가는 우표나 동전 같은 것을 모을 일이지 도대체 헐값에 내 놔도 아무도 거들 떠 보지않는 레코드 판을 모았냐고 자식들에게 핀잔 받을 날도 멀지 않은 듯 싶다. 어쩌면 치우는 데 오히려 돈만 들어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TV에서 방영하는 ‘진품 명품’을 가끔 본다. 서화 도자기 공예품은 물론 고화폐나 화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진기한 물건들을 눈으로나마 볼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같이 TV를 보고있던 아내가 집안은 양반이라면서 우리집엔 어째 저런 물건 하나도 전해 내려오는 게 없냐고 내게 묻는다. 그런데 들고 나갈 유품 하나 없는 게 은근히 불만인 듯 싶다.
 
   사실 레코드 판을 모으는 대신 그 정성으로 도자기나 서화를 모았다면, 아니면 우표나 동전 같은 것을 수집했더라도 ‘진품 명품’에 출연하여 텔레비전도 하나 받고 또 생각보다 값이 더 매겨져 뜻밖의 기쁨도 얻었을지 모르겠다. 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져 자식들에게 남겨주어도 소중하게 간수해 나갈 터이다. 그런데 나는 그 오랜 시간 돈 써가며 쓰레기를 주어 모은 셈이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일, 이미 때는 늦었다. 그래서 지금 아내가 내게 묻는 이 질문은 우리 자식 대에서도 똑 같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유물이 되기는커녕 우리집 가보 1호가 거저 주어도 가져갈 사람이 없을 애물단지로 둔갑해 버렸으니 이 처치가 고민이다. 지금도 가끔 음악을 듣고 즐기기는 하니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야 천대까지 받지는 않겠지만, 이것들을 그대로 둔 채 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천덕꾸러기가 될 게 분명하다. 아버지가 이것을 모을 때 얼마나 소중해 했는지 잘아는 자식 놈들이 함부로 버릴 수도, 그렇다고 집안 한구석에 놓아두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자 집안은 유산을 어떻게 나누어 받을까 자식들 사이에 신경전이 심한 모양이던데 우리집은 거꾸로 이 레코드 판 받게 될까 봐 서로 신경전을 펴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남겨 줄 재산이라도 있으면 끼워팔기 식으로 유산에 비례하여 나누어 줄 수도 있겠으나 불행히도 나누어 줄 재산마저 없으니 끼워팔기도 안 통할 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처치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몇 백 년이 흐른 뒤 세상에 있는 레코드 판이 모두 없어지면 엄청난 가치가 생길 수도 있을 테니 잘 보관했다가 후손에게 물려주라고 유서라도 써 놓을까?
 
   ‘진품 명품’ 프로만 없었더라도 다른 집안에 어떤 유품이 있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소상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터이므로 불만이 적었을 텐데 이 방송 때문에 우리집 가보 1호는 더욱 더 초라해지고 말았다. 사실 가치만을 따져 가보를 정의한다면 내 수집품은 애당초 가보와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대의 주인에게 충분한 효용을 제공하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치가 부여되는 게 골동품이 갖는 공통점이라 볼 때, 내 유서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을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변설을 늘어 놓을 게 아니라, 무엇인가 모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으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200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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