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22일 (네번째 일요일)
 
아침에 비가 주룩주룩 오고, 일기예보도 심상치 않다.  갈까 말까 망서리다가
아. 내가 부회장인데 비가 오더라도, 그곳에 가서 산행을 못한다면 대낮에
노래방에 들렸다가 낮술을 먹더라도 가야지!  참가하는데 의미가 있는 거지
중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분당에서 버스타고 양재역, 양재역에서 3호선 타고 교대역, 교대역에서
2호선 타고 사당, 사당역에서 4호선 갈아 타고 서울 대공원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니 첫째 원두막에 10여명이 모여있었다.  부회장 박호범은 수첩을
들고 회비 만원 걷느라고 바쁘고. (단골 지각생 박효범이 수서에서 버스 한번
놓치더니, 이제는 시간 맞추어 온다. 시간을 지킨다면 얼마나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지 이제는 아시겠죠.)
조금 있자니 정태영이 희디흰  날선 바지에 티샤쓰입고, 슬리퍼 신고 나타났다.
담이 들어서 등산은 못 한다고 회비내고 우리를 배웅하고 집으로 직행. 점심먹는
식당으로 온단다.    정말 못 말려~
 
여자는 이성희와 이석영 둘뿐
어떤 사람들은 희소 가치 운운하고 재미있었겠다고 하지만, 여자가 나 하나면
어떻고 열명이면 어때?  남자 동창도 한명도 안 나와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이왕 나선 등산길. 혼자 산길 걷다 보면 그 또한 멋스럽지 않겠는가!
 
23명이 우산을 옆에 끼었다가, 받다가 접었다 하며 2시간30분의 산행을
재미있게 무사히 마쳤다. 사실 나는 바람 안 불고, 따스하고 화창한 날보다는
첫번째 한라산이나 태백산 같이 눈보라치고 춥던 날, 백운산이나 축령산처럼
눈에 묻혀서 하산하던 일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여느 계절이나 여느 날씨에나  그대로의 자연의 위력을 느끼게 되고,
건강하게 등산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23명이 떼지어 다니니 어느 쉬임 장소에서도  먼저 왔던 그룹이 방 빼주고
가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정상인 매봉에서는 송인식이 안동소주, 도자기 호리병과 잔을 가슴에
품고 와서 우리를 감격시켜 술 끊은 나를 유혹했다.
우무일과 김용호는 여전히 건투. 우리를 감격시켰고, 주현길, 강철은,
이종건은 말미를 양보하지 않았음.
하산하여 시끌시끌하게 보신닭, 닭죽 두부들을 먹고 주현길이 옆에서
병아리(?)처럼 꼬박꼬박 존다. 오래간만에 등산하더니 힘들어 했다.
강철은이 Digital Camera(중고)를 Web-Master인 이상훈에게 증정하여
박수를 많이 받았고. 와! 음식값이 딱 23만원, 손익없이 손 털었다.
정만호가 빨간 우산, 김진국이 노란 우산등 색스러웠고, 반바지
등산복차림이 우리를 아이들 같이 느끼게 해주었다.
 
처음에 주환중 회장 무서워서 나왔다던 사람들, 회장 덕분에 땀에
젖어 비에 젖어 멋스러운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했다.(인정들
하시죠?)
오는 지하철에서 술 오른 우리들, 시끄러워서 눈치가 보였지만
술기운에 까짓것 뭐, 배짱이다.
 
이번 등산에서의 히트는 회장 주환중이 길을 잘못들었다는 사실.
우리를 먼저 보내고 혹시 늦게 오는 사람있나 챙기다가 헛탕치고
쫓아온다는 것이 다른 길로 잘못들어 한참을 다시 돌아 왔다고.
아~~ 재미있어라, 주환중 우리 회장님.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