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회를 보살피시는 부처님의 가피인 듯 장마 비도 잠시 멈추고 덥지도 않은 12일 오후, 보살심 가득한 12명이 모였다.
봉은사는 수도산(현 경기고까지 주변 산 이름) 자락에 자리한 선종의 으뜸 사찰(首禪宗)이다.
보통 전통 사찰은 입구인 일주문을 지나, 四天王門, 금강문, 眞如門(또는 不二門, 解脫門) 등 4개문이 차례로 따로 있으나 봉은사는 합쳐 한 개의 문으로 돼있는데 여기서부터 박미자의 해박하기 그지없는 해설이 시작됐다.
부처님의 세계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그 문을 지나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와 송덕비(큰 시주자들의 송덕비)를 참배하고, 법당 보조 건물인 법왕루(법왕은 부처님의 별칭)을 지나 3층 석탑에 이른다. 부처님 진신 사리가 한 개 들었다는 탑에 삼배 후 우측으로 세 번 탑돌이를 하고, 마침 마당에 잔뜩 걸린 백색 영가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음력 7월 15일은 우란분절(일반에서는 백중)이라 하여, 선망 조상들(영가)의 왕생극락을 비는 재를 지내는 날이다. 이 영가등은 재를 지낼 불자들이 미리 달아놓은 등 들이다. ‘우란분‘은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 받는 벌을 의미한다.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분인 목건련 (또는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생전에 지은 많은 죄로 인해 사후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 받는 것을 신통력으로 본 목련 존자의 간청을 부처님이 들으시고 그 어머니와 그 때 함께 있던 다른 죄인까지 구해서 극락으로 보낸 데서 유래했다.
절에서 가장 큰 법당은 대웅전, 대적광전, 무량수전, 원통전으로 사찰마다 달리 하는데 그곳에 주불(중심 되는 부처님)을 누구로 했느냐가 관건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불, 대적광전은 해인사처럼 비로자나부처님을, 무량수전은 영주 부석사처럼 아미타불을, 원통전은 낙산사처럼 관세음보살을 각각 주불로 모신 큰 법당 명칭이다.
大雄殿의 大雄은 법화경에서 유래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다른 이름. 無量壽 無量光은 서방정토 극락에 계시는 아미타불의 별칭.
큰 법당의 구조는 상단에 3존불을 모시며, 3존불 뒤에는 탱화가 결려있다. 3분 부처를 누구로 모시느냐는 절마다 다르다. 상단 우측엔 49분, 또는 108명의 수호신들(신중)을 모신다. 중단, 또는 신중단이라 한다. 법당 왼쪽은 하단이라 하여 고인들 위패를 모시고 그 영가들을 지켜주는 신들을 모신다.
큰 법당 외에 대부분 절에는 지장전 (또는 명부전), 관음전, 응진전(또는 나한전), 산신각이 있다. 지장전에는 중생들을 다 제도할 때까지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대원을 세우시고 중생을 제도하시며, 또 중생들이 죽을 때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구제하는 지장보살과, 사후 염라대왕 앞에서 그 사람의 생에서 선함과 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十王)을 모신다. 응진전은 거의 부처의 경지까지 깨달은 나한 (아라한)16분,또는 500분을 모신 곳.
봉은사 대웅전 외벽에 그려진 벽화 八相圖는 전에 모일 때 설명했던 것으로, 흰 코끼리가 어머니의 옆구리로 들어가는 태몽,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할 때 일곱 발자국을 걸은 다음 "천상천하 유아독존"하고 외치시며, 이때 9마리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을 뿜어 (九龍水) 아기를 목욕시키는 장면 등 부처님의 생애를 8단계로 그린 그림인데 다시 들어도 감동적이고 새롭다.
四物에 대한 설명, 뒷마당에 조성된 미륵불 석상, 전각 지붕 형태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들었다. 四物이란, 梵鐘, 木魚, 雲版(구름 모양의 판), 法鼓(북) 등 4가지를 말하며, 새벽. 아침 , 저녁 예불 때 삼라만상과 지옥, 물속, 하늘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울린다. 범종은 아침엔 28회, 저녁엔 33번을 친다.
지붕 형태는 세 가지인데 대웅전 지붕은 팔작형, 법왕루 지붕은 맞배형이다.
미륵불은 미래에 중생을 구제하러 오시도록 부처님이 부촉(부탁하고 맡김. 유언)하신 부처님으로, 근래에 많은 사찰에서 미륵불을 조성하고 있는데 모자를 쓴 석상 형태다. 사진에서 흔히 보는 반가사유상(반가부좌 자세로 생각하는 모습)은 미륵보살이 이제 사바세계로 갈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적은 내용은 지면과 기억의 한계로 들은 것을 다 적지 못했다. 여하튼 불교대학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일반 책에서도 읽기 힘든 野史까지 막힘없이 달변으로 풀어낸 미자에게 정말 감사한다.
오늘 불참자들은 아까워할만한 소중한 기회였다.
무려 한 시간 40여분 동안 진지하게 공부한 다음 동천홍에서 지난 주 딸을 시집보낸 이원구가 공양을 쏘았다. 곡차는 근처에도 안 간 공양이지만 모두 조금 전의 공부 내용에 취해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이 변호사에게도 감사.
참석자 : 김두경 송인식 박영섭 이원구 류진희 박미자 이정애
이향 숙 이후영 정채영 현정인 홍사순 1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