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다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거사(남자 회원)들이 전원 참석하는 등 13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오늘은 그동안 우리 게시판을 수시로 들어와 본 박광선 동문이 자진해서 찾아와서 반가움을 준 것도 부족해, 선우회에 입회하는 신고식이라며 저녁 공양까지 쏘아 박수로 환영해주었다. 또 멀리 원주에서 빗속에 운전하고 참석해준 김두경에게도 쌩유!

반대로 작년 말부터 연락 두절이던 이영자가 미국 LA에 있는 것을 8일 확인하여, 아쉽게도 회원 명단에서 지우게 되었다.

왼쪽 엄지발가락 밑 튀어나온 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이정애가 불참했는데 빠른 회복을 빈다.

오늘 결정에 따라 목요일 모임에 어려움이 많다하여 정기 모임 요일을 바꿔 매월 둘째 금요일 오후 6시로 정했다.

오늘 법사는 신림동 감로사 주지 妙寂스님. 공주 마곡사에서 출가, 4년간 강원 공부를 마치고 능인선원에서 법회를 맡으시다가 최근 감로사를 마련하셨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논문을 쓰고 계시는 젊은 학구파 스님이다.

참석자 : 김두경 황정환 송인식 박상규 박영섭 이원구 박광선 이후영 정영숙 박정애 류진희 홍사순 이향숙  13명

묘적 스님 법문: 인연법(또는 인과법)

부처님께서 6년간 고행 후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으신 인연법을 설명하겠다. 인연법이란 원인이 있어 결과가 온다는 의미다.

텔레비전에서 ‘나비효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서 폭풍이 분다는 비유다. 작은 일로 큰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카오스(혼돈) 이론도 마찬가지. 혼돈 속에서 법칙을 찾는다는 건데 이 이론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불교다. 어떻게 나비 효과가 생기고, 카오스에서 법칙이 나오는가. 어떤 원인에서 큰 결과가 나오는 것, 이것이 인연법이고, 인과법이다.

연기법, 인과법, 인연법은 다 같은 말로, 부처님이 6년간 고행 끝에 깨달으신 불교의 핵심 되는 진리다. 부처님은 인연법을 발명하신 게 아니라 발견하신 것이다.

연기법의 주체는 業, Karma다. 원 뜻은 ‘의도를 가진 행동’을 말한다.

업은 善業과 惡業으로 나뉜다. 착한 마음은 선업이고, 악한 마음은 악업이다. 내가 지은 것의 결과가 업이다. 젊은 사람이 건강하다고 술을 많이 마시고, 잠을 자야할 시간에 자지 않고 무질서하게 살다가 병이 나면 그 결과가 업이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믿는데 몸이나 영혼이 윤회를 하는 게 아니라 업이 윤회한다.

 우리들은 악한 사람이 잘 살고 선한 사람이 고통 받는 걸 많이 보는데 이건 인연법에 어긋난 듯 보이지만 금생에서 잘 살고 못 사는 건 전생에 지은 업 때문이다. 현생의 악업이나 선업은 반드시 다음에 받는다. 업은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결과가 나타난다.

업은 어떻게 지을까? 身口意,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다. 천수경에 10악 참회 구절이 있다. 그 10악이 바로 身口意로 지은 악업이다. 그 10악 중에 살생, 투도(도둑질), 사음(간음)은 몸으로 지은 악업이고, 망어(헛된 말), 기어(교묘한 말), 양설(이간질), 악구(욕, 험담)은 입으로 지은 악업이며, 탐진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것)은 마음으로 지은 악업이다. 그러니 역으로 이 10가지를 행하지 않으면 악업을 짓지 않는다.

악업이 많으면 삼악도에 떨어진다. 삼악도는 지옥이며, 업에 따라 아귀와 축생으로 보를 받기도 한다. 아귀는 목구멍이 가늘고 배는 몹시 커서 먹을 수가 없어서 항상 배고픈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선업을 지으려면 戒定慧 3학을 지키면 된다. 계는 계율이고, 정은 참는 것, 혜는 지혜. 그러니까 계율을 잘 참고 지켜서 마음이 고요해지면 지혜가 나온다.

선업을 지으면 어떻게 되나? 기독교는 영생을 한다고 말한다. 불교는 不生을 얻는다.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경지를 말한다.

인연법에서 업보를 받는다니까 운명으로 알고 체념하고 점을 치러 가기도 하는데 인연법은 운명론과는 다르다. 불교는 업을 극복하고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인연법을 지켜야하나? 中道를 지켜야한다. 치우침이 없는 길이 中道다. 계를 너무 지키면 업이 되기도 한다. 가령 여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스님이 지나가다가 여자를 가까이해서 안 된다는 계율에 얽매어 그냥 가면 업을 짓는 것이다.

부처님이 출가하실 때는 고행을 통해서만 수행이 된다고 믿으셨다. 수행은 쾌락을 누리는 것도 있고 반대로 고행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고행을 택하셨다. 그러나 이미 왕자의 신분이던 부처님은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셨고, 또 출가를 결심하셨을 때 (아버지인 정반왕은 )출가를 막으려고 날마다 어여쁜 여자들이 주변에서 춤추며 놀게 하셨다. 궁중 주변에는 고통 받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들이 일체 보이지 않게 했다. 그럼에도 출가하신 부처님은 고행만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 믿고 6년간 거의 공양을 안 하시면서 수행을 하셨다. 나중엔 갈비뼈가 앙상해 바이올린처럼 연주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성도하신 후 치우침이 없는 중도가 최선임을 깨달으셨다. 몸이 너무 고달프면 피곤하고, 몸이 편하면 나태해짐을 아셨다. 그러니까 어느 쪽으로도 지나침이 없는 중도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하셨다.

어느 것에든 치우침이 없어야한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너무 사랑하면 죄를 지을 때도 있다. 돈도 너무 사랑하면 문제가 생기고 너무 싫어해도 업을 짓는 수가 있다. 자식도 너무 사랑하거나 너무 미워하면 업을 짓게 된다. 너무 싫어하거나 너무 좋아함이 없는 것이 중도다. 싫은 사람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도다.

반야심경의 핵심인 空,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모두 편견을 버리라는 중도 사상이다. 색즉시공, 물체가 허공과 다르지 않고, 공즉시색, 허공이 물체와 다르지 않다. 허공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수많은 별과 우주가 있다. 수많은 별과 우주가 있지만 허공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인다. 그러니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내 생각만 옳다고 하지 말고, 남의 생각도 옳을 수 있다는 걸 알면 중도를 지키게 된다.

三法印(부처님이 열반하실 때 제자들에게 지키라고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라는 세 가지 진리가 있다. 諸行無常, 諸法無我, 一切皆苦인데 제행무상은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는 것, 제법무아는 나라는 건 본래 없다는 것, 일체개고는 모든 건 고통이라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의 나가 아니다. 키도 커지고 지식도 늘었고 이젠 나이도 많아졌다. 본래의 내 모습이 없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그러니까 본래의 나는 없다. 나는 항상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데서 괴로움이 생긴다.

이 삼법인을 알면 중도를 따르게 되고 괴로움이 안 생긴다.

우리는 죽으면 본래의 모습인 地水火風, 흙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돌아간다. 마치 폐차가 부품으로 분해되는 것처럼. 내 몸이 이렇게 변하니 바로 제행무상인 것이다.

죄를 짓고 소멸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苦集滅道라는 말이 있다(사성제). 苦集은 因이고 滅道는 緣(결과)다. 집착하는데서 괴로움이 오고, 괴로움이 없어지면 도에 나가게 된다는 뜻이다. 

집착하는 고통은 어떻게 없애나? 8정도를 지키자. 8정도란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알고, 바르게 믿자는 등 바른 수행법 8가지를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여러 말을 했지만 요점은 중도를 지키라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후 수행은 너무 고행을 해서도 안 되고, 너무 쾌락적이어서도 안 되는 중도를 지켜야한다고 믿으셨다. 그래서 지나가는 양치기 소녀에게서 우유를 얻어 마시고 배를 채우셨고, 그동안 길렀던 머리를 깎고, 손톱도 자르고, 목욕도 하셨다. 함께 수행했던 5명이 이 모습을 보고, 여자를 가까이 했다며 부처님 곁을 떠났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들을 찾아가서 인연법을 설하고 중도를 설하셨다. 그제야 5명은 크게 깨닫고 부처님의 최초의 제자가 됐다. 그 최초의 설법이 지금껏 내가 말한 인연법이고 중도를 지키면 악업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며, 모든 불법의 요체다. 

그 후 8만4천 가지 법을 설하셨고, 해인사 8만대장경에 그 법문이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은 부처님 제자들이 기억한 내용을 기록한 금강경과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 등 경전 내용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말한 것들은 다시 말하면 모든 경전 내용의 핵심인 셈이다. 한꺼번에 다 기억하기는 어렵겠고, 그저 이론으로 기억하되 꼭 두 가지만 지키면 여러 분도 깨달을 수 있다. 나 같은 중생이 무얼 깨달을까 하는 생각이 我相, 衆生相이다. 아상, 나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무외보시와 기도, 이 두 가지만 열심히 실천하면 된다.

보시는 자비이타, 남에게 자비를 베풀어 이롭게 하는 것,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다. 어느 보살 법명이 大悲心이었는데 큰 슬픔이란 뜻으로 알고 이름에 불만이었다. 대비란 내 큰 슬픔이 아니라 남의 슬픔을 내 슬픔으로 알고 그 슬픔을 덜어주는 자비이다.

보시는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보다 무외시(無畏施), 즉 남의 두려움과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큰 보시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돈을 주어 그가 빵을 사먹으면 그 고통은 배불러지는 그 순간만  끝난다. 그러나 근심꺼리를 들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한 끼 배부르게 한 공 보다 더 크다. 그게 무외보시다. 돈이 들지 않고도 더 큰 공이 되는 것, 무외보시를 하며, 열심히 기도하기 바란다. 그러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