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간 여행을 떠나며

by 이향숙 posted Feb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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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낯선 곳을 찾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여행이란 항상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호기심과 서먹함이 공존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단단한 각오를 앞세우고 있다.

두려운 일이 생기면 부딪쳐보고, 기대한 즐거움이 생기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니 염려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로 접어들면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간절해졌다. 살아온 환경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고, 모든 사람, 모든 환경, 모든 삶의 길에서 벗어나고픈 충동이다.

여행이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을 헤매면서 오직 자기 자신의 내면과 끝없이 대화하고 싸우고, 칭찬도 해주고, 간혹 눈물도 흘려보고, 자신의 참 모습을 관조하는 시간이 된다. 그동안 나는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비쳤을까, 나의 어떤 점이 남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을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에 나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 대응은 지혜로웠을까,

40년간 살아온 강남 땅에서 벗어나 멀리 이사를 우선 떠난다. 그 다음은 마음의 여행이며, 타지로의 여행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내 마음과 환경은 이미 지난 가을 초부터 평상에서 벗어나 여러 모로 뜻하지 않게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었다. 이젠 벗어날 수도 없을 듯하다.

이번에도, 전에 늘 그랬듯이 고생스럽지만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날까지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50주년 기념 행사에 즐겁게 동참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