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by 달빛 posted Oct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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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쥐고 오는 벗이 있다면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이른 새벽에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을 아니 배워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울음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이라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메고
바위에 기대어 잠든 스님을 보거든
굳이 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해 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물을 것 없이
굳이 오고가는 세상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다

                                _ 해안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