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성지 순례를 마치고
서울을 떠나 사찰 순례를 할 때마다 항상 날씨가 쾌청하고 불심이 충만해지고 모두 만족하기를 기원한다. 이번에는 한겨울이라 혹 그 전에 눈이 와서 절에 오르는 산길에 빙판이 생길까, 당일 날씨가 추워서 고생들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것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날은 흐리고 안개에 싸였지만 푸근하고 쾌적했다. 양재역 주차장에 회원 12명, 비회원 동문 5명 등 합 17명이 모이니 대 가족이다. 암 투병중인 김세환이 참가 신청했었는데 갑자기 새벽에 통증이 와서 응급실에 갔단다. 부처님의 가피를 빈다.
박상규 박정애가 준비해온 빵과 귤을 나누고,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서산이 낳은 오늘의 生動佛 이원구가 마이크를 잡더니 썰을 풀기 시작한다. 오늘은 레퍼토리가 전과 다르게 개혁이 됐다. 서산 출신 유명인사 가운데 한 분인 왕족(태종의 아우 방간의 후손)출신이며, 전생에 대자대비하신 스님이었다는 이원구 변호사님의 생가(장차 성역화 될 예정?)와 그 분 가문이 600여 년 전 서산에 자리 잡게 된 유래를 들으며 그 생가에 들를 수 없는 바쁜 일정을 아쉬워했다. 野說 일변도가 아니라 짤막한, 그러나 웃기는 야그(야한 개그)들.... 오며 가며 풀어놓은 야그들은 내 빈약한 기억의 한계 때문에 다 옮길 수가 없다. <현미경>, <닭 엄마>, <지구의>등등 토막 얘기 제목과 “사과를 숟갈로 파먹은 걸 뭐라고 하느냐?”는 등의 수수께끼 몇 가지만 기억에 남는데 하여간 오늘도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아, 참. 이원구 자신이 날리는 최고의 닭살 멘트가 생각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인에게 “여보, 나 간밤에 악몽을 꾸었어. ” “뭔데요?” “당신이 안 나오는 꿈은 다 악몽이야.” 으- 악! (소름 끼치는 소리).
천하 애처가 박상규도 그런 말 흉내 내다가는 미친 사람 취급 받는다고 일갈.
제일 먼저 닿은 곳은 마애3존불. 과거 현재 미래의 3분 부처를 바위에 새긴 600여 년 전 백제 시대의 마애불에서 가운데 석가모니불의 미소 띤 모습('百濟人의 미소'로 불리는 미소)이 이원구 류진희 웃는 모습과 닮아 생동불이란 별칭을 붙이기로 했다.
지방 보물인 개심사 심검당(참선 장소) 에서는 휘어진 통나무를 그대로 기둥과 문지방으로 사용한 토속적인 건물 양식에 친근감을 느꼈고, 개심사로 가는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서 번뇌를 하나하나 끊어가는 느낌이었다.
개심사에서 간월도로. 군사기지인 해미읍성과 천수만 철새 도래지를 창밖으로 보면서 이원구 생동불의 해설을 들었다.
간월도 앞 바다 수평선 너머로 물안개가 자욱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횟집에 멈췄다. 지금은 밀물 때지만 썰물 때는 개펄에 들어가서 바지락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예약해둔 상차림에 한 동안 모두들 일을 다물지 못했다. 바다에서 나는 모든 해물들, 20종이 넘는 어패류들이 정갈하게 차려있고 잠시 후 광어회가 또 나온다. 겨울에 홍성 앞 바다에서만 잡힌다는 특산물 새조개도 푸짐하다. 이틀 전 TV에서 새 모양으로 생겨서 이름이 새조개라는 새조개 잡이 광경을 보았는데 금세 여기서 먹게 됐다.
복분자 곡차로 선우회 발전을 축원하며, 이원구의 보시로, 글자 그대로 산해진미를 포식하고 이원구의 야그로 입가심을 했다. 아직 횟감들이 반 이상 남아 더 있고 싶지만 예산 수덕사를 향해 출발. 오후 7시 이후에 양재역에 도착하면 저녁까지 먹는다고 하니 모두를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한다. 집에 일찍 가면 마나님들에게 저녁도 못 얻어먹느냐고 혼난다나.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나라 最古의 목조건물이라는 국보 대웅전을 비롯해서 수덕사에 관한 박미자의 간단한 해설을 들으며 수덕사를 참배하니 덕숭산 능선 위에서 안개가 하늘하늘 올라가는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다. 덕숭산 수덕사의 설화가 새겨진 비문을 읽는다. 덕숭 도령이 동네 수덕 낭자에게 첫눈에 반해서 사람을 넣어 청혼을 했는데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청혼하니까 낭자는 “절을 하나 지어주면 응하겠다.“고 대답. 도령은 절을 짓게 되는데 불심이 없이 지었기 때문에 도중에 화재가 나서 다 타버렸다. 다시 짓는데 이번엔 목욕재계하고 지었으나 역시 도중에 화재를 당했다. 도령은 할 수 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지었더니 완성이 되었다. 그리하여 둘은 결혼을 했는데 신부는 신랑이 자기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신랑이 참다못해 강제로 안으려 하자 신부는 도망치고 그 자리에 버선 한 짝이 떨어졌다. 버선은 곧 버선 모양의 노란 꽃으로 변했다. 그 꽃 이름이 버선꽃으로 붙여졌고 도령과 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 수덕사라고 명명이 되었다 한다. 낭자는 수덕사를 짓기 위해 몸을 바꾼 관세음보살의 化身이라는 것이다.
말리면서 팔고있는 감이 상점마다 입구에 주렁주렁 커다란 주련처럼 예쁘게 달려있는 것들을 보면서 유유히 느릿느릿 수덕사 경내를 벗어났다. 평일이고 겨울 비수기라서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호젓하게 우리들 뿐이다.
제발 좀 고속도로 교통체증이 생겨서 7시 이후에 서울에 도착하기를 한 마음으로 빈 덕분에 30여분 지나 강남 땅에 도착했다. 그리하여 오늘의 선남 선녀들은 다시 저녁을 먹은 후 안개비를 맞으며 각자 굿바이! 헤어질 때 이원구 생동불께서는 서산 현지에서 구해놓은 감태(김 종류의 특산물)을 한 상자씩 나눠주셨다.
참석자 : 박상규 송인식 이원구 황정환 박미자 박정애 류진희 정채영 홍사순 현정인 이후영 이향숙
김성광 김풍자 남영애 정영경 이효숙
오늘 물심양면으로 보시한 이원구 생동불과 진행상 많은 수고한 박상규 황정환 박미자 와 추위에도 참석해준 모든 회원에게 감사 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