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6 혁명이 일어난 그 기념일에 아침형 동문들 26명이 오전 7시에 정태영 회장과 생동불 이원구 변호사의 배웅을 받으며 오대산의 월정사 상원사를 향해 떠났다.
88도로를 타고 새벽의 청정한 공기와 주변의 파아랗게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면서 박상규와 박정애가 준비해온 김밥과 물 포도로 요기를 하면서도 연신 수다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까르르 웃음보들이 터진다.
선우회 지도 법사이신 묘적 스님과 회원 16명, 그리고 준회원 10명 모두 26명의 즐거운 봄나들이였다. 꽃들은 이미 다 져버렸지만 새순들이 솟아난 나뭇잎들은 햇볕의 입사각 반사각에 따라 반짝이는 빛깔들이 저마다 각양각색 이다.
봄가을에 떠나는 사찰 순례에 이번에는 전보다 더 많은 기독교 천주교 신자 친구들이 아무 거리감 없이 대거 참여해주어서 아주 반갑고 고맙다. 서로 다른 종교인이기 전에 우린 친구들이니까.
문막 휴게소에서 김두경을 픽업하고, 버스에서 스님의 짧은 법문을 들었다. 비 불자 친구들도 알기 쉽게 <安心>을 주제로 하셨다. 안심이라면 편안한 마음이지만 불교적으로는 “아무런 근심 고통 생각이 없는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 상태”이며 절에 가서 기도하고, 염불(부처님을 생각하는 것)하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질 때 상태를 안심이라고 하셨다. 어떤 형태로든지 어떤 종교를 갖든지 항시 마음을 편하고 맑게 가지고 살자고 하셨다.
오늘의 화두는 그래서 安心이었다.
상원사에 10시경 도착해서 박광선을 만났다. 그곳 사시 예불 시간과 겹쳐 우리끼리의 예불은 못하고 버스에서 박미자가 설명한 상원사의 설화를 되새기며 전각들을 참배만 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보궁 참배는 시간이 1시간 반 이상 걸리므로 아쉽지만 생략할 수 밖에 없었다.
1시간 후 월정사 큰 법당에서 스님 인도로 예불을 장엄하게 올렸다. 함께 온 모든 사람들, 그리고 어지러운 나라 안팎의 평화를 빌었다.
호젓한 산 중에서 맞는 예불은 감회가 사뭇 다르고 신선하다.
1시에 월정사를 떠나 박광선이 봉평에서 메밀 요리를 가장 잘한다고 예약한 현대막국수 집에 도착. 부드러운 사리와 국물 맛이 끝내주는 국수, 메밀 전병, 메밀묵 무침이 입안에서 녹는다. 식도락도 나들이에서 뺄 수 없는 주요 행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식후엔 금강산 버금가는 박광선 회원의 집으로 꼬불꼬불 길을 따라 해발 8백미터가 넘는 곳으로 갔다. 호랑이가 나올듯한 신속 오지에 4년간 손수 지은 나무 집은 아주 정갈하고 단순하게 정리됐는데 봉평 하늘 아래에서는 첫 집인 것 같다. 집 옆에서 약수를 마시고 수박을 먹고 사진으로 보았던 링컨 대통령의 오두막집 같은 그곳에서 신선처럼 지내는 박광선 거사의 삶을 상상해보았다.
모두 부러워서 “하~아”하고 감탄은 하지만 막상 살라면 무서워서 못 살 것 같다며 아쉽지만 오크밸리 산장을 향하여 차에 올랐다.
김두경의 영역인 이 지역에서 그가 직접 구입한, 광우병으로 부 터 절대 안전하고, 게다가 맛도 뛰어난 한우를 굽고 두부전골을 곁들여 푸짐한 성찬을 즐겼다.
공식적인 이 스케쥴이 빡빡하긴 했으나 박미자의 불교 공부- 이판사판, 아수라장 , 야단법석 뜻의 유래와 상원사의 설화 등- 정애의 재치있는 입담, 풍자의 유머 등이 양념으로 버무려져서 피로한 줄 모르게 무려 14시간 반 동안을 <安心>하게 보냈기를 빈다.
한편 오늘 순례에 물심양면으로 보시한 김두경, 박상규, 이원구, 박광선, 오늘 새로 입회한 김군승, 베트남 여행팀, 박정애, 박미자에게 깊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