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오월이면 네 살 되는 손녀의 발음이 이제 아주 정확하다.
뽀송뽀송한 피부에 또랑또랑한 애기 눈망울로 나를 부른다.
저 녀석이 그렇게 나를 부르니
“그래그래, 내가 네 할아버지다.” 하지만
할아버지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내 어린 시절의 우리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고 난 아직은 아니다.
할아버지이기엔 아직은 너무 젊은 것 아닌가.
그렇다고 저 놈 보고 아저씨로 부르라 할 수도 없으니
난 옛 우리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그저 손녀딸 덕에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지금 나보다 더 적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내게 들려주셨던 당신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 얘기가 어렴풋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