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불 법 승 삼보에 귀의 합니다.
지난 달 법회를 설 연휴 관계로 거르고, 두 달 만에 반가운 얼굴들이 봄기운을 머금은 상큼한 표정으로 전보다 많이 모였다. 2년 전 골절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홍사순도 오랜만에 밝은 얼굴로 나와서 기금까지 쾌척해 주었다.
철인 스님께서도 박사과정에 입학하시어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하셨다고 하신다.
법회 후 불교 수행 얘기와 건강 얘기를 화제로 오래 동안 대화를 진지하게 나누기도 했다. 모두 이제 나이가 있으니 건강 제일주의로 살아야겠고, 특히 골절상을 조심해야할 듯하다.
오늘 스님 법문 주제는 出家였다. 출가는 여자들의 出嫁(시집가는 일)이 아니라 불교의 귀의하여 스님이 되는 일, 출가재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가하신 날을 뜻한다.
불교의 4대 명절이 석가탄신일, 성도재일(음력 12월 8일, 득도하신 날), 출가재일(음력 2월 8일, 금년은 양력으로 3월 19일), 열반재일(음력 2월 15일, 금년은 양력 3월 26일,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신 날) 등 이다.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이 모두 이번 3월에 들어있어 법문 주제를 출가로 정하신 것이다.
참석자 : 박광선, 송인식, 황정환 박미자 박정애 이향숙 이효숙
정채영 홍사순 9명
철인 스님 법문 : 出家란 무엇인가?
부처님 시대 인도에서는 브라만교를 믿었다. 브라만교는 상류계급인 브라만족 사이에서 특히 믿었는데 그들은 나이가 들면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왕족이었으므로 브라만교 집안이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성문 밖에서 우연히 병들고 늙고, 죽은 사람을 보게 됐고, 왜 사람들은 저렇게 고통받고 살아야만 하는가를 고민하고 사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브라만교 승려들에게서 해답을 얻으시지 못하고, 홀로 수행해서 깨닫기 위해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몰래 왕국을 빠져 나가셨다. 그때 나이가 29세로 알려져 있다.
부처님은 여러 분이 잘 알다시피 6년간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인연법을 깨달으시고 성도하셨다.
그리고 45년간 설법하시고 81세에 열반하신 걸로 알려져 있다.
출가재일이면 절에서는 일주일간 육식을 금하고 기도를 올리며, 방생을 하기도 한다. 放生이란, 원래 뜻은 죽어가는 목숨을 구해주는 일인데, 요즘엔 돈을 주고 물고기나 꿩 같은 동물을 사서 풀어주는 방식의 방생을 한다. 이것은 진정한 방생이 아니다. 방생 목적으로 물고기를 더 많이 잡고, 꿩을 더 많이 가두어 기르는 일은 방생의 참 목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현대에 와서 출가는 일반인이 가족을 떠나서 절집에 살면서 승복을 입고 스님이 되는 일을 말한다.
스님이 되는 출가는 일찍 하는 것이 좋다, 아니, 철든 후 하는 게 좋다하는 견해가 있지만 평균 만 20세에 출가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일찍 절에 들어가서 장학금 받으며 불교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더 늦게 하는 스님도 많다.
나 자신은 학생 시절 조용한 절에서 공부하려고 방학 동안 지낸 것이 출가로 이어졌다. 처음에 절에 가겠다고 했을 때 아버님은 내가 출가하는 줄 아시고 깜짝 놀라 펄쩍 뛰셨다. 나 역시 출가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절에서 지내면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모든 게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큰 스님들 공부 하시는 걸 보면 공부의 목적이 뚜렷하고, 즐겁게 공부를 하시며, 너무 열심히 하셨다.
나 자신도 불교 공부를 해보니까 마음이 가볍고 상쾌해지며, 힘든 줄 모르며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웠다.
그러면서 출가하여 공부하면 인생에 대한 뚜렷한 의식에 대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 무엇을 찾고 싶은 생각이 생겼고, 가족의 반대에 부딪쳐 갈등하다가 결국은 “출가하면 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지겠다.”라는 확신이 생겨 대학 졸업 후 출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스님이 돼야만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바르게 살면서 절에 성실히 다니면 출가라고 할 수도 있다.
출가는 心出家, 身出家, 好心出家로 세분한다.
심출가는 마음의 출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스님이 아니라도 누구나 부처님 마음으로 살면 그게 마음의 출가다. 마음의 출가는 먼저 의심이 전제돼야한다. 인생에 대해, 생로병사에 대한 의심에서 공부가 시작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게 된다.
신출가는 몸의 출가, 스님이 되는 출가다.
호심 출가는 불교와 부처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심출가, 호심출가도 일단 출가이므로 마음이 항상 즐거워진다.
어떤 출가든 결국에는 깨달음이 목적이다. 부처님이 출가해서 깨달으신 건 인연법이고, 모든 중생은 인연 따라 윤회한다는 사실이다.
윤회는 몸이 죽은 후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 業識(자신이 사는 동안 지은 여러 선악의 행위). 기운. 의식. 識이 우리가 죽은 후에도 다시 수없이 거듭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 순간의 <나>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본래 있고 영원불변한 존재가 아니라 내 의식만 변치 않고 존재하는 것뿐이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번뇌란 것도 번뇌 자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번뇌라고 생각하는 존재이며,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존재임을 깨달으면 번뇌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번뇌는 본래 있는 존재가 아니며, 반대로 없는 존재도 아니다. 마음이 만들고 없애는 존재 일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欲界에서는 욕망을 벗어날 수가 없다. 무아의 경지에 이를 수가 없다. 욕계를 벗어나면 욕망이 없고 육체만 남는다.
부처님은 열반에 드신 후 왜 다시 태어나서 이 세상에 오시지 않으실까하는 질문이 조금 전 있었다. 그러나 육신의 부활은 중요하지 않다. 아시아권 대승불교에서는 우리는 스님이든 아니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누구나 가슴속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이 자리에도 부처님의 화신이 있을 수 있고, 또 모두 화신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고, 모두 부처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게 바로 진정한 출가다. 승복 입는 것만이 출가가 아니다.
부처님 출가재일을 며칠 앞두고 여러 분도 부처님 출가의 의의를 곰곰 생각해보고, 불심을 굳게 다지고 진정한 마음의 출가를 하기 바란다.
성불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