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이다. 그 중에도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설치되어 시민들이 광장을 산책하는데 우리는 어김없이 부처님 품안으로 모였다.
단풍관광 철이고 결혼 시즌이어서인지 출석률은 여전히 저조했다.
아줌마로 가서 할머니가 되어 반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박미자가 저녁 공양을 쏘았다.
선우회의 주전멤버들이 아쉽게도 불참했고, 이후영은 석 달째 다리 골절로 두문불출이다. 빨리 쾌유하기 빈다.
법회 후 잠시 회의를 하고 다음 달 성지순례는 수도권의 古刹 名刹을 찾아 조촐하게 떠나기로 결정했다.
오늘 법문은 전과 다르게 스님의 수행담을 듣는 것이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부처님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고, 그래서 스님의 살아오신 얘기는 감동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체로 수행하시는 스님들이 신도들이나 일반인들에게서 가장 듣기 싫어하시는 말이 “왜 출가하셨습니까?” “세속 나이가 몇이십니까?” “출가하시기 전 어떻게 사셨습니까?” 등의 질문이다. 그럼에도 오늘 묘적 스님께서는 스스로 꾸밈없이 자신의 삶을 들려주셨다. 불교에서 스님 생활은 글자 그대로 苦行이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성직도 3D업종이라 스님과 신부 지원자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 한다.
참석자 : 김두경 박광선 박영섭 송인식 류진희 박미자 정채영 이향숙 8명
묘적 스님의 수행
7세때 동진출가(어린 나이에 절에 들어가 사는 것)하시어, 부여 대조사에서 주지 스님에게 몽둥이질을 당하면서 천수경을 외우고, 새벽 종을 치고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을 치고 설거지 등 궂은 일을 했다. 부득이해서 늦거나 거르면 용돈을 깎이고, 때로는 선배 부전스님(남의 절에 가서 아르바이트로 법회를 하는 객원 스님)에게 매를 맞았고, 한 밤중에 깊은 산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주지스님 심부름을 할 때는 무서워서 반야심경을 외우며 공포심을 달랜 이야기 등 지나온 날을 이젠 담담하게 들려주셨다. 이밖에도 여기 옮기지 못한 고생담이 많다.
스님께서 20세에 비구계를 받으신 후 능인선원에 계시면서 3년간 법회를 맡아하셨을 때다. 인도에 있는 능인선원 분원에서 오신 인도 스님이 어느 날 묘적 스님에게 “묘적스님은 염불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묘적 스님은 그 말에 충격을 받고 곰곰이 자신을 돌아보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魚山作法 학교에 들어가서 불교 의식인 염불법과 범패 등에 대해 공부했다. <어산작법>이란 불교 수행 방법을 산에 있는 물고기가 사는 법에 비유한 말이다.
그 학교 가르침에 따르면 염불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의미를 알고, 음곡(吟曲 : 음률)을 맞추되 개인적인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넣지 않는 염불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염불하는 동안 불자들의 매너에 대해서도 설명하셨다. 스님이 서서 축원하시거나 염불하는데 앉아있는 것, 앉아 있어야할 때도 다리를 뻗고 앉아있는 것 은 법당 예절에 어긋난다.
스님이 동시에 두 분 이상 예불하실 때는 요령(작은 종)을 치는 스님이 主된스님이고 목탁 치는 스님이 보조 스님이다.
오체투지 절을 할 때 두 손을 양 귀까지 올리는 것은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발우(밥그릇)을 상징한다.
불교에서는 공양을 아주 중요시한다.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에게서 얻어온 음식을 드셨는데 그 시간이 지금의 오전 9시 ~11시 사이. 그래서 지금 사찰에서는 하루 2~4회 예불하는 중에 그 시간(사시라고 함)의 법회를 가장 중요시하고, 스님들도 원래는 사시에 한 번만 공양을 하였다.
자주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茶飯事라고 하는데 이 말도 차와 밥을 먹는 일이라는 불교 용어다.
그러나 지금은 스님들도 한 번 이상 공양을 하며,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불자들을 가르치면서 실제로는 불자들보다 수행을 게을리하고 성불하지 못하는 스님들이 많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무도 개혁할만한 큰 스님도 안 계신 게 현실이다.
그 공부를 한 후에 스님은 그동안 자신에게 신심이 약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제야 문제점을 파악하셨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한 건 신심이 약한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인하셨다.
그런 후 지난 날 대학 학부에서 배운 노트를 보니 어산작법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모두 지난 날 배운 것임을 또 알게 되셨다고 한다.
“과거 동국대학교 학부에서 배운 노트에 다 있는데도 그때는 관심도 없었고 신심이 약해서 흘려버렸던 거지요. ”
그 때 세속 나이 스물 여덜 살. 그 깨우침과 동시에 신심이 확고해졌고 이제는 억지로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는 염불을 하게 되셨다고 한다.
“ 염불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불법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아무 것도 몰라도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만 외워도 극락 간다고 하고, 관세음보살을 열 번만 불러도 보살님의 가피를 입는다고 하죠. 여러 분도 어느 한 분 명호만이라도 진심으로, 신심을 다해 염불하면 최소한 그 시간에는 악업을 짓지 않고,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
지난 9월 법회 때 소개하신 법화경은 일본 불교의 소의 경전이다. 그 법화경에 있는 구절,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모든 법이란 본래 없는 것이고 고요하고 다 멸하여 없는 모양이니 불자들이 이 도를 실천하면 다음 세상에서는 부처가 될 것이라)”고 법화경에 있는 구절을 인용하셨다.
“그 구절처럼 부처님 가르침, 불법 공부에 얽매이지 말고 보살 한 분의 이름만이라도 열심히 외우면 안심하고, 악업을 짓지 않으며, 필경에는 성불할 것입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