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다는 이유로...시 한수를 지어 보낸다

by 박태근 posted Dec 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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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을지로 5가에 가면
왕십리 오가는 전차 굉음 소리 철커덕 댕댕댕
부싯돌 섬광은 밤으로 전찻길 따라 흘러 흘러도
청운의 서울 꿈은 왜 이다지도 나만 더디고 더뎌
영원이 순간인 줄도 모른고
 
을지로 5가에 가면 지금도
모나리자같은 단발머리와 내 아들 같은 놈이 만나고
박정희 혁명공약에 박 아무게 머리칼이 잘렸더란다
우리 집 뒷마당같지도 않은 배구 운동장엔 우엔 군사훈련
영원이 순간인 줄도 모르고
 
지금도 을지로 5가에 가면
시문학이 어쩝네 이 상의 날개가 저쩝네 유식한 놈은 왜그리 많던지
경기다 경복이다 내노라는 학생시인들 모여 모여
남여공학 야릇한 감정에 시심이 나를 짓눌러
그때가 오늘에 올 줄도 모르고
 
을지로 5가에 가면 지금도
그 강 건너로 먼저간 친구들도 동창회 연단다
교복입은 단발머리 모자 쓴 중대가리 귀신들 모여 모여
거기에 막차로 도착한 김 근수가 우리 소식 알린다
지금 순간이 모두가 영원이라고(2000.12.1)
=>금세기 최초 동창모임 참석을 몹시도 그리워 하며(제주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