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를 다스려야

by 조현오 posted Jan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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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CEO칼럼/2014-01-18] 먼저 나를 다스려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가면 어느 주교의 비문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내가 젊고 자유로웠을 때 무한한 상상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꾸었다. 나이가 들어 지혜로워 지면서 나라를, 적게는 가족을 변화시키려고 했으나 불가능하였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면서 깨닫는다. 만일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내 가족, 내 나라, 나아가 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텐데.”

우리나라에도 수신제가만사성(修身齊家萬事成)이라는 덕목이 일반화돼 있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할수도 있다는 진리를 잊은 채 나 빼고 모두가 바뀌야 한다는 아집이 서로 충돌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우리나라는 50년전만 해도 비록 가난하였지만 서로 도우고 나누며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국가로 알려졌으나 이후 고도 압축성장과정에서의 현대화된 환경에 몸과 마음이 적응할 수 있는 겨를이 없었다. 왜 앞으로 나가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따라 달리기만 하다보니까 중심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이고 내 손에 잡혀야만 안심이 되는 폐쇄적 사고방식으로 타인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질만능주의,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 그리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매마른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 상대적 결핍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을 뿐아니라 타협이나 협상은 곧 폐배요 굴욕으로 생각한다. 집단에서도 극단적으로 강경해야 유능하고 정의롭게 보이며 뜻을 같이 하지 않거나 다른 행동을 제시하면 타도의 대상이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담보로 개인과 집단의 이득을 선점하려고 한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막장에 가서야 밥그릇을 깨고 주먹을 풀지만 이미 서로간에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불신의 골만 깊어간다.

과거 기차를 타고 유럽배낭여행을 하면서 나라마다 철도파업을 하는 경우를 수차 경험한 바에 의하면 미리 사전 통보를 하고 대개 24시간정도 한시 파업을 하여 여행자도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민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어떤 경우에도 지지를 얻어야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와 거대 노조간의 갈등으로 그 파급이 말없고 힘없는 일반시민들에게 피해를 줘서도 안된다.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나 골목상인들은 아파도 아프다는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장기간 철도 파업에 기차타고 새해맞이 정동진 해돋이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소박한 꿈마저 접어야 했다.

공공기업체의 방만한 경영과 강성노조가 서로 의기투합해 매부좋고 누이좋다는 식으로 나눠 먹기식 운영으로 생긴 적자를 국민들의 혈세로 채워야 한다니 과연 누구를 위한 존재인지 한심하다. 과거의 파업은 배고프고 대우받지 못하는 자들의 생존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잘 살고 배부른자들의 집단투정으로 무기화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나부터 다스리고 바꿔야한다. 과거 역사적 사건으로만 알았던 열강들의 국수주의가 새로운 모습으로 검은 발톱을 내밀고 있다. 일본의 아베식 막무가내 야욕,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북의 군사력 위협 등 어느 하나 우리를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리도 국가와 국민을 중심으로 단결해 뭉쳐야 스위스같은 강소국이 될 수 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도 감히 스위스를 넘보지 못하였는데 우리이웃들은 우리를 모래성같은 나라로 폄하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웃나라들은 내부의 갈등도 국가의 이익 앞에서는 서로가 봉합한다. 우리는 지역, 집단간의 갈등에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의 일그러진 애국심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긴다. 서로간의 증오와 저주로 대립을 부추기고 논리도 설득도 없는 막가파식 충돌로 갈등지수가 높은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Mea Culpa (내 탓이요).”

안중근 의사는 나라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도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나의 욕심을 한 발 접고 베푸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지만 먼저 양보하기를 겸연쩍어 한다. 누군가 실타래를 풀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서로가 하나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나를 먼저 다스려야만 하겠다.

조현오 울산시티병원장 / 경상일보,CEO칼럼,201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