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전 날의 집중호우가 무색하게 맑고 무더운 10일 오후, 바쁜 일을 다 제치고 그래도 8명이 모였다. 특히 이원구 거사가 일찍 당도하여 향과 초를 사르고 방석을 모두 깔아놓고 기다리니 이 또한 오늘 법문 주제인 무외보시다.

두 달 만에 듣는 스님의 염불 소리도 더 힘있고 청아하게 들리고 법회 내내 기분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오늘 법문은 <진정한 보시는 계를 지키는 것>이 주제. 보시를 함으로써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참석자 : 송인식 이원구 박광선 황정환 이향숙 정영숙 현정인 홍사순 8명.

       묘적 스님 법문- 진정한 보시는 계를 지키는 것

 여러 분이 다 알다시피 모든 불자들이 지켜야할 6바라밀 중 첫째가 보시이다. 보시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진정한 보시는 계를 지키는데서 나온다.

부처님 당시에 ‘바드리카’ 라는 아주 큰 갑부가 살았다. 그는 말할 수 없이 큰 부자지만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인색한지 거지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은 일곱 개 두고 문마다 문지기가 지켰다. 또 곡식을 새가 못가지고 가도록 지붕에 그물을 쳤다.

 부처님 제자들은 그를 깨우치게 하기 위해 묘안을 냈다.

부처님 10대 제자 중 天眼 제일인 아나율 존자가 제일 먼저 그 집안에 들어갔다. 당시 부처님 제자들이나 모든 스님들은 걸식을 했기 때문에 걸인 행색과 같았는데 그 경계를 용케 뚫고 들어간 것이다.

아나율은 한 때 부처님이 설법하시는데 졸고 있다가 큰 꾸지람을 듣고 각성하여, 1주일간 전혀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하여 실명했다. 그러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天眼이 밝아져 천안 제일이라는 칭송을 듣게 됐던 제자다.

그 아나율이 바드리카의 집안에 있는 걸 본 그 부자가 “어떻게 스님이 있느냐?”고 하인을 크게 꾸짖었다. 남자 스님을 비구라고 하는데 그 뜻은 乞士, 얻어먹는 선비라는 뜻이니 스님도 걸인 취급을 한 것이다.

아나율이 구름떡을 먹고 있는데 이번엔 역시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분인 두타 제일의 가섭 존자가 들어왔다. 두타란 말은 수행함에 아주 검소하고 모범적이란 뜻.

가섭을 본 부자는 또 화가 나서 이번엔 부인에게 따졌다. 그러자 불자였던 그 부인은 “아나율 존자는 왕자였다가 출가하셨고, 가섭 존자는 아주 큰 부자였다가 출가하신 분이니 거지가 아닙니다.”하고 말했다. 바드리카는 아나율이라는 이름과 가섭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아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이번엔 신통 제일의 목련존자가 들어왔다. 신통력이 제일가는 목련존자는 대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지붕의 그물을 뚫고 들어왔다.

목련존자를 본 부자는 “너 귀신이냐?”고 놀랐다.

목련존자는 “귀신이 아니고, 우리 세 스님은 당신에게 보시에 대해 설명하러 왔습니다.”라고 했다. 부자는 들어서 손해날 일 없다고 가만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목련 존자는 “보시에는 법시(法施)와 재보시(財布施)가 있는데 법시란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계를 지키는 것이 법시이고 재물을 베푸는 게 재보시입니다. 보시를 하면 복을 받습니다. ”

돈이 들지 않는 법시를 해도 복을 받는다니 부자는 솔깃했다.

목련존자는 계속해서 “계는 다섯 가지인데 첫째는, 살생하지 않는 것, 둘째는,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것, 셋째는, 남의 아내를 탐하지 않는 것, 넷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다섯째는, 음주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자는 생각하기를 모두 지키기 쉬운 것이고 별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그 후 그도 부처님께 귀의하고 많은 보시를 하며 살았다.

이같이 보시는 물질적으로 남을 돕는 재보시보다는 계를 지키는데서 나오는 법시와 무외(無畏)보시가 더 큰 공덕이 있다.

우리가 부처님 앞에서 향을 피고, 촛불을 켜는 것은 내 마음을 다해 계를 지킨다는 의미이다.

우리들은 “좀 더 살만해지면 나도 남을 도와야지”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이다. 보시는 물질로만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무외보시를 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 무외시란 남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근심을 덜어주는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부드러운 말, 좋은 말을 해주어 기쁘게 하고,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 원한을 풀어주는 것, 이런 게 무외보시다.

조금 전 아나율이 실명했다고 했는데 어느 날, 그의 옷이 헤어져서 꿰매야하는데 바늘에 실을 꿸 수가 없어 혼잣말을 했다. “누가 대신 꿰매주면 좋겠네.“

그러자 누군가 바늘을 잡고 실을 꿰고 옷을 다 기워주었다. 아나율이 천안으로 보니 바로 부처님이었다. 아나율이 놀라니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복을 짓는데 나처럼 부지런한 사람은 없다.”고 하셨다.

부처님은 모든 것을 갖춘 분이시지만 오직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데는 욕심이 많고 부지런하셨다.

보시하면 바로 복이 온다. 욕심은 버려야하지만 오직 베푸는 데는 욕심이 많은 게 좋다.

 아까 아나율이 부자 집에서 떡 먹는 얘기를 했는데 떡과 관련한 얘기를 더 하겠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어느 부부에게 떡 한 개가 생겼다. 나눠 먹으면 좋은데 부부는 서로 혼자 다 먹으려고 했다. 서로 양보를 안 하다가 내기를 했다. 서로 침묵을 지키다가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이 지는 것, 안 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는 내기였다. 부부는 아침부터 입을 다물고 밤이 되도록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침 도둑이 들었는데 부부가 서로 쳐다보고도 말을 하지 않아 도둑은 안심하고 집안을 뒤졌고, 이번엔 부인을 범하려고 했다. 그래도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부인은 더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남편에게 “내가 봉변을 당하는데도 가만히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이겼으니 이 떡은 내꺼.“라며 기뻐했다. 그 후 온 동네에 이 부부는 어리석은 부부로 소문이 났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너희들도 이와 같다. 작은 탐진치에 눈이 멀어 가진 재산을 모두 잃는다.”고 하셨다.

부처님은 보시를 하는데도, 악한 사람보다는 착한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이 낫고, 착한 사람 천 명보다는 계를 지키는 사람 한 명에게 공양하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그만큼 持戒는 중요하다.

 1976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다. 학생을 반씩 나누어서 반은 교도소에 수감하고 반은 교도관으로 일하게 했다. 그런데 단순한 체험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 학생들은 난폭해져서 폭행을 하게 되고, 수감 학생들은 신경질이 늘더니 마침내 6일 후에는 탈출을 꾀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성격이 변해 학교는 할 수 없이 6일 만에 실험을 중지했다. 이처럼 사람 성격은 환경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여러 분들은 지구촌의 업을 따라서, 한국의 업을 따라서, 또 사대부고 16회라는 업, 그리고 불자가 된 업으로 여기 모였다. 이런 업 따라 공통된 환경에서 같이 모이는 것이다. 같은 길을 가며 도를 닦는 사람을 도반(道伴)이라 한다. 여러 분들은 우선 도반들에게 보시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우리는 모두 어리석은 중생임을 깨닫고 보시를 열심히 하자.

부처님은 중생의 삶을 이렇게 비유하셨다.

어떤 사람이 사자에게 쫓겨서 도망을 갔다. 한참 도망가는데 눈 앞에는 우물이 있는데 그 속에는 독사가 우글거렸다. 위를 보니 나무 위에 그 사자가 버티고 있고, 나무 줄기가 앞에 보이는데 줄기에는 꿀이 묻어있었다. 그는 줄기에 매달려 꿀을 먹는데 그 나무 줄기는 두 마리의 쥐가 갉아 먹어 썩고 금방 끊어질 지경이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방에 위험이 있는데도 눈 앞의 꿀에만 정신이 팔려 위험을 모르고 있는 어리석은 존재가 중생들이다.“

선우회 회원들은 각자 “나는 눈 앞의 이익에만 끄달려 죄를 짓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이승이 아니면 내세에서 해탈하겠다는 생각은 요원한 꿈이다. 지금 이 순간에 계를 지키고, 법시, 무외보시를 하자. 그것이 여러 분이 원하는 복을 받는 길이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