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동기들 송년모임

by 최 영 일 posted Dec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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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3일 LA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김상철의 집에 모였다. 김종만은 멀리 샌디에고에서, 한영한과 장 원은 밸리지역에서, 또 안성주와 성한석은 라크레센터에서 무려 한시간 반씩이나 운전하고 왔다. 젊은 사업가 정성일의 집도 만만치 않은 거리에 있다. 그뿐이랴.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제일 먼 나라에서 작년부터 살고 있는 한 친구는 이 날이 아쉽고 궁금하였던지 부인을 대신 보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김상철의 집은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그의 부인이 준비한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의 맛을 더하였다.  집안에까지 들어온 수영장의 2분의 1.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 있는 쉼의 공간들. 유럽식의 클래식한 풍치와 가구들이 현대식 조형물들과 잘 조화를 이루어 입구에서 부터 우리들을 환영한다.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또 권하였다.  '이젠 좀 덜 먹고 살자'는 작심이 무너진 날이었다. 그러나 실은 호스테스인 김상철이 제일 많이 먹었다. 먹을 때는 김상철과 안중현의 옆에 우리들이 잘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밥그릇을 뺏길까봐.

   식사후 이 밤의 클라이맥스는 성탄 찬양이었다.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에 앉은 안성주 부인이 반주하며 리-드하는 합창은 어,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아무 연습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모였는데 각자의 파트를 알아서 잘 찾아간 완벽한 혼성 합창이었다. 알고 보니 거의 모두 각자의 교회의 주요 성가대원들이었다. 합창후 안성주와 신영혜의 듀엣은 어느 유명 뮤지칼의 한 장면이었다. 남녀공학을 다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노래자랑 시간. 이 시간이 되니까, 본색들이 들어나 서로 지나친 욕심들을 보이며 양보가 없다. 다들 아는 '끼'의 싸나이 권따라(진홍)의 노래와 춤, 프로 수준의 부인(별명 주현미)보다는 좀 못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이창준, 어쩐 일인지 노래솜씨가 무척 발전한 안중현, 노래 부를 때는 유난히 얼굴이 빨개지고 목에 핏줄이 커져 염려되는 김상철, 오랫만에 들어보는 김용택의 노래 등등. 자정이 다 됐는데도 다투어가며 신청곡을 입력시킨다. 아직 이 분들의 연세가 밤샘하여도 괜찮은가 보다. 아마 친구들 앞에서 노래 부를 때만 그렇겠지. 

   노래 부를때 그들의 모습은 마치 반백년전의 우리들, 소년-소녀 시절의 모습들임을 보고 가슴이 찡~하여 온다. 반백년의 시절을 같이 살아온 친구들-.  이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 잘 안마시던 술한잔도 이들과는 마시고, 아무 앞에서나 부르지 않는 노래도 이들과는 거침 없이 부르고....  그것이 친구라고 하는가 보다.

   그 동네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 사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 하며 자정이 되어 주말의 프리웨이를 심규상 부부와 같이 운전하며 집으로 오는 길 - 오늘밤 만난 친구들 때문에 내 마음 언저리의 행복이 그대로 있다.

 

(사진 촬영: 사진 작가 한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