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정녕 다 갔는가?

by 이정자 posted Feb 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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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봄은 반가운데 다  지나가는 겨울은 왜 이다지도 아쉬운가.
어제 관악산 등산길에 땅밑의 얼음이 녹아 질펀한 산길을 오르며,
부풀어 오른 꽃망울을 보면서
"아! 봄이구나." 했는데
과천 빌라 쪽으로 내려오니 벌써 노오란 봉오리 끝이 퐁퐁 터진것이 더욱 나를 아쉽게 했다.
정녕 겨울은 다 지나갔나.
작년에는 3월에도 눈이 여러번 와서 청계산의 설경을 싫증이 나도록 보았건만 .
금년에는 가물어서 남쪽 따뜻한 곳에 사는 나는 마냥 겨울 경치가 아쉽다.
 
한강 거북선 나루터에서 햇빛에,달빛에 반짝이는 얼지않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초등학교때 철교밑에서 스케이팅을 하던 시절을 떠 올리곤 한다.
그 누구가 46년전 이 자리를 기억하겠는가.
지금은 볼수 없는 넓은 모래밭과  얼음 위의 군상들,
스케이트 칼날을 갈아주던 아저씨, 오뎅파는 아줌마, 뜨거운 코코아를 파는 아저씨...
고등학교때 효창공원, 서울운동장, 중량천 얼음판을 누비며
길게 꼬리를 달고 스케이팅하던 시절도 그립다.
그때 그시절 그친구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이 나이에도 스케이팅을 해 보았을까?  궁금하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야 발전한다는데 앞으로 살 날보다 지나간 세월이 더 많아서일까,
이 이상 더 발전할게 없어서일까,
종종  추억속으로 빠져들곤한다.
 
남의 나이로만 알았던 나이가 나에게도 있을줄이야.
나이에서 오는 구속감도 만만치 않다.
며느리,사위 앞에서는 어른이지만 고등학교 동창만 만나면 우리는 싱싱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마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금년에는 희망이 없지만
돌아오는 겨울에는 결단코 한번 실행해 보리라.
어느 넓은 얼음판 위에서 멋지게 넘어지더라도.( 얼마나 창피할까?)
그러나 내 얼굴을 기억하는것도 아닌데 뭘.
나도 뱃짱이다.
빨리 겨울이 왔으면...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이 무슨 주책이람.
 
<가는 세월 아쉬워 말고 남은 세월 아끼자>
                                                          --정자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