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어제의 황사와 비바람이 잦아진 아침에 집을 나서며 하늘을 보니 화창한 날씨라 기분이 좋았다.
구파발 역 1번 출구는 송추, 북한산 방향 버스 정거장이라 배낭 맨 선남선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도 그 가운데 끼어 333번 버스를 마치 전세 낸 듯 오붓하게 타고 40분 후 보광사 일주문 앞에 내렸다. 아쉽게도 단풍은 이미 져버렸지만 상큼한 공기와 널따란 경내의 숲과 계곡이 전혀 딴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한 달 전 원인 모를 화재를 당한 입구 쪽의 설법전을 지나 큰 법당, 원통전 관음전 산신각 응진전(나한전), 지장전을 차례로 참배하고 잠시 산책도 했다.
신라 시대 진성여왕 때 창건돼 1200여년 된 보광사는 주요 전각은 단청이 다 퇴색하여 원목이 고색창연한 채 노출돼 세월을 실감케 했다. 요사채 처마 끝에 큰 木魚가 역시 퇴색한 채 달린 것도 특이했다.
영조의 모후인 최숙빈의 영정을 모신 ‘어실각’과 그 앞의 영조가 심었다는 향나무를 보며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영섭 법우의 부인이 잠든 납골당 앞에서 잠시 명복을 빌었다.
어제 어느 큰스님께 들은 법문 한 구절이 생각난다.
“세월이 올 때는 청춘을 앗아가고, 갈 때는 흰 머리 한 가닥씩 두고 간다. 그 세월이 오지 않을 때는 우린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세월이 오고 감을 서러워 말고 세월이 곁에 있을 동안 바르게 사세요.”
산책하며 보니 은행나무에는 잎이 하나도 없이 다 떨어졌는데 은행들만 그대로 주렁주렁 달 린 게 두어 그루 눈에 띄어 그 역시 신기한 풍경이다.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식도락. 동원 식당에서 온갖 산채를 영양 돌솥밥에 넣어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산더덕 구이도 미각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에서 40분 거리. 지척에 둔 좋은 사찰을 이제야 찾은 게 만시지탄임을 느낀다. 여름에 숲이 울창할 때 다시 한 번 오자는 의견들을 낸 친구도 있었다.
오늘 점심은 박영섭 법우가 보시했다.
절 앞에서 버스로 다시 떠나 불광역에서 근사한 차를 한 잔 씩 마시며 아쉬움을 달래고, 차 값은 이효숙이 보시했다.
다음 달인 12월 10일(금)은 선우회 창립 5주년 기념 법회 겸 송년회를 할 예정이다. 새 법사 스님 철인 스님의 법문도 듣고 기념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5년 동안 한 번도 법회를 거르지 않고 계속 발전한 것은 깊은 佛心으로 선우회를 사랑하고 보시를 잘해준 회원들의 공로임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회원 모두에게 공로패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기념행사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기 바라고, 그날은 꼭 전원 참석할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선우회를 사랑하는 동문들도 누구나 환영한다.
오늘 함께한 11명의 친구들, 부득이 불참한 회원들, 모두 늘 건강하고 날마다 좋은 날 되기를.....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