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를 맞는 첫날, 장맛비 예보에 지레 염려했지만 불법 찾아가는 길이니 비도 없고 따가운 햇볕도 없이 안성맞춤의 날씨 속에 13회 18명, 16회 11명, 23회 1명 등 30명이 봉선사에 다녀왔다.
9시에 압구정동을 출발, 정확히 1시간 후 경기도 광능 운악산 속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산사에 도착했다. 맑고 푸른 나무들과 은사시나무가 늘어선 오솔길 따라 걸으니 일주문, 사천왕문, 큰 법당이 보인다. 큰 법당에서 1시간 동안 예불을 한 후 다시 설법전에서 월운 큰스님을 사자좌에 모시고 법문을 들었다. 올해 만 78세인 노스님은 정정하고 깔끔한 인상으로, 불자 동문끼리 함께 법을 구하러 온 것을 몹시 기뻐하시며, 유머와 재치를 섞어 법문을 풀어주셨다. 법문은 당초 30분 예정이었으나 1시간을 훌쩍 넘기셨고, 끝난 후에도 밖에 서서 잠깐 법문을 더 들려주시는 열의를 보이셨다.
법문 후 먹은 비빔밥은 내 생애에서 가장 맛있는 비빔밥이어서 그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듯하다. 아쉬움 속에 오후 2시 봉선사를 뒤로하여 1시간 후 출발점으로 돌아와 정태영이 쏜 아이스크림을 먹고 헤어졌다.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월운 큰 스님 법문-“나의 주인은 나“
좋은 술은 만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좋은 술에 좋은 안주가 있으면 더 좋고, 가인이 있으면 더 좋다. 그런데 이렇게 부처님을 믿는 동문들끼리 모여서 여기까지 왔으니 좋은 술을 만난 것보다 더 좋은 일이다.
요즘 민주화 시대에 불심이 장한 게 고맙다. 패거리를 위해 가진 수단을 다 부리어 끌어들이는 게 지적 집단이라 하지만 불교문화는 그렇지 않다.
불교는 뭐냐?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르침은 인간이 참되고 행복하기 위한 것이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났으나 왜 사람은 죽어야하느냐,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를 고민하셨다. 지금으로서는 문제아, 특수아였지만 다행히도 잘 풀리셨다. 결혼하여 잘 사시다가 나 외의 신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하여 출가하시고 6년간 명상 끝에 “인생은 자기에 의해 고통 받는다.”는 것을 깨달으셨다.
이 말은 자기 마음을 깨닫는 것이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다. 즉, 나의 주인은 나이고 이 세상에 나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고통은 고통이 아닐 수 있고, 고통을 털어버릴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운허 스님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절에서 김장을 하는데 담당 스님은 생강을 5관 사야한다고 하셨고, 조실 스님은 50관이라야 한다고 하셨다. 두 스님이 의견 차이를 보이다가 어느 보살이 50관을 시주했다. 생강 50관을 갖고 절에 오자 주지 스님은 절 식구가 100명인데 50관도 적다.“고 하셨다. 그러자 운허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절 돈으로 사면 5관도 비싸고, 공짜면 50관도 싸다.”고 하셨다.
또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고 미워한다고 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내 마음 장난이다. 이처럼 모든 게 마음 탓이다.
나를 중심으로 해서 내가 처한 처지가 불행하다고 설정하는데 그 불행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내 마음 속에 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장을 너무 짙게 하면 나를 유혹하세요 라는 것이다. 유혹하는 사람보다 유혹하게 만든 내 마음이 잘못이다.
우리가 가야할 목표는 극락이고, 깨달음이며, 그에 가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번뇌를 끊는 지혜라야 한다. 내가 가는 길이 지혜의 길이라야 한다. 대개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다 내 탓이다. 봉선사에는 전에 三多가 있었다. 모기 풀 파리가 많았다. 풀을 베고 나서 허리를 펴고 잠시 쉬면 그 사이 풀이 쑥 자라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화장실을 고치고 나니 모기와 파리가 없어졌다. 三多는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었다.
心性은 하나이니, 지혜가 나를 지배하면 극락이요, 번뇌와 미혹과 잘못된 마음은 지옥이다. 생각만 내지 말고 내가 행하기에 달렸다.
法門에는 문이 4개 있다. 행복의 문과 불행의 문, 지혜의 문과 욕심의 문 4가지인데 행복으로 가려면 지혜를 따르고, 불행으로 가려면 욕심을 따르라. 큰 문은 행복-지혜, 불행 -욕심 2개인데 길은 4개다.
지혜로움을 쌓으면 행복해질 것이다. 어둠을 버리고 지혜를 선택하라는 게 법문의 취지다. 불교에서는 누가 누구를 지혜롭게 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길 안내자일 뿐임을 알고 길을 선택하라. 불교 신자는 반드시 이 길로 가야하므로 생각 생각을 지혜롭게 하려고 공부도 하는 것이다.
원효대사는 <以己方人>이라고 하셨다. 나로서 남이 견딘다. 모방한다는 뜻이다. 나를 관찰하고 나를 남처럼 존중해야한다. 자기 통제를 하고, 철저히 적응하면 오래 산다. 보약 먹지 말고 행복은 남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내 것임을 알면 건강하다. 요즘 사형제를 폐지하자, 말자 논란이 있는데 우리는 형무소 갈 일 없이 스스로 행복한 나를 만들자. 궁극 목적은 열반이다.
인도 시인 타고르는 그의 시에서 “ 미래 사회를 끄는 힘은 동양철학 니르바나(열반)에서 나온다.”고 했다. 여러 분의 모임은 행동을 통일해서 불교의 참 뜻인 자각정신을 닦고, 기르는 그런 마음의 모임이라 생각한다.
佛. 法 . 僧 부처와 가르침과 스님의 삼보를 존중하는데도 순서가 있다.
내가 시간을 초과해서 길게 법문하는 취지는 “새로 시작해서 불교를 똑바로 알자.”는 까닭이다.
매일 세 가지를 지키자.
첫째, 아침에 눈 뜰 때와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에 “관세음보살‘을 세 번씩 부르라.
둘째는 내가 나의 창조주라고 생각하라.
셋째는 불제자의 의무로서 최소 1년에 한 번을 절에 가고, 월 1-2일은 금욕하라.
이걸 지키면 나쁜 일 안 생기고 푸닥거리 할 필요가 없다.
이것들을 지켜 여러분 모두 부처님의 복을 몽땅 받으세요.
* 참가자 : 송인식 정태영 류진희 박미자 박정애 정영숙 이정애 이향숙 이효숙 남영애 정영경
P. S : 불자는 아니나 불교에 관심을 갖고 16회에 냉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쏘고 사진도 찍어서 올린 정태영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림.