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이가 감기로 못 나온다고 나보고 빠지지 말라니.....
옆지기는 아프다고 끙끙거리고 나도 얼굴이 부숙부숙한게
온몸이 쑤시고 저리고 어쩌나...?하는 판에 에긍 먼저 선수 쳤으니 자칫
미자 혼자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남편 아픈데도 당신같이 나갈까?"
"그럼...그러지 않아도 우리 부고 남자들 우리 보고 불가사의하다고 했다는데.
안쫓겨나고 잘들 사는게...." ㅎㅎㅎㅎ
문밖을 나서는 순간 내 얼굴의 주름이 활짝 펴지는 것 같다.
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목련이 되기도 하고 노오란 개나리가 되기도 하고
산길을 걸으면서 산 속 마른 덤불 속에 수줍게 피어난 한 송이 진달래가 되기도 한다.
서울대공원에서 올라가 옥녀봉에서 만나자고 미자한테 전화,
오늘 따라 이길을 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 무섭다. 사람이 아주 없는게 나은 것인지 있는게 나은 것인지.
`할멈,할멈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이 무서운 전래 동화가 중얼거려지는 걸 보니.
오르막 길도 있고 혼자 쉬지 않고 걸으니 조금 힘이 들기도 하다.
만일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도 누구를 만날 일도 없다면.....?
혼자 이리 걷는다는 것이 신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곧 옥녀봉에 가면 만날 친구가 있기 때문이지.
친구들 만날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어느 새 옥녀봉이 바로 위에 보인다.
옥녀봉에 올라서자 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부지런히 꺼내 받으려는데 끊어진다. 미자다.
바로 앞에 향숙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 다행이다. 미자 혼자 아니었구나....'
이렇게 셋이서 오늘은 꽃소식을 먼저 전하게 되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했으니 다음 주 우리들은 활짝 핀 진달래
꽃 속에 푹 잠길 수 있을 것 같다.
얘들아, 봐!
고운 꽃이 우리들 주름살을 싸~ㄱ 펴놓았지.
꽃 속의 두 친구가 너무 고와 부지런히 샷터를 눌러 댔건만
워낙 기술이 없다보니...여~~ㅇ 마음에 들지는 않네.
사진 속 진달래 꽃길 따라 핀 우리들의 우정이 꽃보다 더 고우니까 그걸 보는거지!
미자야, 향숙아 그리고 매화당 우리 친구들아!
고운 꿈길 위에서 또 만나자.
그리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주일 보내고 다음 주에는 꽃길 속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