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귀신 이야기

by 이경원 posted Sep 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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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을 접고 옛날 이야기를 하고저 한다.
무대는 서울 의대였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귀신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의례 서울 의대가 등장했었다.
서울 의대는 6.25때 죽은 군인도 많았고
작은 연못을 시체로 메꾸고 동산을 만든 곳도 있어
원귀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도 어려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택시운전수가 야밤에 급히 귀가하는데
서울 의대 앞에서 차를 세우는 여인이 있었다.
마침 집으로 가는 방향이라 태우기로 하고 가는데
어째 뒤가 으시시하여 백미러를 힐끔 보았더니
소복을 한 여인이 머리를 풀고 희죽이 웃고 있어
질겁을 하고 뒤를 돌아보았으나
여인은 단정하게 앉아있었고
다시 백미러를 보니 머리를 풀고 소복을 한 여인이
희죽이 웃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었다.
물론 어른들이 꾸며낸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내가 겪은 실화이다.
서울 의대 2층 해부학교실...해부학 교수실들이 있는 곳이다.
난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님 교수실에서 밤에 시험공부를 한 적이 많아
이 곳이 아주 익숙해있었다.
발자국소리만 듣고도 어느 교수의 발자국 소리인지,
어느 수위아저씨의 발자국소리인지를 구별하고 있었다.
대학 1학년 때였다.
학기말시험이라 이 날도 아버님 교수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밤 11시, 수위아저씨가 순찰을 도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P씨 아저씨였다.
내 방에 불이 켜 있으면
"경원이 거기 있어?"
"네, 접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갈테니 공부 잘 하고 잘 자."하고
긴 복도를 지나 2층 문을 잠그고 내려가신다.
딸깍~, 밖에서 열쇠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부터는 아무도 2층에 들어올 수도 없고 나도 아침까지는 나갈 수가 없다.
밤 2시가 가까워 공부를 마친 나는 자려고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AFKN을 작게 틀어놓고 잠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라디오를 끄고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1층 계단에서 났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2층으로 올라왔다.
이어 잠겨있는 2층 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복도 안으로 들어왔다.
(어? 문을 여는 소리도 없었는데....??)
소리는 아주 딱딱한 물체가 도끼다시한 시멘트바닥에 "깡 ~ "하고 부딛치는 소리였다.
복도가 쩡 - 하고 울렸다.
엇, 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소리는 다시 층계를 내려가 지하층으로 사라졌다.
깡 -, 깡 -, 깡 -, 깡...
그 많은 층계를 단 두 번에 내려가고 지하층까지 너댓 번에 사라졌다.
사람은 불과 수초만에 이렇게 빨리 내려갈 수가 없다.
지하층에는 아무 것도 없고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면 물이 키가 넘게 고여있는 것을 종종 보곤 했었다.
흠......????
다시 자려고 누웠다.
눕자마자 소리는 다시 올라왔다.
지하층에서 금방 1층으로, 금방 2층으로 껑충 껑충 올라왔다.
또 잠긴 2층 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복도 안으로 들어왔다.
복도가 또 쩡 - 하고 울렸다.
또 고개를 드는 순간 소리는 다시 층계를 내려가 지하층으로 사라졌다.
깡 -, 깡 -, 깡 -, 깡...
"허, 거참 이상하군......"
소리는 구두의 고무창소리도 아니고 금속성 소리도 아니고
딱딱한 발꿈치 뼈가 바닥을 치는 같은 소리 같았다.
한참을 귀를 기울였으나 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적막이 이어졌다.....
...........................

다시 자려고 눕자 소리는 또 다시 올라왔고
2층 문을 통과하여 복도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누운 채 좀 더 기다려 보았다.
다음 번 소리는 몇 미터를 껑충 건너뛰고 더 다가왔다.
복도가 더 크게 쩡 - 하고 울렸다.
몸을 안 일으킬 수가 없었고 소리는 다시 지하층으로 총총히 내려갔다.
"거 이상하다. 이거 정말 귀신이 올라오는 건가?"
"귀신이 장난하는 건가?"
"내가 귀신에 홀린 건가?"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만져 보았으나 머리칼이 서지는 않았다.
당시 나는 장발이었으니까..

깊은 밤....
적막감이 오래 이어졌으나....
소리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다시 자려고 몸을 눕히자 소리는 다시 올라왔다.
이 자는 내가 일어나고 눕고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2층 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복도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누운 채 좀 더 기다려 보았다.
다음 번 소리는 몇 미터를 껑충 건너뛰고 더 다가왔다.
또 기다려 보았다.
이 번에는 복도코너를 돌아 쩡 - 하고 울렸다.
어디까지 오나 하고 더 기다려보았다.
이번에는 화장실을 건너 뛰어 R교수실 앞에서 쩡 -- 하고 울렸다.
꾹 참고 더 기다려보았다.
이번에는 바로 옆방 앞에서 "깡 --" 하고 굉장히 크게 났다. 
깜깜한 복도가 쩡 -- 하고 울렸다.
그 소리가 하도 커서 이번에는 저절로 몸이 일으켜졌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소리는 금방 깡 -, 깡 -, 깡 -, 깡.... 하며 지하층으로 사라졌다.
......................???????

이 번에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살그머니 일어나 신발을 꿰고 살금 >>> 살금 >>> 문 쪽으로 갔다.
귀신이라면 꼭 봐야겠다!!
살그머니 문고리를 비틀어 열고 얼굴을 문에 바짝 대고
이제 문만 밀면 귀신과 마주치게 된다.
너무 괴이한 형상이라 내가 까무라치는 한이 있어도 귀신이라면 봐야겠다!!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
................................................

기나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러나 귀신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온갖 신경을 다 곤두세운 탓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고
그만 소파로 돌아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아침에 퍼뜩 눈을 뜨니 햇살이 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부리나케 자리를 정리하고 해부학교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만원버스가 다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출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제 밤 다른 세계에 있었는데 세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집에 와서 아침을 먹으며 이런 얘기를 했다.
어머님께서는
"네가 무서워 떨고 있었으면 귀신은 방안으로 들어왔을 꺼다.
다시는 거기 가지 마라."고 당부를 하셨다.
아버님은 "에이, 그거 수위다." 하시며 일축하셨다.
수위일 수는 없다.
사람이 그렇게 빨리 이동할 수는 없다.

이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날 시험을 치루고 키가 크고 건장한 친구를 하나 물색했다.
귀신 얘기는 하지 않고
"너 오늘 나와 같이 공부하러 가지 않을래?" 하고 꼬셨다.
귀신에 대한 증인을 두고 싶었다.
둘이 공부를 했다.
밤 1시경 공부를 다 마친 나는
신기하게도 어제 밤 일을 새까맣게 까먹고
"먼저 잔다." 하며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친구가 얼어붙은 듯 책상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친구는 밤새 잠을 못 잔 듯 누렇게 떠있었다.
(아차, 어제 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이런 날 잠을 자다니... 제길헐...)
"야, 너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냐?"
"....................."
친구는 미동도 않고 말이 없었다.
"야, 너 왜 그래?" 하고 재차 다그쳤다.
그 때서야 악몽에서 깬 듯
"..................
어제 밤... 밤 두시가 되었는데.....
저 아래 지하층에서.....
남녀 여러 명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이 소리를 듣고 나는 또 머리가 삐쭉 서는 것 같았다.
"지하층에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데...."
"증말 귀신이 있는 건가????"
귀신이라고는 믿지 않던 나는 이 때부터 귀신에 대해 반신반의하게 되었다.

얼마 후....
남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게 강시라는 귀신이라고 했다.
온 몸이 빳빳하게 굳어서 그렇게 겅중 겅중 뛰어다니나 속도는 무척이나 빠르다고 했다.

그 후....
나는 해부실습실 바로 옆에 빈방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오랜 소원이던 화실이 생긴 셈이다.
바로 옆의 해부실습실은 철침대 수십 여 개가 줄지어 있었고
그 위에 칙칙한 담요에 덮여 시체들이 누워있었다.
낮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대생들이 시체해부실습을 하느라 왁자지껄하지만
밤에는 커다란 고목나무에 붙은 희미한 외등 외에는 캄캄하고 음산한 곳이었다.
이 해부실습실로 들어가는 동굴 같은 입구를 들어서면 칠흙 같은 암흑 속에
바로 코앞에 있는 것도 보이질 않았다.
손으로 더듬더듬 내 방 손잡이를 찾아서 문을 열어야만 했다.
내 방과 해부실습실 사이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이 방은 늘 굳게 닫혀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드디어 이 방 문이 빼곡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고개를 들여 밀어 보았다.
안에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 Y씨 아저씨가 있었다.
나와 아주 친한 아저씨였다.
"아저씨, 여긴 뭐 하는 곳이에.... 헉!!!"

<건강상 생략.....>

이 건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이런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몇 년을 지냈으나
귀신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의 그 강시는 어디로 간 걸까?
왜 다시 나타나지 않았을까?
그 후로 이 나이 될 때까지 귀신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여러 분들은 어떻게 생각 하냐?
여기에 대한 의견을 올려다오.
또 이런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으면 여기에 공개하고 토론을 해보자.
난 지금도 그 강시의 진/가 여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