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로의 가을여행 기록

by 노준용 posted Oct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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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  

기록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이란 걸 하게 한다.

이 기록은 우리 16회 동기들의 2012 가을  남도기행기록이다.

이 글엔 여행이 계획되고 준비되면서부터 10월 14일까지의 얘긴 없다.  

10월 15일 쾌청한 가을 날씨에 버스 타고 남도에 갔다가 16일 서울로 돌아와

이남장 설렁탕으로 저녁 먹고 헤어질 때까지의 full 1박 2일 기분 좋은 얘기들이다.  

참가하고 싶었는데 이런 사정으로, 그리고 저런 문제로 참여하지 못한 상당 수의

우리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이 기록으로 보고(報告)만 받고

아쉬운 마음 달래는데 도움 되겠지 기대해 보며 얘길 풀어 본다. 

◯ 요약  

* 참가자 

남 32, 여 35, 총 67이 참가했다.

미국/ 독일/ 호주/중국에서 온 친구들

속초, 대전, 창원, 부산, 구례에서 참가한 친구들 모두들 대단하고 훌륭하다.

이름을 한 번 써 볼까?   강병찬 김병관 한명희 박방생 이상훈이 국외에서,

속초의 김희자 대전의 차승희(충청 대표) 창원의 김왕건(점 빼게 되면 부칠 이름임) 부산의 조현오 구례의 최완숙이다.

  * 일정 

하루밤 자고 여섯 끼 먹었다. 

첫날은 아침 9시 버스 타고 남원 들러 추어탕으로 점심 먹고

순천만에 가 갈대밭 구경하고

낙안읍성에 가 특별공연 관람하고 닭백숙과 전어구이로 만찬 파티하고 그리고 잤다.

  둘째 날은 낙안읍성의 성곽과 성내를 시찰하고 태고종 본산인 선암사를 답사하고

구례 지리산산채정식으로 점심을 하고 운조루의 고택을 탐방하고 귀경하였다. 

* 결론

본 일 많고, 한 일 많고, 느낌 많고, 그리고 100% 무사, 무탈 + ∑ 기분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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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 쓰는 얘기들(본론) -- 스케치와 녹음 

* 교대역에서 순천만까지  

교대역 14번 출구에 모이는 우리들의 친구들이 주로 2호선과 3호선으로 온다.

지하철에서 내려 만난 여학생들 - 이성희, 한명희 ( 독일에서 언제 왔지?)

황양순, 이향숙

와~ 지상으로 올라가면 우루루 기다리겠지? 아니 아직 시간이 이르잖아!

이성희의 깔끔한 정리 “ 나이 먹으면 부지런해져. 다들 일찍 일찍 준비하고

온단 말이지. ” 

모처럼 부부가 같이 왔네. 양평에서 온 송정섭/정정광은 전철 타고 일찌감치

도착해 있다. 김희자가 속초에서부터 온단다. “ 아니 이 시간에? ”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지상에서 택시를 잡으려 하니 안 되어 다시 내려 가

한 정거 지하철 타고 도착한다.  

우리가 탄 차는 대형 버스 두 대. 1호차는 남학생, 2호차는 여학생이 탓다.

죽전정거장에서 우루루루. 열명이 넘게 올라온다.

제대로 된 김밥과 색색/각각의 과자봉지.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의 맛을 느끼며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로 바꾸어 타고 벌써 세종시 지나 여기가 공주냐 부여냐?

탄천휴게소란다. 여기서 내려 아까 못 만났던 친구들 손잡아 보고 냅다 달리니

계획보다 살짝 빨리 남원의 요천(섬진강 상류 - 남원의 한강)변 추어탕 타운에

도착한다.

식사가 막 끝날 때 대전의 차승희가 도착한다. 기차 타고 왔단다.

이 집(새집)의 추어탕 맛은 보아야지.  

순천만에 도착해 우리는 부산의 조현오와 창원의 김옥건을 만난다.  

* 순천만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여길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해서 관광지로 운영한 것은 2004년말부터이니까

이제 대중에게 오픈한지 8년 된 곳인데 2003년 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6년에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어 있는 곳이다.  

순천만의 해수역은 75km2 갯벌면적은 22.6km2(간조시에 드러나는 면적은 12km2) 인데 갈대밭의 규모가 5.4제곱키로미터(약 170만평)가 되어 흑두루미의 월동지가 되는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는 이 갈대밭을 가로 지르는 데크를 걸어 용산전망대까지 다녀 왔다. 

짱뚱어도 못 보고 물론 흑두루미도 못 보았지만(한겨울에 있는 새임)

아름다운 순천만의 S자형 수로는 보았다. 사진작가들이 열심히 찍어 알려 준 사진으로가 아니고 우리들의 두 눈으로 보았다.  

용산전망대까지 다녀오는데 두 시간 정도

한동건부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 날이 그믐이고 최대 썰물시간이 오후 2시50분이라 우리가 용산 전망대에 오른 시간 3시반 정도는 S자 수로 보기에 좋은 때였다고 한다. 햇볕이 없거나 낙조가 지는 시간이면 더 좋겟지만.. 

아무튼 이 데크와 완만한 등산로, 그리고 전망대에서의 두 시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펼쳐진 시간이었다. 아침엔 쌀쌀했는데

적당히 땀도 나니 눈 즐기고 귀와 입 즐기며 운동까지 된 시간이었다. 

* 어울 한마당 

낙안읍성 낙민관에서 주말에 하는 공연팀이 우리를 위해 월요일인데도 특별히

별도공연을 해 준 우리만의 프로그램 공연이엇다. 한시간 정도.

낙안읍성장은 공무원이란다. 꽤 높은 직함의 성장이 그보다 한 참 더 높은

시장 (사대부고 25회)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보고 내년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2013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꼭

다시 오라고 말하라고.

  낙안읍성이 동편제를 대표하는 곳이란다.

유명한 소리꾼들이 배출된 지역의 자부심을 갖고 이 소극장무대에서

우리의 가락과 춤사위를 보여 주는데 우리가 흠뻑 취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김지혜가 사회도 보고 창도 하고 말도 잘허네. 징하게 말이여.

 

추임새의 의미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얼씨구. 허이! 그라제~ 아 따 잘허네. 조오타.   

 

* 만찬

  오늘의 만찬은 닭백숙 정식 플러스 전어구이이다.

네 사람당 큰 토종닭 한 마리씩이다. 좀 많다.

근데 이 토종닭의 토종성은 매우 높다.

토종성이 50%가 넘으면 토종닭으로 인정할 수 있다. 우리가 시중에서 삼계탕

사 먹으면 그건 토종성 1%, 유명 메이커가 토종닭이라고 크게 선전하는 토종닭은

30%에서 51%이다.  내가 토종닭이라고 먹을 때는 토종성 50% 이상을 말한다. 그 이하는 토종닭이라 칭하지 아니한다.

나의 음식 맛 분별 능력은 육군 : 토종닭의 토종성이고

해군 : 갈치의 신선도 두가지이다.

다른 상은 몰라도 우리 상에선 이 토종닭의 순도가 89%였다.

우린 요걸 깨끗이 발라 먹었다. 내가 손으로 발라 배분햇기 때문이다.

그러느라 공수해 직접 구웠다는 전어구이를 맛만 보고 제대로 못 먹었다.

들어 올 때부터 며느리 유혹하는 냄새가 솔솔 났었는데.. 

이렇게 과식하는데 기여한 사람이 양평의 송정섭도가(都家)주인과 비법보유자 정정광 장인(匠人) 이다. 몇 달 전부터 우리들의 이 만찬을 위해 특별히 빚은 약주를 몇 말씩이나 가져 왔다니.. 허 참. 가상한지고.. 그라고 중국에서 온 이상훈이 올 때마다 문신효의 특별한 부탁(지시?)으로 좋은 중국 술 가져 오는데 이번엔 일부러 병까지 남도(南道)라는 상표가 붙은 술을 어렵사리 구해 가져 왔는데 이거 다 안주 축내는 도구들이다. 

이 명원이 시바스리갈 한 병을, 문광채가 이강주 한 병을 가져 왔다. 좋은 날씨와 공기아래 이게 다 비워진다.  

* 숙소 : 순천 유스호스텔 

낙안읍성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이 무에 그리 오래 걸린다고 일부 남학생들이 순천시내 외곽을 다 벗어나가도 전에 버스를 세웠다. 우루루 내렸다. 볼 일 급한 사람은 하나, 둘이었을 터인데 열명은 내렸지. 아마. 왜 그랬을까?  

유스호스텔은 순천자연휴양림 안 숲 속에 있다. 시설이 넓고 크다.

학생들 몇 팀 묵은 곳들과 떨어져 3층 건물 독채를 전세 내었다.

여기서 늦게 잔 사람은 있지만 밤새운 친구는 없다.

옛날과 참 달라졌네.. 

어제 피곤했었나보다.

아침 산책 코오스는 있어도 다들 많이 안 걷고 가볍게.

맑은 공기 마시니 좋다. 

난 두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나 어젯밤 술먹느라고 하늘을 올려 보지 않았는데

어젯 그믐날 밤 하늘 별 봤느냐고?

혹시 쏟아지는 별 봤냐고?

근데 답을 못 구했다. (본 분들은 답글 달아 주시길 부탁합니다.)

 

아침은 식판 들고 받아 먹었다. 미역국에 반찬섞어 잘 먹고

식판 반납하려는데 이재상이 정정광 장인의 식판을 받아 준다. .

그 옆에 앞의 여학생들 식판과 함께.

어젯밤 그 좋은 약주를 맛보게 해 준 감사의 인사를 이렇게 조그만 몸짓으로라도

보답하려는 갸륵한 정성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창원의 김옥건은 잠만 같이 자고 아침도 안 먹고 떠났다.

술도 안 먹는 친구가 엇 저녁 식사후 가도 될 것을...

이 친구는 우리와 잠 같이 자기 위해 왔었단다. 

 

  * 낙안읍성 

한시간 동안 석성 위에 올라 걷고, 성을 조망해 보고,

그리고 옛 관아를 둘러 보았다.

해설사는 순천에서 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의 오리진이

낙안읍성의 미인에서부터라고 하는 말로부터 해설을 시작한다.

하는 말이겠지 하면서도 얘기 속으로 빨려든다.

낙안과 벌교의 관계가 일제에 의해 역전되었었는데 앞으로 재 역전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단다.

  이어 로또당첨률 1위 도시가 순천인 것이 동헌 뒤편의 높은 산,

이름하여 금전산(金錢山) 정기때문이라고 그럴듯한 논지를 펼친다.

믿거나 말거나.

이 사람 말에 의하면 낙안읍성은 참 대단한 곳이다. 

이 해설사 . 동헌에서는 길에 돌 까는 이유와 임진년에 부러진 나무 얘길

재미잇게 한다. -- 조심하는 자세를 갖추라고, /머리 숙이라고 /경건하라고

임진년에 이순신장군이 여기에 그 나무를 심었는데

얼마전 태풍에 그게 부러졌단다.

그러니 임진년에 심어 임진년에 부러진 뜻이 있다고.

해석을 그리하고 일본인들에게도 그리 설명하였노라고.. 

폐하/전하/합하/휘하/각하/곡하/슬하/족하의 의미를 알자고 얘기하는데 자세히 모르고 쓰고 들은 단어들이다. 한 번은 새겨 봐야지.

  * 선암사 

우리나라 태고종단의 본찰이다. 깊숙히 내려 앉은 계곡 따라 걸어 들어가는 숲길이

아름답다. 2호차에서는 불교신자이고 조예가 깊은 박미자가 예비교육을 했다 한다.

어 1호차 친구들은 못들었는데.

  사찰 가까이 다 와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승선교를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다가

두 눈으로 확인한 우리 친구들. 자기 기억 속의 사진 구도와 실제의 모습을 대비해 본다. 

해우소 표시를 어떻게 읽었길래 해우소는 뒤깐이냐 깐디냐고 의문을 표하는 친구

이 말을 누가 했더라?

 

대웅전 뒤 팔선각과 지장전앞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의문이 일었다.

풍경은 왜 매달았을까?

마침 지장전에서 예불 마치고 나온 이향숙이 풍경과 범종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권태하의 말 “ 우리 친구들이 참 하나 하나 뭔가를 많이 알아. 내가 깨우치거든 . 존경심도 들고.

백경렬이 일러준다 “ 너도 아는 거 많아. 너도 한가닥 하는거야. 다른 친구들의 눈에, 그리고 다른 친구들 마음에..“

난 둘의 대화를 선문답으로 들었다. 

선암사답사가 끝나자 두 병관이와 황정환 이렇게 셋이 빠져 우리와 헤어졌다. 이들은 남쪽으로 가야 하기에 북쪽으로 올라가는 우리와 이 대목에서 헤어지는 것이란다. 

* 구례 백화 식당 

선암사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욕심부려 섬진강 길을 택하고 싶었겠지.

금년에 새로 뚤린 고속도로를 이용해 선암사에서 약간 지연된 시간을 보충했다.

지리산 온천지구를 개발한 공로자요 원조(元祖)인 지리산 온천랜드의 대표 최완숙이

산수유를 잔뜩 들고 나타났다.

여기가 최완숙의 영역 (일본말로 나와바리, 영어로는 Territory) 이니까. 

“ 참, 뭐라 말할 수도 없고..”의 산수유가 소비되느라 이 집에선 소주가 팔리지 않는다. 한 상 네명씩 상견례 상을 받아 상을 싹싹 비우고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헤어지는 친구 차승희  

* 구례 운조루 

조선 영조때의 전형적인 양반가로 풍수지리적인 명당으로 이름난 곳이란다.

수많은 민란과 전쟁중에서도 아직까지 손상없이 살아 남은 것은 풍수의 덕이 아니라 이 집 헛간에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의 쌀 뒤주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단다.  

* 구례에서 교대역까지 

이제는 돌아가는 길이다.

김종숙표 옥수수도 반개씩 나누어졌다.

어제는 1호차 남자/ 2호차 여자였다가, 엇저녁 추첨으로

오늘은 1,2호차 모두 남녀이다.

달리 편성된 두 개의 버스에서 즐기며 가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1호차에 탓던 회장 박효범이 2호차에 가서 한 마디 하려 하고,

이재상이 원정공연을 , 이 몸이 종차(從車)기자가 되어

셋이 1호차에서 2호차로 잠시 바꾸어 탓다. 

탄천휴게소까지 잠정이고 휴게소에서 원대 복귀다.

1호차는 박상규/박정애커플이, 2호차는 이재상/권태하가 파트너가 되어

만담과 유머가 합쳐진 학예회 수준의 노래 파티가 이루어진다.

1호차에선 산할아버지와 개선행진곡이, 플러스 동요와 옛 팝쏭이, 2호차에선 노래방기기와 함께 신나는 노랫가락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근래 자주 그리고 자꾸 느끼는 현상이 있다.

말하고 넘어가야지..   “근데 다들 술 양이 왜 이리 줄었지?" 

* 낙수  

권태하가 재주꾼 사회자로 등장하였다.

앞으로 싸부들의 지도를 받아 엔터테이너 역할을 잘 하게 되겠지 싶다. 

조현오가 친구들에게 노년의 건강을 위하여 걷는 일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남겨 주었다 한다. 새로 걸으려면 구태여 등산하지 않고 평지를 걷는 것이 관절에 좋다 한단다.  

김희자가 속초에서 직접 오래 숙성시키는 명품 된장을 담구어 판단다.

우리 친구들이 애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주문하면 배송해 준다.

연락처는 010 - 3383 - 8367 

* Finale  

교대역 이남장 설렁탕을 먹고 헤어졌다.

그 곳에 남은 적백구파 빼고 모두 뿔뿔히 헤어졌다.

먼데서 온 사람들 잘 가야지. 양평은 어떻게 하나?

수유리에서 지내고 있는 한명희는 남득현과 함께, 의왕에 와 있는 박방생은 평촌의 정숙자와 함께 이 몸이 동행하며 헤어졌다.  

◯ 후기  

1박 2일간의 이 여행이 계획되고 준비되면서부터 행사가 끝난 지금까지

이루어진 일은 우리 동기회의 활동이다.

그 활동기록은 여기에 다 없고 제일 마지막 1박 2일에 국한되었다.

 

1박 2일 길지 않은 시간의 얘기거리와 내가  쓸 내용이 이리 많을 줄 몰랐다.

그래서 써놓고 난 뒤 다시 얘길 팍 팍 줄였다. 많이 줄였다.

지나치게 길면 안 되니까. 

 

그런데 그래도 길다.

그래서 변명한다.

내가 요령이 약해그런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만큼 꺼리가 많은 여행이었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