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서는 장마 속에도 우리들을 위한 날은 오롯이 비워 놓으셨나 보다.
비 온뒤의 싱그러움이라니....진초록의 나뭇잎과 풀잎들 그리고
작은 폭포를 만들며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은
그 동안의 고단함을 몽땅 날려 버린다.
미자의 걱정스러웠던 허리 아픔도
삐그덕 대는 수인이의 다리도 아무렇지 않다니
맑은 물소리, 고운 숲길 그리고 정다운 친구들이 의사 선생님이시다.
"인자야, 오랜 만이야. 그런데 몇번 못 본 동안에 더 어려지고 예뻐졌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나날이 늘어가는 주름과 검버섯에 한껏 속상하던 차, 더 젊어지고 예뻐진 인자한테 따져본다.
그런데 인자의 다음 이야기에 아주 짧은 순간에 온갖 상상의 나래들이 뒤엉켜 버렸다.
인자 딸도 엄마를 닮았으니 보는 사람들로 부터 예쁘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그런데 딸 보고 예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인자 낭군님께서는
"네....그런데 제 엄마는 저보다 더 예뻤어요."라고 하셨다고 했나...?
(암튼 놀래서 제대로 말을 다 못들 은 것 같구나.
아무래도 하신 말씀을 제대로 못 옮겼으니 다시 알려주길 바란다 인자야. )
"아니, 이 두사람 옷좀 보게! 어찌 이리 멋지게 색을 맞출 수가......"
아니, 그나저나 한 두어번 빠졌나?
그 동안 못 보았다고 모든 것이 새롭고 예쁘고 멋스럽게 보이다니
아마도 그 동안 나는 폭삭 늙었나 보다. ㅋㅋㅋㅋ
눅눅하고 움직이기에 좀 불편하기도 한 장마철이었는데
계곡에 흐르는 물을 보니 그 동안 내린 비가 고맙기만 하다.
군데군데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청계산 계곡의 맑은 물이
가던 우리 발길을 자꾸 붙잡는다.
앞서간 영숙이, 향숙이 , 미희 그리고 인자는 기어이 맑은 물에 발들을 담그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못참지!....
미자도 드디어 발 벗고 시원한 물속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나니 지금까지의 피로가 싹 가셔 버린다.
우리들의 오늘 하루가 바로 축복이었다.
산 에 오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은 산이 주는 선물이다.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나온 미희가 냈다.
"참 잘 먹었다. 미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