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토 단 말과 쓴 글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느껴지는
병근이의 긴 글에 대해 무슨 토달 말이 있으리오.
그저 구구절절히 공감한다는 말 밖에.
무엇보다 내가 듣기만 했지 겪어 보지 못한 고초를 겪었을 때의
글쓴이를 생각하면 난 이 시대에 너무 행복한 세상을 살아 왔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 와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 맘 알만하다.
특수대 열흘은 무엇보다 심적인 고통이 정말 큰 것이었으리라.
그래도 병근이가 얘기하는 내용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는
쥬너리가 자판앞에 선 김에 굳이 덧붙여 두가지 얘길 하고 싶다.
하나는 이런 것이 우리 시대의 아픔이었고 상당기간은 계속되리라는 점
또 하나는 시류를 무시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살아 온 일을 가벼운 죄책감까지라도
지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난 천사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병근이가 제기한 문제들과 문제의식이 비슷한 각자의 이러구 저러구 한 일들이 있겠지만,
그런 유형의 일들에 대해서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범주를 뛰어넘지 못하는 편에 섯다는 사실을
비록 절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난 천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천사의 아류에 속한다고 감히 생각한다. 조직화해서 나섰다고 해도 뒤바뀌어지지 않았을
역사진행과정의 문제를 개인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의 틀을 걱정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는 나를 난 자기합리화의 고백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김일성체제의 북한 안에서 내가 오십몇년을 살았더라면 그리고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다면,
그런데 그와 다른 세계의 의식을 가졌다고 하였다면 ,
그러면 난 '경애하는' '어버이 수령'을 말해 오지 않았을까?
우리가 해 온 방식, 우리가 지금도 하고 있는 방식,
이것을 난 일종의 "체제"라고 정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