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여인

by 정태영 posted Apr 02, 20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사랑하는 사람과 생각을 함께 하는 여인.
그가 있어 내가 존재하는 여인.
그런 여인이 신달자씨보다는 더 행복한 여인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주위에 있는 그런 여인들에게 축복 있기를 바란다.
 
어려서는 목숨까지도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부담 없는 관계만을 원하는 나를 본다. 어쩌다 집사람이 몸살 감기로 아파 누워 있어도 불편해지는 내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업이 어려워 자금을 빌려달라는 친구도 부담스럽고, 월부책 장사를 하는 선배의 방문도 부담스럽다. 신원보증을 해 달라는 사촌 동생이나 조카들의 간청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적당한 덕담이나 하며 서로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이건 신달자씨와 똑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부담스러운 것은 어쩌든 피해가고 싶다는 얘기다. 이런 마음이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
 
부담 주지 않는 선 밖에 서 있는 친구를 원하는 낙서장의 신달자씨의 글을 읽으며 써 보는 내 생각이다. 전에는 나와 참 좋은 관계였고 그를 생각하면 내 마음 행복해 지던 그런 사람이 이제와서 서먹해진 이유는 단지 나에게 준 그의 부담을 덜어 주지 못한 내 탓이다. 그러나 나에게도 그 럴 만한 이유는 있는 것이다.    
 
오늘따라 날씨 좋고 봄 꽃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