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장소에 5분 전 가니 2년 만에 진달래의 호출을 받아 예쁘게 차리고 온 박정애를 비롯해 미자 숙자 행선 수인이 벌써 와있고, 봄바람에 홀린 미희와 영경이가 곧 도착한다. 모두 8명이다. 미희도 1년만이고 반갑다. 앞으로는 자주 나오렴.
천천히 걸어서 둘씩 짝을 지어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간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꽤 많다. 진달래가 조금씩 웃으며 인사하는데 꽃샘추위 탓인지 아직 활짝 웃지는 않는다. 그래도 반가워 열심히 인사를 보내며 걷고 또 걷는다.
어느 덧 약수터에 가니 작년 가을까지 매달 한 번은 만났던 어린이집 꼬마들이 봄을 맞아 다시 와서 참새처럼 재잘거린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내가 그 나이 때는 등산을 몰랐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잠시 후 꼬마들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 옥녀봉 쉼터에서 갖가지 간식꺼리를 내놓고 판을 벌인다. 오늘의 새 메뉴는 수인표 흑임자 찰떡.
찹쌀떡을 종이처럼 얇게 저며서 검정깨를 앞뒤에 묻힌 인절미課인데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이다. 하여간 수인이는 오밀조밀 챙겨오는데 달인이다.
오래 쉬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날아갈 것 같아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서둘러 일어섰다. 진달래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데 꽃샘추위 덕에 여기도 일부에만 만개했고 아직 덜 핀 나무가 훨씬 많다.
그래도 몇 군데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귀여운 놈들이 있어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설렁설렁 주변 감상에 눈을 돌리면서 내려왔다. 오면서 보니 길 양 옆에 진달래 묘목더미가 군데군데 구덩이가 파진 옆에 쌓여있고 새로 심어진 곳도 백여 군데가 넘는 듯하다. 이 묘목들이 십년 후에 꽃을 피우면 고려산 진달래 동산만큼 될 거라고 미자가 말한다. 정말 그럴 것 같은데 그때 그 꽃동산을 지금처럼 우리들이 함께 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진달래 능선 마지막에서 아까 본 꼬마들을 또 만났는데 높은 돌계단을 혼자서 씩씩하게 내려가는 아이, 넘어지는 아이, 미끄러지는 아이, 자기가 떨어뜨린 휴지를 주우려고 뒤돌아서 계단을 기어 올라가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다. 도와주려고 손을 내미니까 뿌리치고 혼자 간다. 참 잘 가르친 것 같다.
점심 메뉴는 곤드레밥.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다 문득 노래방에 가고 싶어져서, 집에 일찍 꼭 가야할 행선 미자 둘이는 집으로 고고씽하고 6명은 양재역 앞 노래방으로...
참 정말 오랜만에 여한 없이 실컷 즐겁게 부르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