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랑이야기

by 신덕애 posted Jun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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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하다.
 
 늙어진 쪽파를 호미로 파냈다.
윗집 아주머니가 선별하여 심고 남은 못난이들을 버리는 게 서운하여 내가 지난 가을 헛일삼아 갔다 심었던 거다.

각각 한 개의 알 이었던 게  두 개, 세 개, 여섯 개로 불어났다.
앞마당 평상에 바람 잘 통하도록 펼쳐 놓았다.
서울 갔다 와 보니 파 잎이 미이라처럼 말라 있다.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을, 비올 거라 예상하는 옆집 조언으로 허겁지겁 모아 현관에 들여놓고 다시 서울로 갔다.
 
오늘은 마루에 앉아 씨와 잎 분리 작업이다.
가위로 하나하나 똑똑 자르는 일이 좀 성가시다.

허리에 무리가 올 즈음 양파 망 속에 신문지로 바닥 만들고 벽도 만들고 한데 넣어 헛간에 갈무리 했다.

 

싱싱한, 농약 없는 파를 먹기 위해

캐고 말리고
분리하고 보관하고 여름 끝에 다시 심고 물주고.(이건 기회 있는 대로 하는 무제한 횟수)
공력이로다.
 
분리하는 일 도중에 클래식 FM 라디오 진행자의 방송 내용을 듣는 즐거움도 있으니 苦와樂은 가로 세로 묘한 짜임이다.
이 일은 삶을 관통하는 이중구조요 신비한 무늬의 織組다.
무소르그스키 작 <전람회의 그림> 10곡속에 제1곡이며 또 양념처럼 곡과 곡사이를 연결하는 '프롬나드'.
피아노곡이 원곡이지만 관현악으로 편곡 된 것을 감상하다.
마리스*얀손스 지휘에 오슬로 필하모니 연주로.


서늘하고 순결한 얼음덩이산 놀웨이의 피요르드 앞에서 듣는다면
두텁고 깊은 울림을 주는 관현의 표현과 잘 맞을 것 같다.
39세에 죽은 절친을 위한 헌사로 곡을 쓴 음악인의 마음이 음과 음 사이에서 울려 퍼진다.

진혼곡 느낌으로.
화가의 짧은 生은 음악으로 되살아나 내 마음을 흔들어 일깨운다.
 
떼어낸 마른 잎과 부스러기 흙, 얇은 껍질들을 거름 더미에 버리러 가다가 흰나비 두 마리가 유희하는 춤을 보다.
가까이 붙을 듯 말 듯 8자로, 동그라미로 쾌속 춤을 추는 현란함에 서서 그냥 본다.
사랑의 열정이 춤이되는! 참 아름답다.

 

잔 손질 많은 파 농사.

이건 도시의 가까운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도돌이표가 있는 내 몸의 노동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