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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의 꽃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정희성 시집 '詩를 찾아서'에서)

 

뭘 한다고 시 한편 읽지 못하고 찌든 마음을 탓하며 살다가

온갖 신문에서 하 칭송하는 시집이 있어 읽어 보았더니 참 좋았다.

e-책가게 'yes24'에서 소개한 것을,

어릴 적 깨끗함을 그리워하는 동창들을 위하여 여기 퍼 옮긴다. 
 
(창비시선 207) 시를 찾아서










(창비시선 207) 시를 찾아서 [middle]

정희성 | 창작과비평사
2001년 06월

정가 : 5,000 -> 할인율 (10%)
판매가 : 4,500
적립금 : 225 (5%) 도움말
84 면   
ISBN : 893642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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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정보 : 24시간 이내 출고가능도움말





  





◆ 십진 분류 :   문학 > 시/시조 > 한국 >
◆ 판매지수 :  709 (416) 도움말    





■ 소개


세 번째 시집『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이후 10년 만에 출간된 저자의 새 작품집. 시인에게 시를 찾는 다는 것은 새로운 말을 배운다는 것과 같은 무게로 이 시대에 말의 순을 다시 키우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는 시들이 실려있다. 아름다운 순간과 은은한 묘사가 돋보이는 시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정희성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 1974년 첫 시집 『답청』간행. 1978년 두번째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간행.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1991년 세번째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간행. 1997년 시와시학상 수상.





■ 목차


1. 타지마할
2. 말
3. 시가 오는 새벽
4. 민지의 꽃
5. 시를 찾아서
6. 애월
7.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8. 놀무갱갱이
9. 雨田 선생 영전에
10.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11. 봄소식
12. 청도를 지나며
13. 갠지스 강
14. 술꾼
15. 씻김
(...)





■ 책 속으로

불안한 신호음
사람들 품속에서 신호음이 울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는 저 소리
나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남의 안주머니에서 들리는 신호음이
이상하게도 나를 불안에 떨게 한다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다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고
부도를 낸 동생의 빚보증 때문에
봉급을 차압해간 대한보증보험의
이진우가 거는 전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잘못하면 이 겨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식구들이 거리로 나앉을지도 모르는데
속수무책인 나는 전화기 옆에 있기가 싫어서
한가로운 사람처럼 거리를 쏘다니지만
내 마음과 영혼까지 압류해간
불안한 신호음은 끝까지 나를 따라다닌다
어디로 가야 하나 저승에 가면 거기에도
나를 찾는 전화가 와 있을지 모른다
'여보세요? 정희성씨 거기 와 있나요?'
'그런 사람 없다고 해. 오늘 아침에 이승에 갔다고 그래.
이승으로 가서 다시 안 온다고 그래.'

---p. 42-43





■ 출판사 리뷰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간행하고 13년 만에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출간한 정희성 시인이 다시 10년 만에 새 시집 『詩를 찾아서』를 간행하였다.

과작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정희성 시인은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에서 “발표 안된 시 두 편만/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라고 말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모든 말들이 허사를 남발하는 이 시대에 시인이 시 두 편을 가슴에 품고 있고자 하는 것은 시의 청빈정신이다. 시 두 편 이상이 남아 있지 않을 땐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시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까닭을 시인은 “좀 잘 살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인은 ?말?이란 시에서 보듯 “세상에 입 가진 자 저마다 떠들어대서” 말을 하지 않고 참는 버릇을 들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인은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애마냥 말이라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이 시집은 그러므로 새로 말문을 튼 정희성 시인의 첫시집과도 같다. 시를 30년 넘게 써온 시인이 아직도 언어와 시에 익숙하지 않다는 발언은 닳고 지친 이 세상에 신선한 기쁨을 준다. 시인은 “나는 말하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있고 풍요로운 듯 보이지만 공허한 내용들에 대한 부드럽고 숙연한 어조이다. 시인에겐 시를 찾는다는 것은 새로 말을 배운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말을 하여 우리들의 시는 피곤하고 과부하 상태인지 모른다. 시인은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는 이 시대에 말의 순을 다시 키우고 그 의미를 다시 찾는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사랑’을 발견한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시집의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고은 시인은 <시가 오는 새벽>의 핵심은 ‘사랑’이라고 하였다. 밤새도록 시의 이삭을 물고 오는 것은 신도 새도 아니다. 바로 시인의 가슴 밑창에 남아 있는 ‘사랑’이다. 이 사랑 앞에서 누구나 처음 말을 배우게 되며 떨림을 갖게 될 것이다. 표제작 <시(詩)를 찾아서>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이면서 “끝없이 저잣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그 고운 사람을”일 거라고 한 것도 그 까닭이다. 시인은 방선(放禪)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집 곳곳에 아름다운 순간과 은은한 묘사가 숨어 있다. 그대가 사라진 자리에 섬광처럼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서울역 지하도에서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느끼며, 그대 눈속의 보리암을 보고, 머언 어느 하늘가에서 이렇게 내 마음 출렁이게 하는 정황들은 “채 눈뜨지 못한/솜털 돋은 생명을/가슴속에서 불러내”(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려는 밀어들 때문이다.

이 시집엔 시인의 원(願)이 숨어 있다. “어느 하늘 아래/사무쳐 그리는 이 있음을/기억하소서”(일월(日月)) “불이문(不二門) 저 너머/하늘대는 흰 빨래”(저 너머) 등에는 시인이 시를 찾는 길이 보인다. 때로는 “어둠속에 동그마니 장승이 되어” 때로는 “울 밖에 내다 건 조등(弔燈)” 보며 그리고 갑자기 운주사에 가서 “못난 제 얼굴에도/세차게 비를 뿌려”달라고 기구한다. 자서에서 “어린애 같은 마음으로 되돌아가서 세상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말과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 미디어 리뷰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로 시작하는 정희성의 '저문강에 삽을 씻고'를 읽으며 80년대 독재의 시대를 보낸 젊은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떨렸었던가.

그 시인이 『시를 찾아서』라는 새 시집으로 오랜만에 세상에 나왔다.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치고 시를 아끼지 않는 이는 없겠지만 정희성은 정말 인색할 정도이다. 세번째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을 낼 때가 13년만이었고, 이번에도 10년만이다.

시인은 새 시집에서 "발표 안된 시 두 편만/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라며 시 쓰는 일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또한 표제작 '시를 찾아서'에선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아마도 시는 닿을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보고 싶어도 볼수없는 마음인 게라고" 시 다운 시가 그리워 애달파 한다.

정희성은 1970년 등단, 시집 『답청』(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등을 펴냈다.

--- 서울경제신문 01/6/14







새로 시작하는 詩...사랑...
".../사랑해/아마도 이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허공을 맴돌다가/괜히 나뭇잎만 흔들고/후미진 내 가슴에 돌아와/혼자 울겠지/사랑해/ 때늦게 싹이 튼 이 말이/어쩌면/그대도 나도 모를/다른 세상에선 꽃을 피울까 몰라/아픈 꽃을 피울까 몰라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말 중)"

지난 70∼80년대 저항시의 중심에 섰던 정희성(56) 시인이 사랑의 언어를 갖고 돌아왔다.

10년 만에 생애 4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창작과 비평사)를 낸 것이다. 30여년간 군사독재에서 미움의 언어에 길들여졌던 시인이 마침내 자신의 말로부터 해방을 선언했다.

시 '첫 고백'은 그 심경의 변화를 웅변한다. '오십평생 살아오는 동안/삼십년 넘게 군사독재속에 지내오면서/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다 보니/사람꼴도 말이 아니고/이제는 내 자신도 미워져서/무엇보다 견딜 수 없다고/신부님 앞에 가서 고백했더니/신부님이 집에 가서 주기도문 열번을 외우라고 했다/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그냥 그대로 했다 (전문)'

시인이 동심(童心)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세상이 한결 고요해졌(세상이 달라졌다 중)'기 때문이다. 시의 출발지점도 따라 바뀌었다.

'원고지 앞에 다시 앉으니/도무지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애마냥/서투르고 그 말이라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나는 말하는 법을 새로 배워야 겠다 (말 중)'고 독백한다.

30여년간 시를 써 온 시인의 새삼스러운 고백은 닳고 지친 세상에 신선한 기쁨을 던진다. 그는 그동안 잡지사에서 온 원고청탁을 대부분 거절했다. 그 아낀 글로 '시의 궁전'을 지었다.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이십년 넘는 세월 바쳐/사랑하는 이를 위해 지은/황홀한 무덤-타지마할/아름다운 이여/나는 가난하여 시의 작은 집을 짓네/내 마음/한켜 한켜/쌓아올린/타지마할 (시 타지마할 전문)'

--- 한국경제신문 책마을 01/6/13 유재혁 기자







10년간 곰삭인 여유로운 언어들
시인은세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저항은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시인은 노래했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여름 낮의 한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세상이 달라졌다’)

정희성(56)씨가네번째 시집 『詩를찾아서』(창작과비평사발행)를 펴냈다. ‘한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이후 10년 만에 부르는 노래다. 오랜 시간 내면에서 곰삭인 언어는 맵고 짠 강렬함 대신 은은하게 감기는 맛이 깊게 배었다. 시인은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애마냥 시 쓰는 것이신기하고 설렌다”고털어놨다.

가파른시대에 강퍅한 말을 썼던 적도 있다. 1978년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내놓았을 무렵에는 늘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 있었다.

13년만에 출간한‘한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는무섭게 절제하는 깐깐한 시어들로 가득 찼다. 시인은 다시 침묵했고, “오랫동안 참고 말 안하는 버릇을 들이게 됐다”. 그는 즉각적인 반향으로서의시의 응전력을 알고 있었지만 다듬지 않은 감정의 분출은 후회가 따르기 쉽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10년동안 잠겼다가 건져올린 언어는 여유롭다. 거친 시대엔 자기 언어에 갇혀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스스로 숨고르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말 씀씀이도유연해졌다.

“신문을보니 전아무개라는 사람은/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진압했을 뿐이라 하고/ 노아무개는 기업인들이 성금으로 준 돈을/받아서 좋은 데 썼을 뿐이라고 법정 진술을 했다 한다/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한바탕 하고/ 나는 신문을 접어 두고 차라리 산성일기를 읽었다” 시인은 “세상은 망해가는데/ 나는 사랑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 사랑의 대상은 ‘고운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고 ‘그립고 보고 싶은 시’다. 시인은“사랑해”라고 수줍게 말해보고, 그 한마디 말이 꽃피지 못할까 싶어 한숨을 쉰다. “아마도 이 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다가/ 괜히 나뭇잎만 흔들고/ 후미진 내 가슴에 들어와/ 혼자 울겠지”

신경림시인은 10년 전 정씨의 시가 “개인적인삶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까발리지도 않아 몸에 꼭 끼는 옷 같다”고 핀잔을 줬다.

그때는 분노하고 증오할 때만 마음이 움직여 시를 썼다. 정 시인은 이제 자기 얘기를 한다.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도 하고,“발표안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라고도 말한다.

시인은“이제내 시에 쓰인/봄이니 겨울이니 하는 말로/시대 상황을 연상치 말라”며 웃음짓는다. ‘봄’과 ‘겨울’을 견고한 시어로 사용했던 사람만이 할 수있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인의 눈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넓어져서 읽는 이의 가슴을 넉넉하게 한다.

--- 한국일보 01/6/12 김지영 기자







현실 초월 심오한 詩 세계로
지난 세기는 이 땅의 모두에게 괴로웠다. 광복과 함께 희망의 고고성을 울렸던 해방둥이들도 어려서 전쟁을 겪어야했고 젊음을 독재 치하에서 보내야 했다. 좋은 시절 만났으면 빼어나게 아름다운 서정시를 남겼을 김남주는 `시는 곧 무기` 라며, 아니 자신의 몸 자체가 무기인 전사(戰士)로서 독재에 순진하게 맞서다 이 세상을 떴다. 또 김명수 시인은 이런 현실이 숨쉬기 답답하다며 어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고 같은 해방둥이 시인 정희성씨는 위의 시 `동년일행(同年一行)` 에서 말하고 있다.

1970년 문단에 나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등 현실지향적 시집을 펴내며 그의 시가 시위 현장에 대자보로 나붙기도 했던 정희성(사진)씨가 네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창작과비평사.5천원)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 정씨는 현실을 `훌쩍` 떠나 시 자체를 찾아나서고 있다.

"이제 내 시에 쓰인/봄이니 겨울이니 하는 말로/시대 상황을 연상치 마라/내 이미 세월을 잊은 지 오래/세상은 망해가는데/나는 사랑을 시작했네/저 산에도 봄이 오려는지/아아, 수런대는 소리" ( `봄소식` 전문)

같이 실린 다른 시에서 `민중의 좋은 벗이 되리라 다짐했던 나` 라고 밝힌 시인이 왜 이제 자신의 시에서 민중과 현실과 `시대 상황을 연상치 말라` 고 했을까?

"세상이 달라졌다/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세상이 많이 달라져서/저항은 어떤 이들에겐 밥이 되었고/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개들이 뼈다귀를 물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뜨거운 여름 낮의 한때처럼/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세상이 달라졌다` 전문에서와 같이 저항의 주체가 바뀌고, 저항의 순수성.도덕성도 썩었다. 어제의 저항의 순수한 벗들, 김남주는 죽고 김명수는 초야로 돌아갔는데도 밥과 권력이라는 개뼈다귀를 얻기 위해 저항한 듯한 또다른 불순한 벗들에 대한 참담한 실망 때문인가.

이제 자신의 시에서 저항성.사회성을 빼버리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번 시집에서 그 저항 때문에 증오했던 언어를 거둬들이고 사랑, 시의 속살, 본래의 언어로 돌아가 아래와 같은 빼어난 시들을 얻고 있다.

"그대, 알알이 고운 시 이삭 물고 와/잠결에 떨구고 가는 새벽/푸드덕/새 소리에 놀란 나뭇잎/이슬을 털고/빛무리에 싸여 눈뜬/내 이마 서늘하다" ( `시가 오는 새벽` 전문) 이 시의 `그대` 나 `새벽` 등을 역사적 희망 등으로만 좁혀서 읽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물론 연인, 사랑, 깨달음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언어로 읽어야 옳다.

이 때 시는 구차스런 삶과 현실을 껴안으면서도 훌쩍 뛰어넘어 혼을 울리는 큰 시가 된다. 영겁의 우주만물과 교감했던 신라 때의 향가, 그 넓고 심오한 시세계를 향해 정씨는 말을 아끼며 나아가고 있다.

--- 중앙일보 01/6/12 이경철 기자







10년의 産苦담은 '시를 찾아서'
정희성(鄭喜成·56) 시인이 10년간의 산고 끝에 새 시집을 냈다. 지난 30년 동안의 시쓰기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려는 듯 시집 제목을 『시(詩)를 찾아서』(창작과비평사)라고 붙였다.

43편의 시편은 진신사리 같은 순도 높은 정제미를 보여준다. 한 페이지가 넘치는 시편은 하나도 없고, 대신 석 줄짜리 단형시가 있다. ‘시(詩)의 청빈정신’ 이라 할까.

함께 묶인 97년 ‘시와시학상’ 수상소감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피곤하다. 일상에서도 그러하고 시에서도 그러하다”.

내용에서도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에서 보여졌던 민중시인의 면모는 찾기 힘들다. 다만 달라진 것 없는 세상에 대한 회한이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

‘세상이 달라졌다 /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 /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세상이 달라졌다’ 중)

‘미움의 언어’를 삭히고, 또 삭혀서 서정을 회복하려 한다. 막 시를 배우는 ‘어린애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제 내 시에 쓰인 / 봄이니 겨울이니 / 하는 말로 시대 상황을 연상치 마라 / 내 이미 세월을 잊은 지 오래 / 세상은 망해가는데 / 나는 사랑을 시작했네’(‘봄소식’ 중)

초발심으로 그가 찾아낸 것은 ‘사랑’이다. 첫사랑의 고백처럼 수줍게 노래하는 ‘사랑’이다. 그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은 자연을 향한다.

‘사랑해 // 때늦게 싹이 튼 이 말이 / 어쩌면 / 그대로 나도 모를 / 다른 세상에선 꽃을 피울까 몰라 / 아픈 꽃을 피울까 몰라’(‘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중)

무엇보다 이 시집의 결정(結晶)은 묵언(默言)의 경지를 향한 구도자의 면모다. 이는 말과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려는 한 시인의 치열한 안간힘일 것이다. 발문을 쓴 시인 고은의 지적처럼, 이것이 ‘시(詩)와 선(禪)의 영역’을 넘나들며 다음과 같은 절창을 만든다.

‘그대, 알알이 고운 시 이삭 물고 와 / 잠결에 떨구고 가는 새벽 / 푸드덕 / 새 소리에 놀란 나뭇잎 / 이슬을 털고 / 빛무리에 싸여 눈뜬 / 내 이마 서늘하다’(‘시가 오는 새벽’중)

--- 동아일보 01/6/12 윤정훈 기자







거친 시대를 넘어 '어린시절'로
올해로 등단 30년. 정희성(56) 시인은 그간 단 세 권의 시집을 세상에 띄워 보냈다. 『답청』(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그리고 또 10년의 산고끝에 또 하나의 시집을 펴냈다. 『시를 찾아서』(창작과 비평사). 브레히트의 절창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와 비슷했던 우리의 70~80년대를 살아오면서 대표적인 민중시인으로 꼽혀온 그가, “어린애같은 마음”으로 되돌아가 써내려간 ‘서정시’들이다.

‘이제 내 시에 쓰인/ 봄이니 겨울이니 하는 말로/ 시대 상황을 연상치 마라/ 내 이미 세월을 잊은 지 오래/ 세상은 망해가는데 나는 사랑을 시작했네/ 저 산에도 봄이 오려는지/ 아아, 수런대는 소리’(‘봄소식’ 전문)

“거친 시대를 살다보니 감정이 메말라졌었나 봐요. 서정으로 돌아간다기보다, 회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네요.”

문단 경력과 똑같은 30년의 세월을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살아온 시인은, 학생들이 돌아간 텅빈 교실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시집 후기에도 적어놓은 가슴아픈 고백들. “너무도 오랫동안 미움의 언어에 길들여져 왔어요. 분노의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동안에만 시가 씌어졌고, 증오의 대상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마음이 움직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자 합니다. 시인은 불가피하게 현실주의자가 되기는 하여도 본질적으로는 천진한 낭만주의자거든요.”

아침 7시15분이면 자신의 책상이 놓여 있는 학교 상담실에 도착해 수업 전까지 책을 보거나 시작 메모를 하면서 이 ‘낭만주의자’는 하루를 시작한다. 또 일요일이면 소설가 현기영, 시인 신경림 씨 등과 북한산을 오르며 하산길 생맥주 한 잔에 시어 하나를 빚어본다. 하지만 워낙 결곡한 성벽 탓에 완성되는 시는 1년에 두서너 편이 고작. 퇴고를 마친 시가 없으면 결코 새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걸로도 이름났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구워낸 ‘서정의 도자기’들은 이번 시집 곳곳에서 광채를 내뿜고 있다.

‘날 기울고 소소리바람 불어 구름 엉키며/ 천둥 번개 비바람 몰아쳐 천지를 휩쓸어오는데/ 앞산 키 큰 미루나무 숲이 환호작약/ 미친 듯 몸 뒤채며 운우의 정 나누고 있다// 나도 벌거벗고 벼락 맞으러 달려나가고 싶다’(‘소나기’전문)

그에게 이번 시집 제목을 『시를 찾아서』로 붙인 이유를 물었다. “시는 영원히 해답이 없는 질문 같은 것”이라며 “평생 만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랑’의 옷깃이라도 스쳐보려고 시인은 30년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 갈 것이다. ‘발표 안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중에서)라는, ‘나’만 아는 이 즐거움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 조선일보 01/6/11 어수웅 기자







새벽 빛무리로 온 시 이삭 사랑의 시선으로 …
1970년 신춘문예의 관문을 통과했을 때, 정희성(56)씨는 5년에 한 권 정도씩 시집을 내리라 생각했다. 1974년에 첫 시집 『답청』을 내고 1978년에 두 번째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낼 때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세 번째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를 내기까지는 무려 13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의 세월을 흘려 보낸 뒤에야 그는 네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창작과비평사)를 묶을 수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더라.” 특유의 수줍은 듯한 미소와 더불어 그는 말했다.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첫 시집을 내던 때보다 더 설렌다”고 그는 덧붙였다.

옹근 10년을 기다려서 펴내는 시집임에도 단출하다 못해 빈약해 보이기까지 한다. 각각 10쪽이 넘는 고은 시인의 발문과, `자서'를 대신한 문학상 수상 소감을 합쳐본댔자 80쪽을 가까스로 넘을 정도이다. 시라고는 달랑 43편이 실렸는데, 그나마도 10행 안팎의 짧은 시들이 대부분이다. 석 줄짜리 극단적인 단형시까지 있음에랴.

“그대, 알알이 고운 시 이삭 물고 와/잠결에 떨구고 가는 새벽/푸드덕/새 소리에 놀란 나뭇잎/이슬을 털고/빛무리에 싸여 눈뜬/내 이마 서늘하다”(<시가 오는 새벽> 전문)

“요즘 시집들은 시도 길고 편수도 많아서 조금 지루한 느낌이다. 예전 세로쓰기 시절의 시집처럼 손에 들고 한번에 내처 독파할 만한 분량이 적당한 것 같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참여적 서정시'로 정희성 시인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이번 시집의 변모는 다소 의아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세태 변화에 대해 느끼는 자괴감과 분노를 반어적 어투에 담고 있는 <세상이 달라졌다>와 같은 작품에 예전의 면모가 담겨 있기는 하다.

“세상이 달라졌다/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도 오랫동안 미움의 언어에 길들어왔다”고 `반성'하는 시인 자신의 변모 역시 세상의 변화에 못지 않아 보인다. 시인의 관심은 이제 미움에서 사랑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아 나는 눈이 멀었다/멀어서/비로소 그대가 보인다/그러나 사랑아/나도 죄를 짓고 싶다/바람 몰래 꽃잎 만나고 오듯/참 맑은 시냇물에 봄비 설레듯”(<사랑> 전문)

아무려나, 마지막으로 <민지의 꽃>이라는 예쁜 시를 읽어 보자.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따위 `잡초'들에게 물을 주며 그것들을 꽃이라 부르는 다섯살배기 민지에게서 시력 30여년의 시인은 큰 가르침을 얻는다.

“내 말은 때가 묻어/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 한겨레신문 01/6/11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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