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이 처럼 나도 병원에서 귀신을 보았다. 자정이었던가, 여하튼 늦은 밤중 나는 UCLA 병원 8층의 8617호실의 의자에 앉아 잠깐 잠이 들었다. 주위에는 마침 아무도 없이 고요 했고, 아까 들어왔던 인상이 좀 험악한 이 입원실 담당 간호사 아줌마도 없었다. 내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인지, 어디 낮선 기차역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 병원에 오느라 아직도 Freeway를 타고 있는 것인지 비몽사몽 중이었는데, 병실의 화장실 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전등빛이 조금 새어 나온후 으악! 흰 보자기를 머리에 쓰고 푸르스름한 까운을 입은 맨발의 노인 하나가 공중에 둥실둥실 떠다니며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나의 온 몸엔 소름이 쫘악 퍼지며 골이 빠개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갑가기 소리를 질렀다. "야, 중선이 이자식아!" 중선이가 또 장난을 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