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생활 자세를 가진 친구들이 참 존경스럽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꼭 늦는 사람이 되어버린 터,
오늘도 예외없이 늦어 허둥대며 나홀로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
서울대공원에서 올라갈테니 옥녀봉에서 만나자고 淑이 한테 전화하고
들어선 대공원길, 꽃비는 내리고 내린 꽃비에 숲길도 시멘트 블록길도 온통 꽃길이다.
`홀로 조용한 숲길 걸으며 명상이나 해 볼까...'했더니
꽃비 맞으며 꽃길에서 흥분해 버려 고요한 명상은 이미 물건너 가버렸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 그리고 숨어숨어 핀 진달래 꽃들이 온통 나를 위해 피어 있었다.
나도 꽃봉오리 예쁜인 줄 알았다.
지금 만나러 가는 친구들도 역시 꽃띠들인 걸......
그런데 아무래도 하느님 보시기에 위험하셨던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일이
생겼으니 내 망상도 요기까지이고 `아. 이런 이런......'
그 다음은 말할 수 없어요
물론 오늘 우리 매화당들은 다 알고 이미 배꼽 다시 주워 붙였지만
궁금한 친구들은 하시라도 매화당에 참석하다 보면 건강한 웃음 보따리가 채워지겠지요.
진영애, 배꼽 빠지게 웃더니 미자에게 전달.....?
미자 역시 깔깔 거리며 뒤돌아 본다.
`그래 웃는 자에게 복이 오고 깔깔 거리며 박장대소하는 웃음이 건강에 좋다더라.
에그그...정말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이렇게 순간 순간 나이들어 감을 실감하는 우리들 인것 같은데 그냥 즐겨보자꾸나.
진달래 능선의 진달래꽃이 이미 거의 다 져버렸다.
지난 주에 한창 예뻤었단다.
지난 주의 매화당들은 진달래 꽃 속에 묻혔었겠다.
그래도 빛이 좀 바래긴 했지만 여기는 남아있네!
우리 꽃띠 친구들과 같이 담기고 싶었나 보다.
얘들아, 예전에는 단풍잎 곱게 물든 가을을 좋아하지 않았었니?
그런데 이젠 봄이 좋은 것은 이 역시......?
오늘 영경이가 또 다른 모임이 있어 서둘러 내려왔다.
옥녀봉에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간식 자리도 붐비고 잘되었다.
진영애의 농담은 이어지고 우리들은 마냥 즐겁고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들...
부고 오길 참 잘했다.ㅎㅎㅎㅎㅎㅎ
자,자 여러분 오늘 참석자는 누구누구 일까요?
진영애, 정숙자는 알려 주겠습~~~~
아, 또 한사람도 알려 주어야겠네.
오늘 점심을 빈대떡에 막걸리까지 거하게 낸 전행선.
회사에서 전액 장학금이 주어지는 미국 유학이라니 축하! 축하!
가을학기부터 시작되는 아들의 유학길에 축복 가득하길.....!
지난 번에는 영숙이 사위의 승진으로 우리 배를 불려주었는데
늘 우리 친구 모두에게 이리 좋은일들만 가득하길 빈다.
오늘 산행에 하도 사람들이 많으니 식당인들 오죽할까?
그런데 오늘 향숙이가 산에 오르기 좀 힘이 들어 점심만 같이 먹기로 했다.
먼저 온 향숙이가 순번을 받아 놓는 바람에 주~욱 줄선 사람들 보며
좋은 자리 차지하고 성찬이니 참 복도 많은 우리들이다..
그리고 바쁜 영경이 먼저 가고 옥상에 올라가니
새싹들의 연두빛 속에 산벗꽃, 진달래꽃들 어우러진 고운 청계산이 지척이다.
봄을 듬뿍 담아 커피를 마시며 다시 시작된 우리들의 수다......
이번에는 54년 전 쯤 된, 반세기가 훨씬 넘은 옛날 이야기가 요 얼마전 이야기 같다.
아니, 미자야! 너는 중학생 시절을 꼭꼭 씹으며 보냈니?
장소도 사람도 상황도 바로 엊그제 일이라도 되는 듯이 이야기를 하다니!
우리들은 미자 이야기 따라 하나씩 하나씩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운 청량대여! 그리운 용두동이여! 신설동 로타리여!
이제는 모두 그리운 추억들 뿐이니 그러니
우리는 모이고 또 모여야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