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아미타불

by 이향숙 posted Sep 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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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장안사에 만송 스님이 계셨다. 그 문하에 한 젊은 행자가 있었는데 머리가 어찌나 나쁜지 만송 스님이 아무리 가르쳐도 경전 공부가 요즘 말로 꽝이라 스님은 가르치기를 포기하셨다. 그리고 후에 왕생극락이나 하라는 뜻으로 “‘아미타불’ 만 열심히 부르거라.”고 말했다. 이후 石頭라는 별명을 가진 그 행자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마당 쓸면서도 오직 “아미타불”만 불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만송 스님은 석두에게 김천 직지사의 한 도반 스님에게 편지를 전하는 심부름을 시켰다. 금강산에서 직지사까지는 걸어서 일주일 걸리는 먼 길이다.

  석두가 직지사에 도착하여 편지를 전하자 편지를 받은 스님은 “너 언제 출발했느냐?”고 물었다.

그 행자는 “아침 먹고 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언제 아침을 먹었느냐?”

“오늘 아침 먹고 왔습니다.”

“그래? 그럼 어떻게 왔느냐? 걸어왔냐? 뭘 타고 왔냐?”

“아미타불만 부르면서 걸어왔습니다. 아미타불만 부르니까 개울 건넌 것도 잊고, 산을 넘은 것도 잊고, 배고픈 것도 잊었습니다.”

“그러냐? 그런데 아미타불이라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부르거라. ”

  석두는 다음 날 장안사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입으로는 아미타불이 습관이 되어 “아미타불”하다가 직지사 스님 말이 생각나서 “나무아미타불”하다가 헷갈려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다가 걸음이 늦어져서 일주일이 지난 후 장안사에 도착했다. 만송 스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꾸짖었다.

“직지사 스님께서 나무아미타불로 고쳐부르라고 하셔서 아미타불 하다가 나무아미타불 하다가 헷갈려서 걸음이 늦어졌습니다.”

“야, 이 멍청한 놈아, 아미타불이 나무아미타불인데..”

“네? 그럼 도로 아미타불이네요? 이 아미타불이 그 나무아미타불이면, 나도 아미타불이 아닙니까? “


  석두 행자는 일심으로 아미타불 염송 삼매에 들어 결국은 자기의 불성을 발견한 것이다. 여기서 “도로아미타불‘은 행자의 悟道頌(깨달음을 노래 형식으로 지은 글)이고, 중생은 누구나 아미타불이든 관세음보살이든 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부르면 자기 안의 불성을 발견하고 득도한다는 의미이다.

(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