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8월의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는 14일의 오후. 다음 날 토요일이 광복절이라 연휴를 맞은 김에 휴가를 떠난 회원들이 많아 출석률은 저조했다.
하지만 에어컨이 빵빵한 법당에서 오늘도 7명이 귀중한 가르침을 받았다. 평소 바글대던 단골 식당에서는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김치전이 무상으로, 리필까지 하면서 상에 올라 어느 날보다 푸짐한 공양이었다.
공양하는 도중 최근 인도네시아의 해발 4000미터 고지의 산을 등반하고 온 김두경과, 장마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매일 대모산에 오르는 박정애의 산행 얘기가 즐거운 화제였다.
오늘 스님은 사찰의 연중 법회와 재(불공) 등 신도들이 참석해야하는 행사를 차분히 설명하셨다. 불자라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사찰에 가는 것이 도리이다.
다음 달부터는 한문 천수경 대신 한글로 번역된 천수경을 염송하겠다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뜻도 모르며 외우기보다는 뜻을 깊이 알고 새기면서 읽자는 취지다.
참석자 : 김두경 박광선 송인식 류진희 박정애 정채영 이향숙
묘적 스님 법문 - 사찰의 연중 행사
지난 달 법문으로는 계를 지키는 게 보시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계를 지키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절의 법회나 재를 지내러 갈 때는 미리 목욕재개하고, 마음도 맑게 갖게 된다. 따라서 그날 하루는 업을 덜 짓고 계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며, 그래서 불자들은 절에 자주 가야한다.
공식적인 법회나 재에 참석하면 나중에는 평일에도 혼자 법당에 앉아 기도를 하게 된다.
절에 가는 불자들의 대부분은 보살들이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종교적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어느 신도는 일 년에 한 번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을 달고 하루 가면서 불자라고 자처한다. 이건 잘못이다.
사찰에서는 매일 새벽, 사시, 낮, 저녁 등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올린다. (이런 평상시 기도는 예불이라고도 함)
그 중 가장 중시하는 건 사시 기도. 巳時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두 시간을 말한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새벽에 탁발(걸식)을 한 음식으로 하루 한 번 이 시간에 공양(식사)를 하셨고, 그에서 유래하여 어느 사찰이든 모든 중요한 행사는 모두 사시에 실행한다.
신도들이 참가하는 사찰 행사는 법회와 재로 크게 나눈다.
◆정기법회 : 스님에게서 법문(부처님 가르침)을 듣는 행사는 법회라고 한다. 오늘 여러 분이 만난 이 자리가 법회다.
매달 열리는 정기법회는 음력 초하루. (불교는 모든 날짜를 음력으로 사용하며 이하 모든 행사는 음력임) 이 날에는 신중님께 다가올 한 달 동안 집안이 두루 편안하고 나쁜 일이 안 생기기를 빈다. 초하루 법회를 그래서 神衆기도라고도 한다.
법당에서 부처님이 계신 오른 쪽 벽에 계신 분들이 신중(신들의 무리)인데 이 분들은 불법과 중생들을 지키는 수호신들이다. 신중 가운데 서계신 가장 큰 신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化身이다.
◆포살(布薩)법회 : 비구 비구니들이 지켜야할 계율을 암송하며, 신심을 점검하는 법회. 원래는 스님들만 하지만 어느 사찰에서는 스님 신도들이 다 함께 하기도 한다. 비구계는 250가지, 비구니계는 349가지. 이 계율을 다 큰 소리로 외우면서 자신이 수행을 잘하는 지, 못하는지를 스스로 반추하여 잘못이 있으면 고백하고 참회하는 기회가 된다. 최근까지는 큰 사찰의 강원(스님들 교육기관)에서 한 달에 두 번, 초하루와 보름에 했지만 현재 대한 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지관스님이 취임하신 후에는 모든 조계종 스님들은 반년마다 선방에서 포살법회를 갖고 있다. 만약 여기서 계율을 다 외우지 못하면 법랍(스님으로서 계를 받고 승려가 된 기간)을 반 년 단축시키는 징계를 당한다.
◆재일(齋日) : 이외 절에 따라 미타재일(15일), 지장재일(18일). 관음재일(24일) 약사재일(8일) 중 택일하여 재를 올린다.
재(齋)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뜻인데, 공양은 식사라는 뜻 외에 부처님께 정성껏 바치는 물건 또는 행위라는 뜻도 있다. 재일의 행사를 불공이라고도 한다. 공양 올리는 물건은 꽃, 향, 초, 쌀, 돈, 음식 등이 있다.
미타재일은 아미타불 부처님께 불공드리는 날. 아미타불 부처님은 西方 정토(淨土 ; 극락)에 계시면서 우리 중생들이 이 세상을 떠난 후에 극락으로 데려가시는 부처님이다. 우리들이 무슨 일을 당할 때 “나무 아미타불”하고 소리내는 부처님이 바로 이 분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열심히 수행하는 목표는 성불, 깨달은 후 극락에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어려운 일이라, 아미타불께서는 “나를 믿고 의지하면 내가 만든 서방세계의 극락으로 보내겠다. 선한 일을 하루 한 번은 하라.”고 말씀하시고 우리나라 기준으로 서쪽인 인도에 서방정토, 극락을 만드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미타불”이라고 꾸준히 많이 부르면 곧바로 극락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지장재일은 지장보살에게 불공 드리는 날. 지장보살은 지옥 문에 계시면서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이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제도하고, 구하기 전에는 결코 成佛하지 않겠다는 방대한 원을 세우고, 중생들이 죄를 짓지 않게, 또 죄를 지었더라도 가볍게 죄보를 받도록 하고 계신다.
누가 죽으면 절에서는 49재를 지내는데 이때 지장보살께 공양을 올리고 영가(靈駕 : 고인의 혼령)의 왕생극락을 기원한다.
관음재일은 관세음보살에게 불공 드리는 날. 觀世音, 또는 觀音보살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의 뜻은 세상 중생의 모든 소리를 觀(그저 막연히 보는 게 아니라 깊이 보는 것)하는 보살이라는 뜻.
소리 중에서도 고통받는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자비로운 손을 뻗쳐서 구해주신다고 하여 불자들이 기도할 때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이다.
藥師재일은 이름 그대로 약을 주시고 병을 고쳐주신다는 약사보살께 불공드리는 날이다. 이 재일을 지키는 절은 거의 없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건강을 잃은 신도들이 약사보살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절에서는 매달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닌 보살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양을 올리며, 일상 기도와 예불에서도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아미타불 이름을 부른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름을 부르는 건 석가탄신일이나, 성도재일 때 뿐이다. 그 이유는 우리 중생들이 깨달은 중생인 보살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
예전 사찰에서는 법당에 삼존불을 모실 때 가운데에 석가모니불, 좌우에 보현보살(보살행을 도와주는 보살)과 문수보살(지혜를 주시는 보살)을 모셨다. 그런데 요즘 절에는 지금 이 청호불교문화원 법당처럼 부처님 좌우에는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다. 소위 인기 보살을 모신다.
이 청호불교문화원 입구에는 배가 불룩한 포대화상의 좌상이 있는데 포대화상은 미륵불의 화신이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약 2500여년 후 이 세상에 오셔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부처님 대신 구해준다는 미래의 보살이다. 올해는 불기 2553년(부처님 열반하신 해를 기준으로 정함)이니 미륵불이 강림할 시기라는 생각에서 미륵불을 기다리며 포대화상을 모신 것이다. 이처럼 시대의 요청에 따라 모셔지는 불상이 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요즘보다 더 많이 한 달에 10일간 재를 지냈다. 신라시대에는 이 10재일에는 사형 집행도 하지 않고 선업을 쌓으려 노력하며 재를 지냈다고 한다.
◆불교의 4대명절 :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4대 명절이다. 석가탄일(4월 8일), 성도재일(12월 8일, 보리수 아래에서 성불하신 날), 출가일(수행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나신 날, 2월 8일), 열반일( 돌아가신 날, 2월 15일).
이 4대 명절 중에 일반 사찰에서는 석가탄신일과 성도재일만 지키고 있다. 그러나 성도보다는 열반하신 날이 더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에 가신 날이라 그날이 더 종요하다고 생각한다.
◆천도재 : 천도재(遷度齋)는 돌아가신 조상이나 가족들의 영가가 혹시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더라도 벗어나서 극락으로 가도록 빌어주는 불공이다. 따라서 이 천도재는 1년에 한 번 우란분절(7월 15일)에 일제히 지내고, 개인적으로 희망에 따라 지낸다.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祭祀와 구별하여 祭라하지 않고 齋라고 한다. 천도재는 조상들이 왕생극락하도록 비는 불공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보시이다. 천도재를 지낸 공덕은 재를 지낸 후손에게 더 많이 돌아오기 때문. 그래서 어떤 큰 소원이 있을 때 천도재를 지내는 수가 많다.
◆우란분절 : 우란분절 (우란분절)은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일 년에 하루 극락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올리는 재를 말한다. 일반인들은 백중 또는 백종이라고 부르는 날이다.
‘우란분’이란 말은 거꾸로 매달린다는 뜻. 부처님 10대 제자 중 가장 신통력이 큰 목건련 (또는 목련)존자가 어느 날 신통력을 발휘하여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으니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었다. 너무 가슴이 아픈 그는 부처님께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해달라고 간청하였다. 부처님은 목련존자의 어머니 뿐 아니라 함께 고통 받던 다른 중생들까지 모두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셨다. 이날에서 유래하여 우란분절이 생겼고, 이날 전 사찰에서는 영가천도재를 지낸다.
요즘 대부분 사찰은 우란분절 49일전부터 7일마다 재를 지내다가 마지막 재를 우란분절에 지내곤 한다.
◆49재 : 누가 이 세상을 떠나면 그날부터 매 7일마다 일곱 번, 즉 7X7=49일간 지내는 불공.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면 영가는 49일간 이승에 머물며, 그동안 염라대왕은 그가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조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7일마다 그가 지은 선업과 악업을 판단하고, 마지막 49일째 되는 날에 최종적으로 선업과 악업을 판정하여 지옥이나 극락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 7일마다 불공을 드리면서 변론하고 너그러운 선처를 비는 의식이다.
◆동지 재일 : 음력으로 따지는 불교 의식 중에 오직 동지때만 양력으로 12월 22일경 동지날에 재를 올린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로서, 다음 날부터는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에 지난 날의 액운을 모두 물리치고, 새 희망과 새 미래를 연다는 의미로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재를 지낸다.
◆예수재(豫修齋) : 예수재는 미리 닦는다는 뜻 그대로 자신의 모든 업장 소멸을 빌고, 죽은 후 극락왕생을 빌면서 마음과 몸을 죽기 전에 미리 깨끗이 한다는 재이다. 이는 정해진 날이 없이 절에 따라 날을 정해서 재를 지낸다.
◆칠석 : 견우 직녀가 만나는 7월 7일은 칠성단에 七星님들께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빈다. 공식 재일이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는 절이 많다.
이상의 재와 법회 일을 잘 지키고 계를 지켜서 마음을 닦은 후 불법 공부는 그 다음에 해도 된다. 적어도 재일이나 법회 날에는 나쁜 생각 나쁜 행동을 삼가게 되니 이게 바로 수행의 길이다. 그러니 절에 열심히 다니자.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