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

by 김풍자 posted Feb 0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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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랑
지난해 딸아이는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딸 시집 보낸 아버지는 남 몰래 운다고들 해서 유난히 딸을 아끼던 남편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가끔 늦은 저녁 둘이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뜬금없이 "야! 그 녀석 늦게 들어오는거 걱정 안 하니까 이렇게 편하고 좋구나!" 하는 걸 보면 딸 아이가 보고 싶은가 봅니다.
저는 아주 조금 눈물이 나더라고요.
산에 가서 가을 하늘이 너무 푸르고 투명해서 쳐다보고 있자면 딸애 얼굴이 생각나고. 딸아이 방을 정리하다가 어릴적 딸아이의 이런 저런 모습이 생각이 나서 딸아이 어릴적 앨범을 뒤적여 보고는 했죠.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또 시간적 공간적으로 느끼지는 거리감이 어쩌면 딸과 나와의 인연이 옅어져 가는 요인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느껴져서 가슴이 쓸쓸해 지면 눈물이 나곤 했지요.
하지만 남편은 바뻐서인지 상당히 냉담하다 했었는데, 어제도 다른 일요일날 아침과 마찬가지로 늦은 아침식사를 준비해서 텔레비죤을 보면서 먹다가, 내가 한마디 했어요.
"아빠! 이렇게 딸아이 시집 보내면 그만인데, 왜 그 착하고, 예쁘고, 자기일 자기가 잘 알어서 하는얘를 귀가 시간이 조금만 늦으면 그렇게 난리 굿을 치루고 했어요?"
했더니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웃어 제끼더라고요. 나도 한참 웃다 보니 남편의 눈이 빨간채로 눈물이 맺혀 있더라고요. 민망해 할까봐 부엌에서 물 한잔을 떠 오니까 그제서야 남편은 한마디 하더라고요.
"그 녀석도 지금쯤은 아빠 한테 야단 맞던 생각이 간절히 그리워질꺼야."
글쎄 그럴른지요.  남편은 딸아이가 무척 보고 싶은가 보다고 생각했죠.
아빠들은 그런걸 사랑이라고 생각하지요.
물론 사랑이지만, 딸아이 나이가 훨씬 더 들어서야 그게 사랑이었다고 느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