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주제로 한 두 편의 詩

by 최현근 posted Jan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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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길
 
  이눔시키,나가죽어라
  어머니 그 목소리 그립습니다

  베라먹을눔,운제철이나누
  그 욕지거리 그립습니다

  싸리빗자루 들고
  동구밖까지 쫓아오며
  다신오진마라라
  나갈래믄다신오지마라라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어머니
  나 이제 그길을 돌아갑니다

  설운 마음으로
  술 한병 사들고
  당신 무덤 찾아가는 고향길

  이제야
  어머니 당신 서늘한 눈매가 떠오릅니다
  그 높다란 미루나무 다 베어져 없어지고
  하얀 실개천 덮여 없어지니
  이제야
  어머니 당신 그리운 줄 알겠습니다  
                                         (오 유)
 
       
       깊이 우는 바람
 
이제 그만 숨을 내려 놓으시지요, 어머니
뒷목을 타고 오르내리는
당신 사나운 나이가
손에 잡힐 듯이 선합니다
뒤돌아
밥고리를 껴안은 어깨가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무너져 내리더군요
그 밤에 쏟아져 내리는
한 무더기 밥알들을 보았습니다, 어머니
이 빌어 먹을 세상에서
용케도 찬밥 한 번 남기시지 않으셨더군요

더는 슬픈 모습으로 넋을 놓질 마십시요
즐겨 입으시던 옷에서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내려도
이제는 그것이
세월이라는 것을 알고
방바닥을 흘근거리는
머리카락 한 올에도
갑작스런 이별을 생각하시는 어머니는
하루에도 열두 번
젖은 화석이 되곤 하시지요, 그럴 때면
오래 전에 잊어버린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 늙지 않은 얼굴로
어머니 양 어깨 위로
오도카니 내리시곤 하시는 거예요  

어제도 다녀간 세월을
이제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손가락 새 그대로
쏙 빠져나갈 것 같은
그 바삭한 몸뚱이를
더는 만질 수 없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자주 넋을 놓지 마시지요
이제 그만 숨을 내려 놓으시지요

                              (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