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by 정태영 posted Mar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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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오월이면 네 살 되는 손녀의 발음이 이제 아주 정확하다.

뽀송뽀송한 피부에 또랑또랑한 애기 눈망울로 나를 부른다.

 

저 녀석이 그렇게 나를 부르니

“그래그래, 내가 네 할아버지다.” 하지만

할아버지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내 어린 시절의 우리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고 난 아직은 아니다.

할아버지이기엔 아직은 너무 젊은 것 아닌가.

 

그렇다고 저 놈 보고 아저씨로 부르라 할 수도 없으니

난 옛 우리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그저 손녀딸 덕에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지금 나보다 더 적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내게 들려주셨던 당신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 얘기가 어렴풋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