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북을 하며

by 정태영 posted Jun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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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도북”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서울 북녘에 병풍처럼 늘어선 산, 산, 산, 그리고 산.


우뚝 솟은 네 산의 종주 산행에 체력과 인내심은 기본일 텐데…….

 

굵은 비 내리며 천둥번개가 치는데 
사는 동안에 죄 진 것도 많을 것만 같아 낙뇌가 겁난다.

전철타고 상계동 1번 출구로 나가 재현 중학교를 찾아 갔다.


조금 기다리니 병관이가 온다. 
야간 산행 배낭을 꾸려 나왔는데 한 눈에 봐도 두 짐이 넘는다.

지나치게 무거워 고생스러울 것이 뻔하니 어쩌랴, 
배낭 열어 짐 덜어내고 우산까지 빼 돌렸지만
머리에 쓴 랜턴은 아쩔 수 없다. 


저 만큼  노준용이 소리 없이 웃으며 눈을 맞춘다.
난  속으로 “어! 요즘 별나게 여기저기 빠지는 노준용이가 여기에 있네.” 했지만 
반갑다.

여기저기 악수하고 김윤종 회장 눈도장 찍고 
눈이 나쁘다며 불수 야간 산행은 피했다.


대신 집에 돌아와 한숨 자고
새벽 네 시에 택시타고 도봉산에 도착하니
밤새 불암산과 수락산을 걸어온 선후배들이 반긴다.

우선 기분 좋고 
김윤종 회장이 있고 조금 있다가 변병관이 도착.

나를 보자마자 어제 밤 배낭 덜어줘 고맙다고 한다.
많이 덜어낸 배낭 조차도 밤새 무거웠단다.
노준용이는 불수 산행을 마치는 것으로 일정을 끝냈단다.


아침 6시, 비가 오락가락 하는 훤한 아침, 
윤종이 제일 앞에서고 다음에 병관이 그리고 내 뒤에 상훈이
그렇게 넷은 도봉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고 또 오르는 산길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한발 한발 안개낀 산길을 걷는다. 

그런데 앞에 가는 두 친구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다. 
밤 새워 두 산 넘어온 무거운 걸음거리가 전혀 아니다.


석굴암 지나 신선대 바위 길을 기어오르는데 
갑자기 절박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드니 병관이가 경사진 바위에서 미끄러진다.
더 미끄러졌다면 문병을 가야할 뻔 했는데 다행이다. 
 
자운봉 돌아서서
바위에 박아 놓은  쇠줄에 매달려 오르고 내리고
그렇게 도봉능선 따라 가는데
윤종이는 평소에 좋은 것만 먹고 사는지  도무지 지칠 줄을 모른다.
아무래도 잰 잘사나보다.


“발 목이 겁나!, 발 목이 겁나" 하며 원통사 옆길로 내려가 우의동에 도착하니 예정 대로 12시다.
 6시간 동안 걸었는데 
몸도 마음도 가볍고 
다시 북한산에 올라야하는 것이 전혀 겁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