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이 사진을 못 찍은 탓에 졸지에 내가 글이라도 올리게 됐구나.
17일 총회에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하고, 다음날은 화요일, 옥녀봉에 가는 날.
전철서 만난 수인과 원터골 정자에 가니 영숙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고 이어 숙자, 마지막으로 새해 동기회장 인자와 부회장 영경이 같이 온다.
당수 미자는 화요일의 부득이한 스케줄로 오늘도 불참. 여기서 잠간 인사. 수인이와 나는 총회 못간 인사를 하고 내년에 인자와 영경이를 매화당 당원 모두가 열심히 돕겠다고 다짐한다. 정부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당원들은 모두 열성 助手가 될 것이다.
모두들 목을 두툼하게 감싸고 중무장을 하고 왔는데 예상보다 바람도 약하고 날씨가 포근하다. 언론이 너무 겁을 줬다. 나도 언론인 출신이지만 언론 보도는 사실 뻥이 많다. 그래야 관심을 끌기 때문.
어쨌거나 날씨가 온화하다는 감탄을 연신하면서 빙판길을 조심조심 오른다. 숙자 영경이는 아이젠도 없이 성큼성큼 선두로 가고 나머지 4명은 아이젠을 착용하고도 조심조심 뒤 따른다. 가끔 일부 코스엔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 흙길이 드러난다.
뽀드득 뽀드득. 걷는 소리가 경쾌하다. 마음도 덩달아 상쾌해진다.
일반 여성들 모임은 밥을 같이 먹고 대화하며 계돈 내는 게 정석이지만 매화당은 친목과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몸이 건강하면 자연 마음도 건강해지니 그 또한 좋은 일.
매화당은 또 자랑할 게 있다. 16회 여성 회장 1호 미자가 있고, 2호 인자를 배출한 명문 모임이 아닌가?
“이게 예사일이겠냐?”
이 말씀을 용비어천가 배우며 수십 번 들려주신 고문 위충량 선생님이 생각난다. 두 달 전 저 세상에 가신 선생님 명복을 빈다.
옥녀봉에 가니 우리 단골 자리가 비어있다. 날씨가 추우니 등산객도 줄었고, 지난 번에 나타났던 장끼도 숨었는지 안 보인다.
탁자에 가져온 간식거리를 내놓는다. 생강차 매실차 커피 사탕 빵 초컬릿. 역시나 겹치는 게 없이 다양하다. 바람이 약간 불지만 이만하면 최상의 기상이다. 따끈한 차를 후후 마시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니 영경이 숙자도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심스레 걷는다.
아무 탈 없이 내려와서 조선면옥에서 장국밥과 순두부로 배를 불리고 가져온 커피로 마무리 한다.
다음 화요일은 성탄절, 또 그 다음 화요일은 신정. 그래서 보고 싶어도 기다렸다가 3주 후 1월 8일 만나야한다.
차분히 모임을 이끌어가는 리더형 당수 미자. 늘 인자한 미소를 짓는 인자, 항상 온화한 맏언니 같고 머리 숱 많은데다 흰 머리도 없어 얄미운(?) 숙자, 야무진 영경이, 섬세한 엄마 마음으로 이것저것 잘 챙겨오는 수인이, 부잣집 맏며느리같이 의젓한 영숙이, 춤 잘 추고 제일 키가 크고 늘씬한 진영애, 살림의 달인 양자, 똑 소리 나는 여사장 행선이, 이쁜 언니들 틈에 내 세울 게 없이 늘 모자라는 나 향숙.
모두 지금만큼만 새해에도 잘 지내자. 세월이 여기저기 조금 할퀴고 가서, 각자 몸이 쬐끔씩 삐걱거리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잘 지내주고, 서로 배려하고 감싸주며 한결같이 지낸 것이 참 감사하다.
1월 8일 10시 30분 만나서 옥녀에게 신년하례하러 가야겠지?
Merry Christmas & a Happy New Year !!!
ㅎㅎㅎ 느리적 느리적 가고 싶은 걸.....a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