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을 달리하는 벗들의 목숨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by 김영길 posted Jul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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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한 두레박씩 퍼내어도

우물을 들여다 보면

덜어낸 흔적이 없다

 

목숨은 우주의 우물에서 길어올린

한 두레박의 물

한 모금씩 아껴가며 갈증을 견디지만

 

저 우물 속으로

두 번 다시 두레박을 내려보낼 수는 없다

넋을 비운 몸통만

밧줄도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일 뿐

 

깊이 모를 우물 속으로

어제 그가 빈 두레박을 타고

내려갔다.

 

청년시절 어떤 문학써클에서 만나 소월시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으로만 알고 교유하는 벗 김명인 시인의 '파문'이라는 시집에 있는 글을 여기 옮겨 적었다.   이토록 깊은 명상의 결과물을 아무렇지도 않은 양 끄적거릴 수 있는 그가 멀리 피안에 있는 듯 다른 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